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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agement | 현대모비스의 심장 ‘아산물류센터’를 가다 - 고객이 원하면 단 1개의 부품이라도 … 

아산물류센터, 빠른 부품 공급에 총력 … 단종차 부품 만드는 회사도 따로 둬 

아산=박성민 이코노미스트 기자 sampark27@joongang.co.kr

현대모비스 아산물류센터는 최신 설비를 이용한 빠른 물류를 위해 노력하고 있 다. 바코드를 대기만하면 모든 물건의 추적과 관리가 가능하다. / 사진:현대모비스 제공



‘재구매율을 높여라’. 자동차 업계에 떨어진 특명이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자동차 시장의 양적 성장이 둔화되는 추세다. 많은 자동차 브랜드가 새로운 소비자를 찾기보다는 기존 고객의 충성도를 높이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완성차 메이커가 브랜드 가치 높이기에 총력을 기울이는 이유다.

브랜드 가치와 직결되는 것이 고객 만족도고, 이를 높이기 위 해서는 완벽한 애프터서비스(AS) 시스템을 갖추는 게 필수다. 최근 국내 시장에서 높은 성장을 하고 있는 수입차 브랜드 역시 AS 불편을 호소하는 소비자들을 달래느라 진땀을 뺐다. 뒤늦게 AS센터를 늘리고 부품 공급 단가를 낮추는 등 노력을 하고 있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단종된 현대차의 금형틀은 현대파텍스로 옮겨진다. 현대파텍스는 금형틀을 전문 적으로 관리해 불량률을 줄이고 빠르게 부품을 공급할 수 있다. / 사진:현대모비스 제공
201만개 부품을 전 세계로

국내 자동차 시장 점유율 1, 2위를 달리는 현대·기아차는 AS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현대·기아차 의 AS 부품 공급을 담당하는 현대모비스, 그리고 그 심장이라 불리는 ‘아산물류센터’에서 어느 정도 답을 찾을 수 있다.

2014년 기준으로 전 세계에 운행 중인 현대·기아차는 5000 만대에 이른다. 현대모비스는 현대·기아차 78종의 양산차종, 118종의 단산차종의 부품을 공급한다. 품목수만 201만 개다. 선진화된 물류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야 이들 부품을 1600개 국내 대리점과 해외 1만 1300개 딜러에 원활하게 공급할 수 있다. 현재 현대모비스는 물류의 허브 역할을 하는 4개의 대형 물류센터(아산·울산·냉천·경주)를 국내에서 운영하고 있다. 이 중 가장 많은 물량을 담당하는 곳이 아산물류센터다. 당연히 규모도 가장 크고 최신 설비를 갖추고 있다.

충남 아산에 위치한 물류센터를 9월 30일 방문했다. 창고에 들어서자 선반 위에 가지런히 정렬된 부품 박스와 깨끗한 바닥이 눈에 띈다. 박스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어둡고 습한 창고를 떠올린 기자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부품에 먼지가 들어가 불량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청결이 필수입니다. 최대한 먼지를 없애고 2중, 3중으로 싸서 보관해야 품질을 지킬 수 있죠. 항상 가지런히 정리 정돈을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필요한 물품을 빠르게 찾아 공급하기 위해서는 최적의 동선이 나올 수 있도록 저장 단계부터 신경을 써야 하거든요.” 현대모비스 관계자의 말이다.

그게 다가 아니다. 분주하게 움직이는 작업자들은 모두 손에 스마트폰 같은 기기를 하나씩 들고 있다. 휴대용 PDA다. 이곳에 들어오는 모든 물품에는 바코드 스티커가 붙어있다. 바코드를 찍으면 어떤 물건인지, 어느 곳에 보관해야 하는지가 PDA 화면에 뜬다. 작업자가 물품을 해당 장소에 넣은 뒤 PDA 단말기에 입력하면 새로운 정보가 바로 전산상에 등록된다. 어떤 작업자든 PDA만 있으면 부품이 보관된 장소와 남은 수량을 정확하게 볼 수 있다. 실시간으로 필요한 물건을 추적해 고객들에게 빠르게 공급할 수 있는 비결이다.

