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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agement | 정수현의 바둑경영 - 승리를 탐하면 이기지 못한다 

<위기십결>의 교훈 경영에 응용할 만 평정심의 극치 다카가와 9단 




에비앙챔피언십에서 평정심을 잃지 않고 플레이를 펼쳐 우승한 김효주. / 사진:중앙포토
승리를 탐하면 이기지 못한다(不得貪勝). 바둑의 열 가지 비결을 담은 <위기십결>에 나오는 말이다. 위기십결은 고 대 중국에서 전해 내려오는 명언으로 현대의 기사에게도 유용한 지침이 되고 있다. 경영인 중에는 위기십결의 교훈을 되새기며 경영에 응용하는 이도 있다.

바둑 십계명의 제1조에서 승리를 탐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 특별하다. 바둑의 경기목표는 승리를 하려는 것이 아닌가. 시합을 할 때 프로기사들은 승리를 목표로 상대와 싸운다. 기업에서도 경쟁자를 꺾고 이기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승리해야 부와 명예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누구나 승리를 목표로 한다.

그런데 위기십결에서는 이기려는 마음을 버리라고 한다. 이 기려는 마음이 앞서면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승리욕에 휩싸이면 사태를 냉정하게 바라보지 못한다. 믿을 수 없는 착각이 나오기도 한다. 어깨가 굳어져 자연스럽게 운영을 하지 못한다.

스포츠 경기에서는 이런 경우를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얼마 전에 끝난 여자골프 메이저대회인 에비앙챔피언십에서 19세의 김효주 선수가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실력이 뛰어난 거물 신인으로 알려져 있지만 우승을 견인한 것은 실력만이 아니었다. 실력이 쟁쟁한 세계적 플레이어들이 많았지만 고전 끝에 무너졌다. 김효주 선수는 시종일관 미소를 띠며 경기를 했다. 우승을 생각하지 않고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며 즐기는 골프를 하겠다고 했다. 이런 생각으로 임한 것이 좋은 성적을 내게 한 것이다. 승리할 욕심이 앞섰다면 중간에 적지 않은 미스샷이 나왔을 것이다.

골프를 예로 들었는데 축구 등 다른 경기에서도 부득탐승의 사례는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꼭 이겨야 된다고 싸우다가 역 효과를 내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바둑에서는 이런 일을 피하라는 뜻에서 부득탐승을 강조한다. 승리를 생각하지 말고 평정심을 유지하며 두다 보면 승리할 기회가 많다고 본다.

역설적인 표현인데 이와 비슷한 말이 경영 분야에도 있다. ‘돈을 좇으면 고객은 달아나고 고객을 따라가면 돈은 저절로 따라 온다.’ 이 말은 마케팅의 정석이라고 할 수 있다. 돈을 벌려는 것 이 사업의 목적이지만 너무 수익을 올릴 생각에 치중하면 오히려 돈이 벌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돈 벌 생각에 눈이 멀면 음식물에 화학약품을 타 불량상품을 내다 파는 식의 악수를 둘 수도 있다.

평정심을 갖고 임하는 것은 자신의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는 데 유리하다. 아마추어들이 즐기는 것처럼 평온하고 담담한 마음으로 경기를 할 때 멋진 바둑이 나오게 된다. 이런 평정심을 좌우명으로 삼은 기사가 있다. 일본의 다카가와 가쿠 9단은 ‘유 수부쟁선(流水不爭先)’이라는 말을 휘호로 사용했다. 흐르는 물은 앞을 다투지 않는다는 뜻이다.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 자연스럽게 두어가라는 의미다. 다카가와 9단은 이와 같은 자연류의 바둑을 구사하며 메이저 타이틀을 9회 연속 제패했다. 또한 고령에도 최고 타이틀인 명인을 차지했다. 다카가와는 평정심의 중요성을 잘 보여준 고수였다.

경영이나 투자 등 경제적인 활동에서도 평정심은 중요하다. 목표 달성을 위해 열심히 일해야 하지만 성과를 서두르면 무리수가 나오기 쉽다.

정수현 1973년 프로기사에 입단한 후 1997년 프로 9단에 올랐다. 제 1기 프로신왕전에서 우승했다. 한 국프로기사회장, KBS 일요바둑·바둑왕전의 해설자를 역임했다. 명지대 바둑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바둑 읽는 CEO』 『반상의 파노라마』 『인생과 바둑』 등 30여 권의 저서가 있다.

1256호 (2014.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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