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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ling | 후박사의 힐링 상담 | 공황장애 극복 -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여유 가지고 공포·불안을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아야 

후박사 이후경
#1. 30대 중반의 박 과장은 임원들 앞에서 발표를 하다 갑자기 머리가 캄캄해지고 호흡이 가빠지며 심장이 요동쳐 곧 죽을 것만 같은 공포에 휩싸였다. 그는 몸이 안 좋다는 핑계로 그 자리를 모면하고, 주위 도움으로 바로 응급실로 갔지만 증상은 사라지고 검사에선 아무 이상이 없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그날 이후 ‘다시 그런 일이 일어나면 어쩌나’ 하는 불안에 시달린다. 더구나 백화점·지하철 등 사람 많은 장소에 가면 발작이 일어날 것 같아 두렵다.
#2. 40대 후반의 김 부장은 어느 날 터널속을 운전하다 갑자기 어지러움과 숨 막힘, 답답함을 느꼈다. 겨우 갓길에 차를 대고 바깥으로 나와 심호흡하며 가라앉혔다. 그는 최근 몇 달 동안 야근도 불사하고 많은 양의 업무를 소화했다. 지금 나이에 승진에서 탈락하면 앞날이 어둡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그날 이후 운전대만 잡으면 알 수 없는 공포에 사로잡혀 40~50km 이상 속도를 못 낸다. 특히 터널을 통과하는 것은 엄두조차 안 난다. 일 속성상 여러 거래처를 다녀야 하는데 막막하다.




사진:중앙포토
공황장애는 이 시대의 병 중 하나다. 현대인은 성공을 추구한다. 자신의 능력과 성과를 통해 존재감을 확인한다. 현대인은 완벽을 꿈꾼다. 더 높은 학벌, 더 좋은 직장, 더 많은 연봉에 집착한다. 성공주의와 완벽주의의 종점은 정신적인 황폐화다. 공황장애는 누구나 걸릴 수 있는 병이다. 머리가 돌아버릴 일이 도처에 깔려있다. 숨이 턱턱 막힌다. 심장이 터질 일이 한 둘이 아니다. 우리에게 불안과 공포는 매우 익숙하다. 공황장애는 ‘연예인병’으로 알려져 있다. 연예인은 항상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고 인기에 대한 부담감을 가지며, 대중의 시선을 의식해야한다. 엄청난 긴장의 연속은 공황의 불쏘시개다.

공황장애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매년 10%씩 증가했다. 한국 사회의 치열한 경쟁과 퇴출, 고용 불안과 실직 등 생계에 대한 위협이 주요 원인이다. 주로 남자보다 여자가, 사회활동이 왕성한 30~50대에 발병한다. 전체 인구의 3분의 1 정도가 평생 1~2번 심한 공황 발작을 경험한다. 평생 유병률은 3% 정도다. 병의 경과는 재발을 반복하는 만성적인 경향을 가지며, 절반가량은 우울증을 동반한다. 보통 3분의 1은 증상이 소실되고, 절반은 가벼운 증상으로 일상 생활에 큰 지장은 없다.

공황장애 환자 5년 간 해마다 10%씩 늘어

공황장애는 느닷없이 발병한다. 주요 증상은 신체 증상을 동반하는 극심한 불안과 공포다. 공황장애의 원인은 생물학적·심리적·환경적이다. 보통 정신과 의사는 생물학적 원인에 집중하고, 심리학자는 심리적 원인에 집중 한다. 한 마디로 요약하면 ‘누적된 과로와 스트레스에 따른 공포 반응체계의 고장’이다. 뇌에서 공포센서가 오작동해서 위험상황이 아닌데도 잘못된 신호를 보낸다. 이에 따라 몸에서 위험대처 반응으로 교감신경계가 과도로 항진된다. 불이 안 났는데도 화재경보기가 작동한 것과 같은 이치다.

문제는 모든 게 실제 상황으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크게 3단계를 거친다. 1단계는 공황 발작이다. 갑자기 가슴이 답답하고 두근거리며, 머리가 어지럽고 호흡이 힘들어지는 등의 신체 증상으로 출발한다. ‘죽을 것 같다’ ‘미칠 것 같다’로 표현된다. 보통 10~20분 정도 극도로 심해졌다가 저절로 가라앉는 경우가 많다. 심장병이나 뇌경색 등으로 오인하지만, 모든 검사에서 정상으로 나온다. 이때 그냥 놔두면 2단계로 넘어간다. 2단계는 예기불안과 회피 행동이 특징적이다. 보통 공황 발작 강도는 약해지고 빈도는 증가한다. 예기불안은 발작이 또 일어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서 오는 각종 불안증상이다.

