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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최대 인증회사 UL의 키스 윌리엄스 회장 - 미국에서 전자제품 팔려면 UL 마크 필수 

온라인 전자결제, 전기차, 실내 공기질(質)까지 인증 확대 삼성·LG는 아시아의 큰 손 


사진:UL 제공
미국 월마트의 전기전자 매장에 가면 ‘UL’마크가 붙은 제품을 손쉽게 볼 수 있다. 미국 소비자들은 구입 직전에 이 마크를 확인하면서 ‘안전하다’는 확신을 한다. 적어도 미국에서 UL마크는 안전에 대한 신뢰의 상징이다. 올해 창립 120주년을 맞은 미국의 안전 인증 1위 업체인 UL의 키스 윌리엄스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10월 말 방한했다.

삼성전자·LG전자 등과 함께하는 고객의 날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윌리엄스 회장은 “요즘은 전기전자 이외에 안전 분야가 확대돼 스마트폰 같은 정보통신 기기와 의료기기는 물론 신재생 에너지나 자동차까지 UL의 제품 성능 시험을 받고 있다”며 “연평균 220억개의 제품에 UL마크가 붙는다”고 말문을 열었다.

연평균 220억개 제품에 UL 마크 붙어


UL마크는 UL이 만든 표준(규격)을 통과한 제품에만 붙일 수 있다. 제조 업체들은 생산 전 과정에 걸쳐 먼저 UL의 검증을 받아야 한다. 1894년 설립된 UL은 미국 최초의 안전 규격 개발 기관이자 인증 회사이다. 에디슨이 발명한 백열 전구를 여러 업체에서 제조하면서 안전에 대한 표준이 없어 과열로 인한 화재가 자주 발생했다. 그러면서 안전 인증에 대한 새로운 요구가 생겼다. 백열전구에 대한 안전 시험이 행해졌고 여기서 UL의 안전인증 마크가 붙기 시작했다. 결국 미국 의회는 전기법을 제정했고 UL은 전기 제품의 안전성을 시험하는 독보적인 회사가 됐다. 지금까지 120년 동안 ‘공공 안전의 실현(Working for a Safer World)’이라는 설립 이념 아래 전기 안전 인증을 해왔다. 이 회사가 보유한 안전 관련 표준은 1485건이다. 지난해 6만 9795개의 제조업체가 UL 인증을 받아 제품을 생산했다. 임직원 1만 1000명 가운데 절반이 연구개발 또는 과학·엔지니어링 관련 직종에서 일한다. 본사는 미국 시카고에 있다.

윌리엄스 회장은 2005년 UL의 10대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로 영입됐다. 이전에는 의료기기 전문 업체인 메드트로닉 아태지역 지사장으로 일했다. 현재 중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의 모임인 미·중 무역전국위원회(USCBC) 총무, 미국방화협회 의장, 비영리 예술단체인 오페라 멤피스(Opera Memphis) 이사도 겸임하고 있다. 그는 케이스 웨스턴 리저브대학에서 엔지니어링을 전공하고 GE에 입사해 20여 년 동안 물류·마케팅·판매를 담당했다.

UL의 인증 영역이 전기차나 온라인 전자결제까지 확대된다는데.


미국 UL 연구소에서 헤어 드라이어의 과열 시험을 하고 있다.
“예상하지 못한 전자 기술을 융합한 제품이 쏟아져 나온다. 안전 인증 영역이 훨씬 넓고 다양한 산업군으로 확대된다는 의미다. 재생 가능 에너지, 풍력 발전소, 태양광, 전자결제 보안, 작업장 근로 안전, 건강, 환경 등이 대표적이다. 제품 안전 시험 및 인증은 기본이고 환경·성능 시험, 헬스케어 및 의료기기 인증과 컨설팅·교육·세미나에 이르기까지 안전과 관련된 전방위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런 복잡한 신기술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우리는 매일 60여 개의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할 정도로 바쁘다. 매일 업데이트 되는 신기술이나 제품에 대한 서비스를 신속하게 고객들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연구한다. 아울러 신기술 제품군이 생기면 이에 대한 표준을 개발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2차전지 같은 배터리 안전에 대한 연구개발 투자가 대표적이다. 제조업체와 기술개발 단계부터 긴밀하게 협업해 이에 대한 테스트와 인증절차를 빠르게 진행하는 것도 중요하다.”

