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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 카카오톡 금융 서비스 앞두고 머리 복잡한 은행들 - 고객 뺏길까 걱정 새 먹거리 출현에 반색 

카카오+은행의 모바일 전자지갑 개념 금융사고 땐 책임소재 불분명 

김성희 이코노미스트 기자 bob282@joongang.co.kr

“카카오톡에서 비밀번호만 알면 쉽게 송금할 수 있는 데 스마트폰을 잃어버리거나 금융사기라도 당하게 되면 그 피해를 생각해봤어요?”(A은행 IT본부 팀장)

“4700만 명의 카카오톡 사용자들이 모바일 결제 서비스를 이용한다면 은행의 모바일뱅킹 시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을까요.”(B은행 스마트 금융사업단 부장)

‘뱅크월렛 카카오(bank wallet kakao, 이하 뱅카)’ 시행을 앞두고 은행 관계자들의 속내가 복잡하다. 뱅카는 카카오톡을 통해 송금과 소액 결제를 할 수 있는 서비스다. 11월 6일부터 시행된다. 이를 위해 다음카카오는 전국 15개 은행과 제휴를 맺었다. 뱅카는 자신의 은행계좌에 있는 돈을 카카오톡 가상 계좌에 최대 50만 원까지 이체(충전)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카카오톡 친구끼리는 하루 10만 원까지 송금할 수 있다. 또 인터넷 쇼핑몰이나 모바일 쇼핑몰, 근거리무선통신(NFC) 단말기가 설치된 곳에선 소액 결제도 할 수 있다. 결제수단을 뱅카로 선택하고 PIN(개인식별) 번호를 입력하면 가상 계좌에 있는 잔액 내에서 결제할 수 있다. 일종의 모바일 전자지갑이다.

뱅카를 사용하려면 스마트폰에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한 뒤 자신의 은행계좌를 등록하면 된다. 은행계좌를 등록할 때 처음 1회만 본인 인증을 하면 된다. 그 뒤로는 비밀번호만 누르면 간편하게 돈을 보낼 수 있다. 인터넷뱅킹에 가입한 14세 이상만 활용할 수 있고, 1기기에 1계좌만 허용된다. 뱅카에는 거래 은행 현금카드 기능도 넣어 은행 자동화기기(ATM)에서 현금을 인출하고 잔액 조회도 가능하다. 단, 뱅카가 학교폭력에 악용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중·고등학생의 송금 기능은 차단했다.

뱅카 시행을 앞두고 금융권은 걱정 반 기대 반이다. 다른 금융권과 달리 은행들은 걱정이 앞선다. 다음카카오의 금융시장 진출이 반가울리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모바일 전자지갑 서비스를 해온 은행들은 3700만 명의 사용자를 등에 업고 금융시장에 진출한 다음카카오에 주도권을 뺏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뱅카는 기존 은행들의 모바일 전자지갑 서비스와 유사하다. 시중 은행들은 몇 년 전부터 모바일 전자 지갑 애플리케이션을 내놓고 있다. 모바일 전자 지갑의 강점은 송금이다. 그러나 뱅카에 송금 기능이 더해지면서 은행 전자 지갑의 경쟁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또 뱅카의 송금 수수료도 100원 안팎으로 은행보다 낮다. 뱅카는 사용자 유치를 위해 서비스 초기에는 송금 수수료를 받지 않기로 했다. 은행권은 모바일뱅킹에서 다른 은행으로 송금할 경우 기존 급여이체나 우수 고객의 경우에는 수수료를 면제하고 있지만 그 외에는 건당 일정한 수수료를 받고 있다. 공영규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카카오톡은 탄탄한 사용자 기반을 갖췄기 때문에 뱅카 서비스가 안착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15개 은행-카카오 송금·소액 결제서비스 참여


지난 9월 먼저 시장에 진출한 카카오페이도 예상보다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다음카카오는 지난 9월 KB국민·신한·현대카드 등 국내 9개 신용카드사와 제휴해 모바일 결제 서비스인 카카오페이를 시작했다. 카카오 간편 결제는 기존 신용카드를 카카오톡앱에 등록한 후 모바일 결제 때 간단한 비밀번호만으로 결제할 수 있다.

보안을 위해 LG CNS의 간편 결제 서비스 ‘엠페이 (MPay)’를 적용했다. 가입자는 한 달 만에 120만 명을 넘었다. 뱅카는 카카오페이보다 파급력이 더 클 수 있다. 하지만 은행들은 다음카카오의 금융시장 진출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처지다. 정부가 IT·금융 융합 트렌드에 대응한다는 명분으로 뱅카를 적극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최근 뱅카 시연장에 참석해 “뱅카에 결제 한도(최대 50만 원)가 있는 것이 금융규제 때문이라면 이를 적극적으로 나서서 풀겠다”고까지 말했다.

여러모로 뱅카 등장이 반갑지는 않지만 기대감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카카오톡 사용자들이 전자지갑의 편리성을 느끼면 새로운 고객층을 늘릴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에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금융권의 독자적인 사업보다는 영향력이 있는 사업자와 협업을 하면 시장에서의 성공 가능성이 커진다”며 “은행계좌를 활용한 새로운 결제시스템을 만들어 거래를 한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뱅카와의 제휴를 관망했던 하나 은행이 뒤늦게 제휴를 맺은 것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시장 기대만큼 활성화되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서비스 초기인 만큼 인프라가 미비하고 가맹점 부족 등으로 결제 서비스가 활성화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보안성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지난 5월 고객 1000명을 상대로 전자지갑 사용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전자 지갑을 단 한 번도 이용해 본 적이 없다고 말한 응답자가 전체의 39.5%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50.4%는 ‘개인정보 유출을 걱정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보안이 생명인 금융거래에서 카카오톡으로 송금하는 고객이 얼마나 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보안 우려에 대해 금융결제원과 카카오 측은 “세계 최고 수준의 보안 기술을 적용했기 때문에 안전하다” 는 입장이지만 휴대전화 분실 혹은 해킹 때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보안 기술이 최고라고 해도 인간적인 실수를 노린 스미싱 혹은 피싱의 위험성을 원천 차단하는 것 또한 어렵다. 여기에 금융사고가 실제 발생했을 경우 책임 소재가 모호하다는 지적도 많다. 현재 전자금융거래법으로는 인터넷· 모바일뱅킹을 이용하면서 보안사고가 발생하면 1차적인 책임을 은행이 지게 된다. 소비자의 책임 여부는 은행이 입증해야 한다. 그러나 뱅카를 서비스하는 다음카카오는 IT 회사로, 금융당국의 감독이나 전자금융거래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

은행권, 기존 전자지갑 서비스 강화로 맞불도

한편 은행들은 기존의 전자 지갑과 모바일뱅킹 서비스를 강화하며 뱅카의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하나은행의 ‘하나N월렛’은 최근 ‘GS리테일과 제휴를 맺어 결제 가능한 가맹점을 확대했다. 우리은행은 최근 은행권 앱 중 가장 적은 용량으로 설치와 업데이트가 가능한 ‘뉴(New) 원터치 스마트뱅킹’ 서비스를 시작했다. 최초 화면도 조회·이체·출금 등 가장 많이 쓰는 뱅킹 거래와 금융센터로 분리했다. 신한은행은 최근 직불 결제가 가능한 ‘마이 신한 페이’를 출시했다. IB K기업은행도 전자지갑 앱 ‘IB KONE머니’를 개편 중이다.

1260호 (2014.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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