발작은 트라우마로 작용해 기억에서 떨쳐버리기 어렵다. 회피 행동은 발작이 일어나는 장소를 피하는 증상이다. 알레르기 증상과 유사하다. 엘리베이터·자동차·비행기 공포증 등 다양하게 나타난다. 이때 방치하면 3단계로 넘어 간다. 3단계는 광장공포증이 특징적이다. 발작 때 도움 받기 힘든 광장과 같이 넓은 장소나 밀집된 장소를 전혀 이용 못하는 증상이다. 백화점·지하철·교회·극장 등 공공장소에 누군가와 항상 동반해야 한다. 혼자서 외출하는 것을 엄두도 못 낸다. 심한 경우 아예 집밖에 못 나가 사회생활이 불가능해진다. 이어 우울증, 알코올 중독, 가정 파탄, 자살 등으로 악화한다. 어떻게 하면 공황 장애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첫째, 이해(Understanding)다. 공황 장애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다. 이해하면 수용할 수 있다. 병을 받아들여야 한다. 안 받아들일수록 병의 실체는 더 커진다. 그동안 너무 스트레스를 받았다. 여기서 안 멈추면 정말 큰 병으로 간다. 병은 열심히 살았다는 증거다. 오히려 축하하고 휴가를 주어야 한다. 법구경에 이런 말이 있다. ‘몸에 병 없기를 기대하지 말라. 몸에 병이 없으면 탐욕이 생기나니 병 고로써 양약을 삼으라.’ 이해하면 사랑할 수 있다. 우리는 스트레스와 더불어 살아간다. 불안과 공포는 현대인의 원동력이다. 불안감 없이 성공도 없고, 공포감 없이 성취도 없다. 성공의 기쁨은 불안을 누르고, 성취의 쾌감은 공포를 제압한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공황은 죽음의 연습이다. 세상에 죽음만큼 큰 공포는 없다. 인간은 누구나 한 번 죽는다. 어차피 죽을 건데 미리 경험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소크라테스는 깨달음을 위해 죽음에 도전했다. 제자들에게 죽음의 순간순간을 얘기했다. 죽음의 경험은 살아있음을 강렬히 느끼게 한다. 이후의 삶을 풍성하게 인도한다.

둘째, 여유(Relax)다. 현대인의 삶은 긴장의 연속이다. 긴장은 불안·공포·공황의 출발점이다. 순간순간 여유를 찾아야 한다. 주위분산이 효과적이다. 잠시 시선을 벽에 걸린 시계로 옮겨보자. 좋아하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보자. 실내에서 바깥으로 장소를 옮겨보자. 호흡 조절이 효과적이다. 호흡 조절은 불안·공포·공황 극복의 일차 치료법이다. 숨을 크게 쉬면서 호흡수를 세자. 평소 연습해놔야 실전에 효험이 있다. 경미한 증상에 매우 효과적이다. 호흡 조절은 명상과 같다. 근육이완도 효과적이다. 평소 훈련을 통해 조건화된 이완에 도달해야 한다.

그러면 간단한 집중만으로 이완이 가능하고(기억이완), ‘편안하다’는 문구만 떠올려도 이완이 가능하다(반사이완). 여유를 찾는 것은 거창한게 아니다. 낙엽 쌓인 거리를 혼자 걸으며 발밑에 밟히는 소리에 집중해 보자. 한적한 찻집에서 창밖 경치를 바라보며 한잔의 커피를 즐겨보자. 텅빈 영화관에 홀로 앉아 슬픈 영화를 보며 흐르는 눈물을 닦아보자.

‘이 또한 모두 지나가리니’

셋째, 초전박살(Action)이다. 공황 장애는 만성화 경향이 있다. 1단계에서 박살내야 한다. 모든 만성병은 의식하지 않는 습관에서 온다. 바꿀 수 있는 것은 바꾸고, 바꿀 수 없는 것은 받아들여야 한다. 부정적인 자동생각을 지워야 한다. 병을 너무 과대평가하지 말아야 한다. 파국적인 것으로 생각해서도 안 된다. 두렵다고 피하면 절대 안 된다. 피하면 피할수록 병은 심해진다. 공황 장애는 약물치료로 100% 통제된다. 약물치료는 뇌기능과 자율신경계를 안정화시킨다. 처음부터 반드시 약을 복용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약물치료는 초전박살에 가장 효과적이다.

증상이 지속되거나, 스트레스 상황에 계속 노출되는 경우 2~3달 철저한 약물치료가 필요하다. 공황 장애는 쉽게 재발한다. 겁먹을 필요는 없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면 된다. 치료에 성공하더라도 약을 중단하면 절반가량은 재발한다. 그렇다고 평생 약을 먹을 필요는 없다. 서둘러 약을 끊어도 안 된다. 2~3단계로 진행되면 인지치료·행동치료 등 전문적인 처치가 필요하다.

1259호 (2014.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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