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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뇌 닮은 컴퓨터 칩 나올까 

정보처리 속도 높일 신기술 개발 절실 … 양자 컴퓨터 연구도 활발 

케빈 메이니 뉴스위크 기자

World 데이터 폭증 대책은?

컴퓨터 기술엔 불편한 진실이 하나 있다. 축적되는 데이터의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반면 컴퓨터의 정보처리 속도 증가세는 점차 줄어든다. 1950년대부터 주류를 이뤄온 프로그램식 전자기기와 구별되는 새 컴퓨터 작업 방식을 고안할 필요가 있다. 아니면 우리는 쓰지도 못하는 데이터 더미에 파묻히거나 로드아일랜드 만한 크기의 데이터 센터를 만들어야 한다. 이런 시설은 전용 원자력 발전소가 필요한 정도로 많은 전력을 사용한다. 구글이 핵 시설까지 손에 넣기를 원하는사람은 없으리라.

축적되는 데이터와 컴퓨터 연산능력 사이의 차이는 점점 커져간다. 7월 IBM이 신종 컴퓨터 연산장치 연구에 3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이유다. 양자 컴퓨터 기술을 개발 중인 캐다나 중소기업 D웨이브의 장래가 촉망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D웨이브는 최근 골드먼삭스, 드레이퍼 피셔 저벳슨, 캐나다 산업은행 등으로부터 2800만 달러 투자를 받았다고 밝혔다. 늦든 빠르든 IBM이나 D웨이브, 아니면 다른 신흥기업이 새로운 컴퓨터 연산장치를 만들어내고 전 세계 모든 컴퓨터 업계가 기차처럼 그 뒤를 따를 것이다.

IBM, 연산장치 연구에 30억 달러 투자

데이터 폭증은 이미 진부한 얘기다. 인터넷 이용자 30억명과 이동통신 장비, 온갖 사물에 달린 감지기를 뒤섞어보라. 그 도가니에서 생성되는 데이터 수는 동화작가 닥터 수스의 책에서나 나올 법한 기상천외한 숫자다. 오늘날 천문학적으로 여겨지는 제타바이트(약 1조 기가바이트)의 자리를 머지 않아 요타바이트(약 1000제타바이트)가 차지하고, 그 다음엔 ‘블럼푸파바이트’처럼 듣지도 보지도 못한 새 이름이 나타날 것이다.

컴퓨터의 데이터 처리 속도가 데이터 축적량 증가 속도만큼 빨라진다면 문제는 없다. 그러나 현재로선 불가능하다. 컴퓨터 칩의 처리속도가 문제다. 지난 50년 동안 전문가들은 컴퓨터 칩을 끊임없이 보다 밀집시켜 작고 빠르게 만들었다. 컴퓨터 칩의 성능이 18개월마다 2배로 증가한다는 무어의 법칙은 실제로 불가역적인 자연법칙과 달리 비유에 가깝다. 무어의 법칙이 깨지지만 않는다면 컴퓨터는 인간이 필요로 하는 모든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컴퓨터 칩을 거의 물리적 한계에 다다를 정도로 작게 만들었다. 만약 컴퓨터 칩을 보다 더 밀집시켜 작게 만들지 못한다면 컴퓨터는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빠르고 강력해질 수가 없다. 현재 컴퓨터 칩은 더 작게 만들면 아예 사라질지경에 이르렀다.

또 한 가지 문제는 오늘날 거의 모든 컴퓨터가 가진 근본 구조다. 컴퓨터는 1950년대에 수학자 존 폰 노이먼이 처음 고안했다. 폰 노이먼 구조에서 프로그램과 데이터는 별도로 저장된다.프로그램이 데이터를 가져와 마치 수학 방정식을 풀듯 명령에 따라 한 단계씩 처리한다.

