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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통관은 변화가 가장 뚜렷한 분야다. 통관시스템 간소화로 수출 시간은 종전보다 36.8%, 수입은 41.3% 단축됐다. 해관은 23개 관리감독 서비스 정책을 새로 발표해 서류 심사승인제도를 서류접수 제도로 간소화했다. 또 인터넷 통관시스템을 도입해 시간을 크게 줄였다.지난해 자유무역구 출범 후 올 7월까지 등록된 기업수는 총 1만 1807개다. 이 중 중국 기업은 1만 446개, 외자 기업은 1361개로 중국 기업이 압도적으로 많다. 해외투자절차 간소화, 위안화 역외 서비스 확대, 자유무역구 설립으로 창출될 비즈니스 기회를 활용하려는 중국 기업이 많아서다. 이 중 한국 기업은 무역(물류 포함) 21개, 전자상거래 11개, 투자관리(부동산 컨설팅) 6개, 문화 2개, 화장품 2개, 유통 2개, 요식 1개 등 모두 45개가 등록됐다. 그러나 상당수 기업이 등록만 하고 실제 업무는 상하이 시내에서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제2의 개혁개방을 위한 실험을 목적으로 자유무역구가 출범 했지만 구체적 세부안 마련이 지연되면서 외자 기업은 기대 속 관망세를 유지하는 분위기다. 중국정부는 자유무역구는 정책 우대혜택을 위한 장소가 아니라 혁신적 개혁개방 정책의 시험 무대라고 강조한다. 이 때문에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개방 수위 및 정책을 상황에 맞게 조정해나간다는 방침이다. 그럼에도 현장 기업들의 생각은 다르다. ‘파격적 우대정책을 기대했지만 아직 뚜렷한 체감효과가 없다’는 아쉬움의 목소리가 크다.자유무역지구에 있는 한국 기업들 역시 비슷한 어려움을 토로한다. 장대했던 큰 그림과는 달리 시행세칙이 미비하다. 또 자유무역구 면적이 협소해 사무실 임차난이 이어지고 있다. 영업 범위가 제한돼 있어 기업이 이익을 창출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의 한 물류회사 관계자는 “지금 당장 피부로 느껴질 만큼의 변화는 없으며 여러 우대 혜택을 보기까지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 같다”고 말했다.큰 기대와 함께 중국 진출을 추진했던 한국계 대형 병원도 벽에 부딪혔다. 성형외과·산부인과 병원 단독 투자를 계획한 한 병원의 관계자는 “(자유무역지구) 관리위원회에서 미국이나 유럽에서 투자한 대형 병원 유치를 희망하고 있어 허가를 받지 못했다”며 분노를 터뜨렸다. 등록자본금이나 설립요건을 맞추더라도 허가를 받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주요 국가의 중간 평가도 다르지 않다. EU상회는 ‘아직 구체적 시행세칙이 불명확해 진입을 관망하는 중’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특히 자유무역구 내 기업 설립 때 공간 제약 문제나 영업 범위 제한 문제가 해결돼야 기업이 더 적극적으로 중국에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상회는 ‘통신·인프라 등 일부 산업을 개방했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외자 기업이 진입하기가 불가능한 산업이 많다’는 점을 강조했다. 독일 역시 ‘의료서비스 기업 진입 때 등록절차가 간편해졌지만 사후 영업범위 허가를 받기 위한 절차는 기존과 달라지지 않았다’는 불만을 토로했다.
임차난과 영업 범위 제한으로 수익성 낮아현재 시진핑 주석 등 지도부가 나서 자유무역구에 대한 적극적 지지와 지원 방침을 표명하고 있지만 2~3년 내에 뚜렷한 성과를 내놓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상하이시 정부는 올 9월 개최된 기업간담회에서 “자유무역구는 홍콩·싱가포르를 표방하겠다는 목표보다 중국 전역에 대한 시장 자유화를 실험하는 무대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중국 전역에 대한 개방 정도와 영향에 대해 실험하고 국무원·정부부처 등과 정책조정뿐 아니라 관련 산업의 법률·법규를 정비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도 덧붙였다.당분간 자유무역구는 외자 기업이 기대하는 성과가 나오기는 힘들 것 같다. 오히려 중국 31개 성시에 개방 범위와 개선정책을 적용하려는 목적이 더욱 커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