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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일러 코웬 조지메이슨대 경제학 교수 - 중국발 경제 위기 가능성 예의주시 

중국 의존도 줄이고 저성장 시대 대비 필요 ... 미 양적완화 종료에도 한국 경제 흔들림 없을 듯 


타일러 코웬 조지메이슨대 경제학 교수.
‘저성장 시대를 준비하라’. 타일러 코웬(52) 조지메이슨대 경제학 교수가 끊임없이 강조해온 내용이다. 그는 2011년에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을 규명한 저서 <거대한 침체>를 발간 해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며 글로벌 경제 이슈를 날카롭게 분석하고 비판해 ‘미스터 쓴소리’로 불린다. 10월 17일 세계지식포럼 참석차 방한한 코웬 교수를 만나 한국 경제에 대한 조언을 들었다. 그는 “고성장 시대의 환상을 버리고 세계 경제의 흐름을 냉정히 바라보라”고 강조했다.

그는 “상당 기간 값싼 자금이 넘쳐나는 ‘칩 머니 시대(cheap money era)’가 이어질 것”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미국 경제가 본격적으로 회복되면 달러 유동성이 시장에 더 풍부해질 것이고, 이에 따라 달러가 약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미국이 양적완화를 종료하고 금리를 올려도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금융시장은 그리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방준비제도의 양적완화 종료와 금리 인상은 예측 가능한 움직임입니다. 시장은 이미 변화를 감지하고 반응하고 있습니다. 이전에도 유사한 경험을 했기 때문에 혼란스러운 모습도 거의 없습니다. 연방준비제도의 정책 변화가 선진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유입니다.”

“값싼 자금 넘쳐나는 ‘칩 머니 시대’ 이어진다”

선진국과 달리 신흥국은 미국의 금리 인상이 부담이다. 각국의 경상수지·외환보유액·인플레이션 등 경제의 펀더멘털에 따라 다양한 상황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외환 관리 시스템이 취약한 신흥 무역국엔 악재다. 단기 투자자들이 자금을 다른 나라로 돌릴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미국의 금리 인상을 예상한 단기 투자자들의 미국 채권 투자액이 크게 증가했다. 자금이 빠져나간 신흥국 증시는 폭락하고 달러화 대비 환율은 오르게 마련이다. 원자재 수출 의존도가 높은 신흥국의 타격도 클 전망이다. 하지만 코웬 교수는 한국이 받을 충격은 미미할 것으로 분석했다.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은 매우 탄탄한 편입니다. 외환 관리 시스템도 정교하고 효율적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과거 외환위기 당시에 비할 바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세계 경제 흐름을 보며 주목해야 하는 국가는 미국이 아니라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중국발 경제 위기가 임박했다는 것이다. 중국은 국내총생산(GDP)의 50% 이상을 인프라에 투자해왔다. 문제는 수요가 없는 상황에서 투자를 강행해왔다는 점이다. 코웬 교수는 “중국의 인프라 투자는 이미 과포화 상태를 넘어서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중국 경제에 거품이 끼여 있는데다 비효율적인 관료 시스템과 부정부패까지 겹쳐 문제 해결능력이 부족하다는 분석이다. 코웬 교수는 “한국이 예의주시하고 대비할 대상은 미국의 금융 정책이 아니라 중국발 금융위기”라고 강조했다.

현재 한국의 최대 무역국은 중국이다. 교역량뿐만 아니다. 양국의 투자액도 사상 최대를 기록하고 있다. 중국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하면 한국이 커다란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코웬 교수는 중국발 위기 파장을 최소화하려면 한국이 중국 경제 의존도를 줄이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최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2%로 인하했는데, 그건 단순히 상처에 반창고를 붙여두는 수준”이라며 “낙후된 서비스 업, 낮은 여성 고용률, 심화되는 빈부격차 해소 등의 3가지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적극적인 움직임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 해결은 중국으로부터의 충격을 대비하는 동시에 한국에서 나타나는 난제를 푸는 데도 도움이 된다. 한국은 고도성장을 이룬 국가다. 하지만 경제 성장이 일자리 증가로 이어 지지 않는 악순환에 빠져들었다. 한국은 제조업 강국이다. 여러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전기· 전자 산업에서도 커다란 성공을 거뒀다. 수많은 세계 일류 기업이 등장했다. 하지만 기업 성장이 일자리 증가에 미치는 효과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막대한 부를 소수의 사람들이 누리는 현상도 한국에선 점점 심해지고 있다. 기술 발전으로 이룬 부를 더 많은 사람이 누리려면 변화가 필요하다.

그는 여성의 경제 참여 수준도 지금보다 더 높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특히 30대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이 경제협력 개발기구(OECD)에서 가장 낮은 편이다. OECD 평균 여성 노동 참여율은 65%지만 한국은 55%에 불과하다.