가령 UL이 인증해준 전기차에 문제가 생겨 소비자가 부상을 입었다면 어떤 책임을 지는가.

“UL이 자동차의 전기 관련 분야를 테스트하고 인증을 제공한 것은 80년 전이다. 자동차 안전 인증은 그동안 미국 자동차기술학회를 비롯, 자동차를 생산하는 여러 국가에서 모두 비슷한 인증 서비스를 제공해 상대적으로 UL의 역할이 크지 않았다. UL은 테스트·검사·인증 분야에서 ‘모두가 합의하는 표준(합의 표준)’을 만들고 해당 제품이 이에 부합하는지를 인증한다.

합의 표준은 해당 제품과 기술 범위에서 가장 합리적인 안전을 보장하는 표준을 의미한다. 이런 표준을 만들고 인증하면서 지난 100년간 수많은 사고를 방지했다고 생각한다. 만일 UL이 이런 테스트나 인증을 하면서 의무 조항을 소홀히 했다면 이에 대한 책임 소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행히 아직까지 문제가 된 사건은 없었다.”

지난해 비영리법인에서 영리법인으로 바뀌었는데(UL은 주주가 없어 배당을 하지 않고 수 천억원 대의 현금을 쌓아 온 것으로 알려졌다).

“모회사는 여전히 비영리 법인이다. 직원 50여 명이 안전 표준을 개발한다. 실제 제품의 테스트와 인증을 담당하는 자회사가 영리법인이다. 이는 표준을 개발하는 부분의 독립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자회사는 이익을 남겨 연구개발 투자를 한다. 이익은 회사의 질적 성장에 쓴다. 지난 5년 동안은 급격히 진화한 안전 영역에 대한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관련 기업을 인수하는 데 사용했다.”

세계 각국의 인증 기관 대부분이 정부 산하다. UL은 민간 업체로 어떻게 독립·객관성을 유지해왔는가.

“UL은 1894년 시카고의 전기 기술자였던 윌리엄 헨리 메릴이 창업한 이래 단 한 번도 정부 소속이거나 산하 기관이었던 적이 없다. 항상 독립적으로 존재했다. 그렇다고 주주의 이익을 대변하는 주식회사도 아니다. 비영리법인 형태로 줄곧 유지해왔다. 이런 독립성은 UL이 객관적이고 엄격하게 기준을 준수하고 표준을 개발할 수 있게 했다.”

요즘 기계 덩어리였던 자동차가 점점 전자제품으로 변신하고 있는데.

“예전 자동차 인증은 제3자 인증 기관이 진입하기 힘들었다. 제3자 인증은 소비자나 유통업체에서 인증을 요구해 진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자동차는 생산부터 판매까지 메이커가 직접 담당했다. 하지만 기계 중심의 자동차가 점점 전자·화학·환경 같은 신기술을 접목해 진화하면서 회사가 이런 부분까지 연구해 인증하기에는 너무 광범위해졌다. 1970년대만 해도 자동차의 전기 부품은 라디오 밖에 없는 기계 덩어리였지만 지금은 기계 부품을 일부 가진 컴퓨터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추세에 따라 자동차의 전기전자 안전 인증은 점차 확대될 것이다. 미국과 일본에서는 전자파(EMC) 적합성 테스트를 한다. 예를 들어 자동차가 TV 전파타워를 지나가는데 에어백이 이 영향을 받아 터지지 않는지를 테스트한다. 자동

차 내부의 실내공기 오염 테스트도 진행한다.”

전기차는 충전 방식이 회사마다 다르다. UL이 충전 표준을 제안 하고 인증할 수 있는가(황순하 UL코리아 사장이 자동차사업 총괄을 맡고 있다).