아산물류센터의 하루 물동량은 9.5t 트럭 기준으로 300대 분량이다. 오랜 기간 많은 물량을 처리하면서 누적된 데이터의 양도 풍부하다. 사소한 정보까지도 분석해 더 빠르게 부품을 공급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골든 존이다. 여러 층의 선반 중 작업자의 손에 쉽게 닿는 2~6층 높이의 공간을 말한다. 날짜·시간·계절별로 자주 드나드는 물건은 골든존에 보관한다. 매일 물건의 배치와 정리에 신경을 써서 속도를 높이는데 힘쓰고 있다.

평범해 보이는 물류센터의 바닥에도 비밀이 숨어 있다. 콘크리트와 강섬유를 혼합한 강섬유강화콘크리트(SFRC)를 이용해 만들었다. 일반 콘크리트 바닥에 비해 10배 이상 충격에 강하다. 물류센터에는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물건이 드나들고, 그중에는 무게가 많이 나가는 것이 있다. 이런 물건을 옮기기 위해 중장비가 수시로 바닥 위를 달린다. 일반 바닥으로는 충격을 감당할 수 없다. 바닥이 손상되면 안전사고가 발생하거나 제품이 손상을 입을 우려가 있다. 모든 가능성을 미연에 방지하려는 현대모비스의 노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최상의 물류 시스템을 구축한다고 최고의 AS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부품 공급 능력이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일단 부품 자체가 좋아야 한다. 특히 연식이 오래된 자동차를 운전하는 사람들의 걱정이 크다. 단종된 차의 경우에는 ‘혹시나 부품이 없거나 수리비용이 많이 들지는 않을까’라는 걱정을 할 수밖에 없다.

소비자기본법은 ‘단종 후 8년 동안은 완성차 업체가 해당 차량의 부품을 공급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여기서 한발을 더 나아간다. 단산 후 10년 이상 된 차량은 물론이고, 단산 30년이 넘은 포니2 자동차의 일부 부품도 창고에 보관 중이다. 물론 보관 중인 부품으로 모든 AS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부피가 크거나 쉽게 녹이 생기는 부품은 필요에 따라 제작할 필요가 있다. 고민 끝에 찾은 해결책이 현대파텍스다.

현대파텍스는 아산물류센터에서 차로 1시간 거리, 충남 서산에 위치하고 있다. 2005년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가 공동으로 출자해 설립한 현대차그룹 계열사다. 현대·기아차 단산 차종의 패널 부품을 전문적으로 생산한다.

현대차 공장에서 생산하던 차가 단종이 되면 해당 자동차를 만들던 금형틀은 고스란히 현대파텍스로 옮겨진다. 이미 현대 차 생산공장에 버금가는 생산설비를 갖추고 있는 현대파텍스는 그 금형틀을 이용해 부품을 생산한다. 4개의 대형 프레스 라인과, 16대의 로봇을 이용해 상황에 따라 필요한 부품을 생산할 수 있다. 다품종 소량생산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만들어 품질과 속도, 비용 절감의 세 마리 토끼를 잡는데 성공했다.



예전의 금형틀 모두 보관

현대파텍스가 단종차 부품 생산을 담당하면서 현대차나 기아차 공장은 양산제품 생산에만 몰두할 수 있다. 단종된 차량의 부품을 생산하는 라인을 따로 두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효율적 인 공간활용이 가능하다. 예전에 사용하던 금형틀은 모두 현대 파텍스로 보내져 전문적으로 관리해 부품 불량률을 줄이는데도 효과를 보고 있다.

“부품이 하나만 필요한 경우에도 생산이 가능합니까?” 작업 이 한창인 근로자에게 다가가 물었다. “물론이죠. 개수와 상관 없이 필요하면 만들어야죠. 실제로 구형 에쿠스 리무진 루프는 기껏해야 1년에 1~2개 생산해요.”

1256호 (2014.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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