오늘날 컴퓨터는 이 과정을 나노초 단위로 수행하지만 여전히 한 번에 한 과정 밖에 처리하지 못한다. 폰 노이먼 병목현상 이라 불리는 골칫거리다. 개별 칩을 더 빠르게 만들지 못하는데 컴퓨터의 작업량이 갈수록 늘어난다면 유일한 폰 노이먼식 해결책은 더 많은 컴퓨터, 보다 큰 데이터 센터를 만드는 것이다.

컴퓨터의 연쇄작업 구조는 뇌의 작업 방식과 전혀 다르며, 뇌보다 훨씬 비효율적이다. 뇌는 데이터와 처리 명령을 함께 저장하며 학습 등을 통해 늘 스스로를 고쳐 쓴다. 아주 적은 양의 전력만으로도 수많은 데이터를 순서대로가 아니라 한꺼번에 처리한다. 폰 노이먼조차 죽기 직전 자신이 고안한 컴퓨터 구조와 뇌 연산처리 구조 사이의 차이를 인지하고 이에 대해 글을 쓰면서 미래의 컴퓨터는 뇌와 비슷해지리라고 추측했다.

IBM이 투자할 30억 달러는 뇌와 비슷한 칩 및 컴퓨터 구조 개발로 이어질 것이다. IBM은 수 년 전부터 그 분야 연구에 자금을 댔다. 미군과 몇몇 기업, 대학이 지원하는 가변적응형 뉴런모방 전자기기 시스템(SyNAPSE) 개발 프로젝트 추진에도 기여했다.


데이터와 컴퓨터 연산능력의 증가 양상이 현 추세대로 흘러간다면 우리는 데이터에 질식 당하거나 데이터 센터에 파묻히게 된다. 중국은 이미 기존의 것보다 세 배나 큰 데이터 센터를 짓는 중이다. 거의 미국 국방성 만한 크기다. / 컴퓨터 칩은 이제 물리적 한계에 다다를 정도로 작아졌다.



캐나다 D웨이브, 양자 컴퓨터 상용화 나서

SyNAPSE의 목적은 1억 뉴런을 가진 뇌처럼 정보를 처리하는 컴퓨터 칩이다. 뉴런 5500만 개인 쥐 뇌와 7억6000만 개인 고양이 뇌의 중간에 해당하는 칩을 만들고자 한다. 뉴런 200억개에 달하는 인간 뇌에는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D웨이브가 추구하는 해결책은 조금 다르다. 이 회사는 세계곳곳의 연구소에서 양자 컴퓨터를 연구한다. D웨이브는 양자 컴퓨터 상용화를 선언한 유일한 회사다. 양자 물리학의 초자연적 특성을 활용하는 것이 양자 컴퓨터의 기본 구조다. 양자 컴퓨터 속의 양자 10여개가 세계 최대 수퍼컴퓨터보다 더 강력하다.

모두 전도가 유망한 기술이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다. 여전히 연구실 속 프로젝트라는 것이다. D웨이브의 양자 컴퓨터 시제품은 아직 양자 컴퓨터라 하기엔 부족하다. 초인적인 힘이 없는 배트맨을 초인이라 부르기에 부족한 것과 마찬가지다.

SyNAPSE 프로젝트는 쥐 수준의 뇌에 다다르는 데도 몇 년이더 필요하다.

수학자들은 인지 컴퓨터나 양자 컴퓨터가 약속하는 동시처리 능력을 활용하려면 어떤 알고리즘이 필요할지조차 아직 모른다. 존 켈리 IBM 수석연구원은 현재 과학 연구 성과를 볼 때 진정한 인지 컴퓨터나 양자 컴퓨터는 기대보단 빨리 나오겠지만 적어도 10년은 더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는 사이 데이터와 컴퓨터 연산능력의 증가 양상이 현 추세대로 흘러간다면 우리는 데이터에 질식 당하거나 데이터 센터에 파묻히게 된다.

중국은 이미 기존의 것보다 세 배나 큰 데이터 센터를 짓는 중이다. 거의 미국 국방성 만한 크기다.

1253호 (2014.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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