“전기차 관련 표준은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요소다. 자동차 충전 방식이 업체마다 다른 것은 차별화한 기술이자 노하우라고 판단해서다. 더 나아가 마케팅 전략으로도 사용한다. UL의 역할은 어떤 방식이든 그것이 안전한지를 테스트하고 인증하는 것이다. 업계에 표준을 제안할 수 있지만 영향력이 크지 않을 것이다. 정부 기관이나 국제 기구가 아닌 UL이 기준을 만들어서 사용하라고 강제할 수는 없다. UL은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합의 표준을 만든다. 역으로 자동차 업계에서 요청한다면 합의에 기반해 표준을 만들 수 있다.”

전기전자 제품은 일본에서 한국·중국으로 패권이 넘어가는 추세인데.

“중국에서 일어나는 흥미로운 변화에 대해 말하고 싶다. 중국을 강물 속에 있는 큰 돌로 비유한다면 그 크기나 영향력이 너무 커 돌이 움직이면 강물의 흐름까지 바뀐다고 할 수 있다. 지난 9월 중국에서 처음 개최된 인증 회의에 고위층이 대거 참석했다. 리커창 총리가 발표한 중국의 새로운 산업 정책이 인상 깊었다. 첫째는 중국이 더 이상 ‘Made in China’라는 생산국에 머무르지 않고 자체 설계와 디자인하는 국가로 전환한다는 내용이다. 둘째는 외국 기업의 제조 공장이 아니라 중국의 글로벌 브랜드 육성이다. 자동차·가전·모바일 등에 있어 중국 글로벌 브랜드가 두각을 나타낸다. 셋째는 기존 저렴한 비용으로 제조가 가능하다는 인식에서 벗어나고 품질 제품을 생산하는 것으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다. 중국 내 글로벌 브랜드를 육성하고, 중국에서 개발·설계한 고품질의 제품을 생산하는 게 목표다. 중국의 움직임은 한국뿐 아니라 일본이나 다른 글로벌 경쟁 업체에 영향을 줄 것이다. 이런 중국의 변화하는 움직임을 읽고 어떻게 대응할지 고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른 기관이나 국가에서 인증을 받은 제품을 미국에 수출할 경우 UL에서 다시 인증을 받아야 하는가.

“미국인증시장은 경쟁이 치열하다. 여러 업체들이 서로 인증 마크를 준다. 예를 들어 TV 같은 가전제품은 UL이 미국 표준이다. 어떤 인증 기관이든 지정된 표준을 테스트하고 인증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면 문제가 없다. UL의 표준이 다른 국가에서 표준으로 쓰인다고 해도 UL이 얻는 이익은 없다. 안전 표준은 소비자의 안전을 위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UL은 무상으로 정보를 공개한다. 관련 제품이 안전 표준에 부합하는지, 어떤 기관에서 인증을 받을 것인지는 제조사와 유통업체가 결정한다. 이런 테스트나 인증비용은 무척 저렴하다. 중요한 점은 안전사고 같은 잠재적 위험 요소를 고려했을 때 신뢰할 수 있는 기관을 선택해야 한다. 이런 이유에서 많은 고객들이 UL을 찾는다.”

미국에서 판매하는 전기전자 제품은 UL이 표준이라고 볼 수 있나.

“기본적으로 UL마크는 고객이 선택하는 옵션이다. 고객에게 UL이 가장 좋은 옵션이라고 설명하지만 다른 인증 회사를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 미국 최대의 유통점인 월마트는 매장에서 판매할 전기전자 제품에 UL인증을 요구한다. 월마트에 물건을 공급하려면 UL마크를 받아야 한다.”

앞으로 안전 인증이 어떻게 진화할 것으로 보는가.

“안전에 대한 문제가 점점 복잡하고 다양해진다. 여러 산업들이 서로 융합하는 추세에 따라 제품을 기획하는 단계부터 안전 인증을 고려해야 한다. 완제품의 안전성을 실험하고 인증을 부여하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트렌드를 빠르게 읽고 새로운 표준을 개발하거나 기존 표준을 업데이트하고 이에 대한 방법론을 개발해야 한다. 스마트폰 같은 모바일 기기의 안전성을 테스트할 때는 하드웨어뿐 아니라 전자파, 모바일 결제시스템의 보안성도 평가 대상이다.”

1260호 (2014.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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