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News

상하이 자유무역시험구 출범 1년 - 中 정부와 외국 기업의 동상이몽 

파격 우대 기대했는데 개방 실험만 되풀이 … 기업 불만 쏟아져 

홍창표 KOTRA 중국지역본부 부본부장

중국 상하이 자유무역시험구가 지난해 9월 발족했다. 중국의 개방 경제 정책을 시험할 수 있는 무대라는 점에서 기대가 컸지만 지난 1년 동안 많은 과제만 남겼다.
시진핑 정부의 경제실험 무대인 ‘상하이 자유무역시험구(이하 자유무역구)’가 9월 29일로 출범 1년을 맞았다. 중국이 상하이 발전전략의 일환으로 자유무역구를 논의한 시기는 지금으로부터 8년 전인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존의 저임금 기반 경제성장 모델이 한계에 봉착하면서 새로운 경제성장 동력을 발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시점이었다. 그로부터 2년 후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면서 잘 나가던 중국 경제도 큰 타격을 입었다. 경제성장을 주도하던 견인차였던 수출이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결국 800조 원이라는 막대한 돈을 시장에 풀어 위기를 모면했지만 후유증은 만만찮았다.

이런 배경에서 태동한 자유무역구는 낙후된 금융·서비스업을 육성해 제조업의 경쟁력까지 향상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금융·서비스업에 대한 ‘빗장’을 풀고 교역을 활성화하는 기반을 만들어 중국 경제의 개방과 시장화를 확대하는 창구로 활용하겠다는 의도가 있었다. 장기적으로 상하이를 세계적 경제·무역·금융·물류허브로 육성한다는 비전도 세웠다.

‘리코노믹스’의 평가무대

자유무역구의 탄생은 중국의 경제구조를 국가주도형 경제성장 방식에서 시장주도형으로 전환하고자 하는 ‘시리(시진핑과 리커 창)’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됐다. 특히 리커창 총리의 애착이 강했다. ‘리코노믹스’ 경제이론의 첫 평가무대라는 점에서도 자유 무역구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리 총리는 경제성장 과정에서 과도한 대출 및 투자, 과잉생산과 같은 오랜 악습을 버려야 한 다고 생각했다. 동시에 정부 통제를 최소화해 시장메커니즘을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존의 지도자들과 달리 경제학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의지가 확고했다.

상하이 자유무역구가 출범한지 1년이 지난 시점에서 지금까지의 운영성과를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자유무역구 출범 때 제시한 5대 목표는 ‘금융시스템 개편과 개방확대’ ‘투자영역 추가 개방’ ‘무역통관 간소화’ ‘기업 설립 및 운영 관리감독제도 개선’ ‘법제 정비’ 등이다.

가장 큰 관심을 모은 것은 금융 분야의 개혁이다. 자본주의 국가에서도 쉽지 않은 일이기에 성공 여부에 이목이 집중됐다. 중국 정부는 장기적으로 위안화 자유태환제도를 실시하고 시장메커니즘에 따른 이자율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지금까지 진행 과정을 보면 시장 리스크 최소화를 전제로 한 매우 점진적이고 단계적인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눈에 띄는 성과는 위안화 무역결제, 직접투자 간소화, 비은행기관 대상 위안화 해외 대출 허용, 자유무역구 계좌 개설 등이다.

투자영역의 추가 개방 분야에서도 약간의 성과가 있었다. 대외 문호 개방의 폭을 넓히고 관련 업종을 구체적으로 분류하는 성과를 올렸다. 하지만 중앙정부 부처별로 17만 개에 달하는 산업별 관련 정책 규정을 조정해야 하기 때문에 실제 기업의 투자로 연결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또 구체적인 실시 조례가 없고, 공간이 제한적이어서 실제로 기업이 허가를 받기가 쉽지가 않다. 자유무역구 내 등록기업은 해외 투자 때 10억 위안까지는 간단한 심사만으로도 가능하도록 절차를 간소화 한 대목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무역통관은 변화가 가장 뚜렷한 분야다. 통관시스템 간소화로 수출 시간은 종전보다 36.8%, 수입은 41.3% 단축됐다. 해관은 23개 관리감독 서비스 정책을 새로 발표해 서류 심사승인제도를 서류접수 제도로 간소화했다. 또 인터넷 통관시스템을 도입해 시간을 크게 줄였다.

