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오상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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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1259호 커버스토리(22~38쪽)는 ‘살아남을 기업의 비밀’이 주제였다. 바뀐 시장 환경에 맞게 혁신해 도약한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을 취재했다. 영실업은 바람직한 형태의 혁신을 잘 보여주는 회사다. 영실업을 단순히 장난감을 만드는 회사로 기억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수십 년에 걸쳐 변신을 시도했고, 지금은 어린이 콘텐트 전문기업으로 발돋움했다.한찬희 영실업 대표는 “10년 단위로 혁신을 거듭해 34년의 역사가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처음 10년 동안 영실업은 해외 브랜드 장난감 파워레인저·바비 등을 유통하는 회사였다. 하지만 해외 브랜드들이 국내에 직접 지사를 세워 활동하는 바람에 판로가 막혔다. 그러자 말론인형 쥬쥬, 콩순이 등의 자체 브랜드를 개발해 제작·판매하는 회사로 탈바꿈했다. 그렇게 10년이 흐르자 또 다시 위기가 찾아왔다. 값싼 중국 제품이 시장에 쏟아지면서 단순 제조업으로는 살아남기 힘든 시장이 됐다. 2009년 어린이 애니메이션 시리즈 ‘또봇’을 제작하고 관련 완구제품과 라이선스로 수익을 올리는 기업으로 발전했다.자동차 변신로봇 ‘또봇’은 속된말로 대박을 쳤다. 애니메이션과 완구를 동시에 제작한 국내 첫 사례다. 과거에는 특정 애니메이션이 인기를 끌면 완구회사와 계d약을 맺어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또봇은 애니메이션 기획 단계 때부터 완구 제작을 염두에 뒀다. 자동차회사·방송사·유통회사 등과 파트너십을 맺고 매출을 올릴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연구했다. 시장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등장 캐릭터에 다양한 성격을 반영해 교육용으로도 손색이 없는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다. 부모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변신로봇이 등장하니 금상첨화였다. 애니메이션이 인기를 끌자 완구 수요는 예상을 초월했다. 지난해 크리스마스에는 물량이 달려 부모들이 또봇을 구하기 위해 동분서준 하는 ‘또봇 대란’까지 일었다. 매출도 급증했다. 2009년 200억원 수준이던 매출은 지난해 760억원으로 뛰었다. 올해는 1000억원 달성을 목전에 두고 있다.
또봇의 성공에는 한 대표의 역할이 컸다. 그는 2002년 영실업 회계팀에 입사해 첫 인연을 맺었다. 2004년 관리부 팀장,2007년 최고재무책임자(CFO)를 거쳐 2012년부터 영실업 대표를 맡고 있다. “장난감만 만들던 회사가 애니메이션까지 직접 만든다는데 주변의 우려가 많았어요. 과거 애니메이션 제작사와 협업한 경험을 잘 살리면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어떻게든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하는 시기이기도 했죠.”최근에는 또봇의 뒤를 이어 ‘시크릿 쥬쥬’ ‘바이클론즈’ 등을 선보였다. 바이클론즈는 자전거를 주제로 한 애니메이션이다.캐릭터를 살린 완구 매출이 늘어난 것은 물론이고, 자전거 제작회사와 파트너십을 맺고 새로운 분야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이제 그 바통은 ‘콩순이’가 이어 받는다. 11월 말 첫 선을 보일 예정이다. 콩순이는 1999년 영실업이 개발한 자체 브랜드 캐릭터다. 이 캐릭터를 살려 3~4살 여자아이를 타깃으로 애니메이션을 제작했다. 아이가 가족·친구·선생님 등 주변 인물과 관계를 맺어나가는 과정을 다룬다.30년을 숨가쁘게 달려온 영실업의 앞으로 10년은 어떻게 꾸려질까? 한찬희 대표의 꿈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우리가 제작한 애니메이션이 저녁 시간 안방극장에서 방영되는 것이 꿈입니다.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콘텐트를 만들고 싶습니다. 아이들에게 사랑 받는 캐릭터, 어른들의 흥미를 끌 수 있는 교육적이고 참신한 스토리가 있어야 가능한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