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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 행남자기 경영권 매각하나 - 오너 일가 지분 20% 매도에 설왕설래 

침체된 토종 도자기 업계의 현실 드러내 … 회사 측은 경영권 매각설 부인 


▎1. 행남자기의 전남 목포공장 생산라인에서 직원들이 초벌구이 직전 자기를 점검하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경영권 매각설이 나돌 만큼 경영 사정이 나빠졌다. 2. 고(故) 김창훈 행남자기 창업주의 증손자인 김유석 사장은 4대째 가업을 이어가고 있다.



토종 도자기 업계가 장기 불황 속에 심상치 않은 기류를 맞고 있다. 특히 업계에서 유일한 상장사인 행남자기의 오너 일가가 보유 지분 처분에 나서면서 경영권 매각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행남자기는 6월 16일 김용주 회장의 어머니인 김재임씨가 보유한 지분 전량(10.52%)을 매도했다. 앞서 6월 12일에는 김 회장 동생인 김태성 사장이 5.96%의 지분을, 다른 동생인 김태형씨(3.31%)와 김흥주씨(0.83%)도 지분을 처분했다.

매도 지분만 총 124만5156주로 주당 3000원에 장외 매각했으니 약 37억원어치다. 이에 따라 오너 일가의 전체 보유지분은 기존의 58.68%에서 38.06%로 줄게 됐다. 오너 일가가 지분율을 며칠 만에 20%나 낮춘 것이다. 시장에선 경영권 매각 수순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면서 한 때 주가가 올랐지만 회사 측은 이를 부인했다. 김형주 행남자기 전무는 “대주주 지분 일부를 장외 매도했지만 경영권 매각 차원은 아니다”라며 “어디까지나 자금조달 목적으로 지분을 매도한 것”이라고 말했다.


4세 경영으로 이어진 도자기 기업

이는 행남자기가 5월 27일 ‘제3자 배정을 통한 자금조달과 신사업 추진을 검토하고 있다’고 공시한 데 따른 후속 조치라는 설명이다. 주식을 팔아 부족한 자금을 확충해 신사업 확장에 나서겠다는 이야기다.

행남자기 관계자는 “대주주가 지분을 매도해 확보한 자금 일부는 사업 다각화에 쓰일 예정”이라며 “지분을 팔았어도 자사주 포함 (오너 일가의) 실제 지분율은 40%를 넘는 만큼 경영권 매각과는 무관하다”고 덧붙였다.

또 김 회장의 어머니나 동생들이 경영진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지 않은 만큼 이들의 지분 매도는 경영권 매각과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이런 입장에 설득력은 있다. 행남자기의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실제로 지분을 팔아 자금을 확보해야 할 만큼 최근 경영 상황이 악화됐음을 알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행남자기는 2012년 매출이 461억원, 지난해 매출이 439억원으로 점차 줄고 있다. 각각 전년 대비 14.1%, 4.7%씩 매출이 계속 감소한 것이다. 올 1분기 들어서도 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그 사이 국내 시장 점유율은 2010년 30%에서 지난해 25%로 떨어졌다.

행남자기는 1942년 고(故) 김창훈 창업주와 그의 장남 고(故) 김준형 명예회장이 행남사라는 이름으로 창업했다. 1986년부터는 3세인 김용주 회장이 대표이사에 취임해 회사를 이끌다가 2012년 아들 김유석 사장에게 대표이사 자리를 물려줬다. 토종 도자기 전문 기업으로 4세까지 경영권이 무사히 승계될 만큼 탄탄한 회사였다.

최근에는 경영난으로 어려운 상황을 겪으면서 신사업 추진을 위한 급한 목돈이 필요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이 회사는 향후 도자기와 무관한 업종의 신사업에 진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주식을 매도해 얻은 현금 일부를 신사업 추진 때 자본금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올 들어 행남자기가 신사업 진출을 모색 중이란 소문은 이미 업계에 파다했다. 행남자기 오너 일가는 친인척끼리 복잡한 관계로 얽혀 있어 경영권 매각이 쉽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모디·행천자기·행남광물정제·행남자기 유통·크레이텍 등의 행남자기 관계사들에 친인척 다수가 들어가 있어서다.

이들 중 일부 회사는 상호 지급보증, 부동산 차입금 담보 등으로 얽혀 경영권 매각 땐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70여 년 전 창립 후 4세 승계로 이어진 과정에서 수많은 친인척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들어간 상황이라 이들 사이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행남자기가 그리는 시나리오는 어떤 모습일까. 업계는 이 회사가 대주주 개인이 보유 중인 계열사 일부를 경영분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김 회장의 직계 가족만이 지분을 매도해 현금을 끌어 모은 것은 향후 신사업에 힘을 보태기 위한 포석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매각설 또한 여전히 힘을 얻고 있다. 오너 일가가 이번에 판 지분은 경영 컨설팅 업체 이엘글로벌컴퍼니가 추천한 개인 투자자들이 사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5월 28일 공시에서 “유상증자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던 만큼 이번에 지분을 사들인 개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유상증자가 단행될 경우 최대주주는 바뀔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사실상 경영권 매각 절차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회사 관계자는 “이엘글로벌컴퍼니에 신사업 진출과 관련해서 업종별로 사업성 분석 컨설팅을 의뢰했다”며 “이번 지분 매도는 신사업 추진에 방점이 찍힌 것이지 경영권 매각 여부와는 관련이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유상증자 후 최대주주 바뀔 가능성도

행남자기의 이번 경영권 매각설은 하나의 해프닝에 그칠 수도 있지만, 침체된 토종 도자기 업계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란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행남자기 외에도 한국도자기 등 토종 도자기 기업들은 최근 회사 매각을 심각하게 검토 중이라는 소문이 나돌 만큼 전체적으로 경영 사정이 나빠졌다. 국내에 ‘포트메리언’ 등 해외 유명 식기 브랜드가 빠르게 진입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진 데다, 불황까지 계속되면서 매출이 꾸준히 줄고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과거와 달리 주변에서 보다 쉽게 구할 수 있게 된 해외 브랜드의 품질과 이미지 등을 선호하면서 국산 브랜드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글로벌 가구 업체 ‘이케아’의 국내 진출이 현실화되면서 한숨이 더 늘었다. 이케아는 비가구 부문에서 식기류 판매를 같이 진행하고 있다.

또 1인 가구가 늘면서 외식 산업이 발달한 반면 실제로 식기를 구매하는 수요는 줄어들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과거에는 혼수철 특수 등을 톡톡히 누리던 알짜 업종이었지만 이제는 가구 형태마저 바뀌면서 사양 산업으로 돌아섰다는 분석이다. 행남자기는 지난해 매출 가운데 13%를 도자기가 아닌 다른 곳에서 기록했다. 본업과 전혀 관련성이 없는 맛김을 식품업체에 납품해 돈을 번 것이다. 해외 브랜드의 약진, 국내 소비시장 분위기의 변화라는 이중고 속에 향후 토종 도자기 업계가 어떤 길을 걷게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1243호 (2014.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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