지난해 자유무역구 출범 후 올 7월까지 등록된 기업수는 총 1만 1807개다. 이 중 중국 기업은 1만 446개, 외자 기업은 1361개로 중국 기업이 압도적으로 많다. 해외투자절차 간소화, 위안화 역외 서비스 확대, 자유무역구 설립으로 창출될 비즈니스 기회를 활용하려는 중국 기업이 많아서다. 이 중 한국 기업은 무역(물류 포함) 21개, 전자상거래 11개, 투자관리(부동산 컨설팅) 6개, 문화 2개, 화장품 2개, 유통 2개, 요식 1개 등 모두 45개가 등록됐다. 그러나 상당수 기업이 등록만 하고 실제 업무는 상하이 시내에서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제2의 개혁개방을 위한 실험을 목적으로 자유무역구가 출범 했지만 구체적 세부안 마련이 지연되면서 외자 기업은 기대 속 관망세를 유지하는 분위기다. 중국정부는 자유무역구는 정책 우대혜택을 위한 장소가 아니라 혁신적 개혁개방 정책의 시험 무대라고 강조한다. 이 때문에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개방 수위 및 정책을 상황에 맞게 조정해나간다는 방침이다. 그럼에도 현장 기업들의 생각은 다르다. ‘파격적 우대정책을 기대했지만 아직 뚜렷한 체감효과가 없다’는 아쉬움의 목소리가 크다.

자유무역지구에 있는 한국 기업들 역시 비슷한 어려움을 토로한다. 장대했던 큰 그림과는 달리 시행세칙이 미비하다. 또 자유무역구 면적이 협소해 사무실 임차난이 이어지고 있다. 영업 범위가 제한돼 있어 기업이 이익을 창출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의 한 물류회사 관계자는 “지금 당장 피부로 느껴질 만큼의 변화는 없으며 여러 우대 혜택을 보기까지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 같다”고 말했다.

큰 기대와 함께 중국 진출을 추진했던 한국계 대형 병원도 벽에 부딪혔다. 성형외과·산부인과 병원 단독 투자를 계획한 한 병원의 관계자는 “(자유무역지구) 관리위원회에서 미국이나 유럽에서 투자한 대형 병원 유치를 희망하고 있어 허가를 받지 못했다”며 분노를 터뜨렸다. 등록자본금이나 설립요건을 맞추더라도 허가를 받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주요 국가의 중간 평가도 다르지 않다. EU상회는 ‘아직 구체적 시행세칙이 불명확해 진입을 관망하는 중’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특히 자유무역구 내 기업 설립 때 공간 제약 문제나 영업 범위 제한 문제가 해결돼야 기업이 더 적극적으로 중국에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상회는 ‘통신·인프라 등 일부 산업을 개방했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외자 기업이 진입하기가 불가능한 산업이 많다’는 점을 강조했다. 독일 역시 ‘의료서비스 기업 진입 때 등록절차가 간편해졌지만 사후 영업범위 허가를 받기 위한 절차는 기존과 달라지지 않았다’는 불만을 토로했다.

임차난과 영업 범위 제한으로 수익성 낮아

현재 시진핑 주석 등 지도부가 나서 자유무역구에 대한 적극적 지지와 지원 방침을 표명하고 있지만 2~3년 내에 뚜렷한 성과를 내놓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상하이시 정부는 올 9월 개최된 기업간담회에서 “자유무역구는 홍콩·싱가포르를 표방하겠다는 목표보다 중국 전역에 대한 시장 자유화를 실험하는 무대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중국 전역에 대한 개방 정도와 영향에 대해 실험하고 국무원·정부부처 등과 정책조정뿐 아니라 관련 산업의 법률·법규를 정비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당분간 자유무역구는 외자 기업이 기대하는 성과가 나오기는 힘들 것 같다. 오히려 중국 31개 성시에 개방 범위와 개선정책을 적용하려는 목적이 더욱 커 보인다.

1260호 (2014.11.10)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