낙후된 금융산업 발전을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한국의 은행들은 과도한 규제 등으로 후진적 영업 행태를 보이고 있다. 벤처산업은 벤처캐피털이 자발적으로 육성토록 해야 한다. 정부 주도의 정책은 한계가 있다. 산업 현장에서 답이 나와야 문제를 더 쉽게 풀 수 있다는 것이다. 코웬 교수는 “실질적인 일자리는 서비스 분야에서 창출된다”며 “문화·관광과 같은 3차산업 역량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에 피케티 이론 적용은 무리


박근혜 대통령이 10월 10일 대전 KAIST에서 열린 창조경제혁신센터 확대 출범식에 참석했다.
한국에선 부의 재분배와 관련해서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지고 있다. 최근엔 프랑스 파리경제대학의 토마 피케티 교수의 주장에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있다. 한국에서 벌어진 ‘피케티 신드롬’에 대해 코웬 교수는 다소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 피케티 교수는 탁월한 경제학자이지만 평등 모델을 설정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그의 이론을 한국에 적용하기엔 현실과 동떨어진 부분이 많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빈부 격차 문제를 이야기하려면 정교한 분석이 필요합니다. 단순히 기업과 노동자, 사회 구조의 문제로 접근하는 시각은 무리입니다. 대기업마다 상황이 다릅니다. 중견·중소기업은 말할 것도 없고요. 피케티는 이런 문제를 적시하지 않았습니다. 한국이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며 발생하는 문제들, 그리고 남북 문제가 사회에 미치는 변수에 대한 고찰이 없습니다. 솔직히 평등에 대한 권리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석할지는 굉장히 어려운 문제입니다. 소득불평등을 옳고 그름이란 도덕적 기준으로 평가하는 접근 자체부터 무리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한국은 평등의식이 굉장히 강한 나라라고 평가한다. 한국 사회가 다른 국가에 비해 소득불평등을 체감하는 정도가 높다는 것이다. 소득이 불평등할 때 반응하는 정도와 강도가 다른 나라 국민들보다 민감하다. 한국 중산층 소득이 정체하는 조짐이 있다. 코웬 교수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정부가 복지정책에 강한 드라이브를 거는 모습은 긍정적”이 라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올해 27조 원, 내년에는 30조 원을 복지에 사용 할 계획이다. 문제는 재원 마련에 대한 면밀한 대책 없이 복지정책을 강화한 점이다. 대기업과 부자에 대한 증세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각종 사회 간접세도 오르고 있다. 그는 “증세와 재분배는 한국뿐 아니라 세계 모든 국가가 고민하는 주제”라며 “방향은 옳지만 국민의 동의를 얻어내지 못한 정책은 커다란 저항에 부딪히게 마련”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인 창의성 과소평가하는 곳은 한국뿐

코웬 교수는 한국의 창조경제 정책에도 관심을 보였다. 한국 기업과 대학, 연구소가 보유한 다양한 기술을 접목해 새로운 가능성을 찾는 노력을 높게 평가했다. 다만 정부가 창조경제를 강조하며 이끌어 나가는 모습은 무리수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창조경제는 정부가 하라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라며 “정부는 큰 그림을 그리고 민간이 이뤄내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산업 전반에 걸쳐 곳곳에서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현장에 대한 이해력이 기업에 비해 떨어진다.

그럼에도 모든 것을 결정하려 한다면 성과를 얻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의 예를 들어 설명했다. 미국은 수많은 글로벌 벤처기업을 배출한 나라다. 이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수립했고 제도를 정비했다. 벤처캐피털 마켓을 키워 신생 벤처부터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업체까지 자유로운 투자를 유도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 실리콘밸리와 이스라엘 벤처타운이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한국은 정부가 너무 많은 분야에 관여하고 있습니다. 벤처기업을 키우는 정해진 공식은 없습니다. 기업인들이 계속 개발하고 교류하며 키우는 과정이 가장 중요합니다. 창조경제는 정부 주도로만은 어려운 일입니다.”

그는 많은 한국인이 오해하는 점이 있다고 했다. 한국인은 스스로 창의력이 부족하다고 말한다는 것이다. 그는 “창의력 없이 경제 성장이 가능하다고 생각 하는가”라며 “끊임없이 변하는 상황에서 답을 찾아내는 능력은 창의적인 사고에 기인한다”고 말했다. 창의적인 생각을 할 줄 아느냐에 따라 새로운 답을 찾고 가능성을 점치고 이를 적용할 수 있다. 창의력이 부족한 사람은 같은 방식으로만 도전하다 망한다는 것이다. 한국은 끊임없이 새로운 산업에 도전했다. 선진국을 그냥 따라만 한 것이 아니다. 이를 다시 해석하며 경쟁력을 키웠다. 지금 한국이 오른 위치는 그냥 얻은 것이 아니다. 코웬 교수는 “한국인이 가진 창의성을 과소평가하는 곳은 한국 밖에 없다”며 “창의력은 한국인에 내재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경제가 정체기에 접어들었다는 지적엔 동의하지만 한국 경제의 미래가 밝은 편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의 리더들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고민 중인 것을 알고 있다. 그는 한국 리더들이 무리한 성장 드라이브 정책을 버리고 이제는 저성장 기조를 유지하며 경쟁력을 높여가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본다. 특히 몸집을 키우기보단 내실을 다져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안전망을 강화하고 제도를 정비해야 하며 복지 수준을 높여 구성원의 불만을 낮추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본다. 그런 다음 성장을 도모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것이다.

“고민하고 걱정하는 조직에는 미래가 있습니다. 한국 경제인들을 만나면 모두 한국 경제의 미래를 걱정합니다. 걱정하지 않는 나라를 보면 나는 걱정이 됩니다. 예컨대 프랑스를 보면, 경제 관련 문제가 그렇게 많은데 도대체 걱정하지 않습니다. 솔직히 프랑스 리더들이 걱정 좀 했으면 좋겠습니다.”

1260호 (2014.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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