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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 차량 공유 서비스 ‘우버’ 논란 - 개인택시와 ‘적과의 동침’ 선언 

개인택시와 ‘적과의 동침’ 선언 


우버 이용자가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주변 차량을 검색하고 있다. 우버는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차량 공유 서비스다.
#1. 직장인 양정훈(29)씨는 지난 금요일 밤 서울 논현동 부근에서 열린 동창회 모임에 참석했다. 오랜 만에 만난 친구들과 술자리가 길어지다 보니 시계는 어느새 밤 12시를 가리켰다. 취기가 오른 김씨 일행은 신논현역 근처에서 택시를 잡으려 애썼다. 그러나 수 십 대의 빈 택시가 그들을 지나쳤다. 어쩌다 차를 세운 택시도 창문만 살짝 내린 채 “어디까지 가느냐”고 묻고는 원하는 행선지가 아니면 내빼기 일쑤였다. 김씨는 “금요일 밤에 강남역에서 택시를 잡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며 “결국 택시를 잡지 못한 몇몇 친구들과 함께 지하철 막차를 타고 귀가했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2. 서울의 한 IT업체에 근무하는 김은혜(32)씨는 업무 특성상 야근이 잦은 편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밤늦게 귀가할 때는 주로 콜택시를 불렀다. 그러나 10월 말 ‘우버(Uber)’를 알게 된 후부터 이젠 콜택시 대신 이용하고 있다. 김씨는 “콜택시를 부르면 수수료 2000원을 추가로 내야 하지만 우버는 추가 요금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시내가 붐비는 밤 시간대에는 콜택시를 불러도 배차가 잘 되지 않는데 그럴 때 우버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근처 차량을 검색하면 손쉽게 이용할 수 있어 만족한다”고 덧붙였다.

‘우버테크놀로지(이하 우버)’는 승객과 운전기사(차량)를 연결 해주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기업이다. 쉽게 말해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택시회사에 전화하는 대신 스마트폰 앱으로 차량을 부른다. 승차 거부나 불친절한 기사의 태도에 택시 이용을 꺼리던 승객들에게 우버는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우버 창업자 트레비스 칼라닉은 ‘모든 운전자를 기사로 만든다’는 구상으로 이 기술 플랫폼을 만들었다. 기존 렌터카 업체나 개인 소유의 차량이 우버에 등록돼 승객을 태운다.

세계 곳곳에서 택시기사 항의로 불법 규정

승객들이 우버를 이용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스마트폰에 우버 앱을 깔기만 하면 된다. 회원 가입 때 등록한 신용카드로 요금이 자동 결제된다. 택시기사에게 따로 현금을 낼 필요가 없다. 하차 때 이동거리와 소요시간 등이 적힌 영수증도 e메일을 통해 받아볼 수 있다. 요금은 날씨와 시간, 요일 등을 고려해 차등적으로 책정된다. 비나 눈이 오는 궂은 날이나 이용객이 많은 밤 시간대는 가격이 오르고, 평일 낮 시간대는 가격이 내려간다.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변동되는 식이다.

이 회사는 차량이 필요한 승객과 차를 가진 운전자를 연결한다는 점에서 택시 서비스 업체이자 운송 업체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우버 소유의 차량이나 기사는 전혀 없다. 말 그대로 양측을 연결하는 중간 다리 역할만 할 뿐이다. 우버는 2010년 6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첫 서비스를 시작한 후 4년 만에 전 세계 44개국, 170여 개 도시에 진출했다. 국내에선 지난해 8월 서비스를 시작했다. 전 세계적으로 하루에 우버를 이용하는 승객 수만 5만여 명에 달한다. 기업 가치는 약 18조6000억 원으로 추산된다.

우버 서비스가 인기를 끌면서 논란도 커지고 있다. 우버 본사가 있는 샌프란시스코만 해도 규제를 촉구하는 택시기사들의 항의로 합법 결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프랑스 파리와 독일 베를린·함부르크에서는 지난 9월 우버 영업을 잇따라 불법으로 규정해 영업금지 처분을 내렸다. 이와 달리 미국 워싱턴 의회는 10월 28일 우버 합법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는 미국 내에서 이뤄진 첫 합법화 사례다. 관계자들은 이번 합법화 조치가 미 전역으로 확대될 것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우버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두 가지다. 소비자는 ‘공유 경제의 흐름’이라는 입장이지만 업계는 ‘불법 택시영업’으로 보고 대응에 나섰다. 서울시는 이미 지난해 우버를 불법 영업으로 경찰에 고발하는 한편 직접 단속에 나서 우버 운전자에게 벌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기존 택시 업계를 보호하기 위해 우버를 금지하는 법안도 발의했다. 현행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 따르면 자가용이나 렌터카로 승객을 태우고 요금을 받는 행위는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운전사의 자질 문제도 거론된다. 우버는 크게 우버블랙과 우버엑스, 우버택시로 나뉜다. 우버블랙은 애초 우버가 내세운 고급 운송 서비스다. 우버블랙을 선택하면 벤츠나 BMW 등 고급 외제 차종이 도착한다. 운전 기사가 직접 차 문을 열어주고, 뒷좌석에는 생수가 서비스로 비치돼 있다. 요금은 일반 택시의 2~3배로, 모범택시와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우버블랙에 동원되는 차량들은 렌터카 업체 차량이고, 기사 역시 업체가 고용한 사람들이다.

우버엑스는 자가용 운전자가 자신의 차량을 등록해 운행한다. 요금도 일반 택시요금 수준이고, 기사의 친절도나 서비스면에서도 기존 택시와 크게 차별화되진 않는다. 특히 자가용을 가진 운전면허취득자면 어렵지 않게 등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승객의 안전 보장에 의문을 제기하는 의견이 많다. 이에 우버 측은 “경찰서로부터 신원조회서를 받아와야 기사로 등록할 수 있다”며 “모든 기사가 개인 보험에 가입돼 있고, 사고 발생 때 우버코리아가 나서 보상할 계획”이라고 주장했다.

우버는 승차 때 기사의 신원이 표시되고, 하차 때 승객이 만족도를 평가할 수 있다. 이때 고객의 평가가 좋지 않으면 운전자 등록이 취소된다는 점을 들어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다는 입장이다. 우버 관계자는 “ 불친절한 기사나 승객은 평점에 따라 자동으로 걸러지는 시스템을 갖췄다”며 “차량의 이동경로가 실시간으로 표시되고 이를 SNS나 문자를 통해 지인과 공유 할 수 있어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택시 업계의 반발을 잠재우고, 승객의 안전을 도모하고자 우버는 10월 23일부터 우버택시 서비스를 추가해 선보이고 있다. 우버블랙·우버엑스에 이어 도입한 우버택시는 기존 개인택시와 택시 업체를 우버 시스템에 등록한 것이다. 우버에 등록된 차량 중에 가까운 곳에 위치한 택시가 호출을 받아 승객을 태운다. 기존 콜택시를 부르는 수단이 전화인데 반해 앱을 이용하는 것만 다를 뿐 동일한 방식이다. 책정 요금도 같고, 미터기에 찍힌 대로 받을 수 있어 일반 택시와 차이점이 거의 없다.

우버택시, 호출 수수료 없어

다만 콜택시를 호출하면 승객이 수수료를 부담해야 하지만 우버택시는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우버택시는 이미 일본·싱가포르·홍콩 등지에서 서비스되고 있다. 기존 택시 업계를 끌어들여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편이다. 우버 측은 “택시기사들에게 여정 1건당 2000원의 유류 보조비를 지급해 콜택시 수수료 수입을 충당할 수 있다”며 “싱가포르·도쿄·홍콩 등지의 택시기사들은 우버택시를 통해 수익이 30~40% 개선됐다”고 말했다. 알렌 펜 우버 아시아지역 총괄 담당 대표는 “우버 서비스는 승객과 기사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대표적인 공유경제 서비스”라며 “서울 택시기사들도 추가적인 소득을 올릴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현재 우버택시는 개인택시 위주로 영업을 하고 있다. 아직 우버블랙이나 엑스에 비해 이용할 수 있는 차량이 제한적이다. 우버 측은 이용이 가능한 택시를 늘리기 위해 서울택시운송사업 조합과 논의 중으로, 법인택시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우버의 대표적인 현지화 전략인 ‘적과의 동침’이 서울에서도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

1261호 (2014.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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