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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d | 김정윤의 ‘요리로 본 세상’ ③ 말레이시아 ‘로티 티슈(roti tissue)’ - 밀가루 반죽 휴지장처럼 얇게 늘려야 제맛 

인도에서 유래 … 말레이시아 젊은이들 ‘국민 간식’ 

디저트 전성시대다. 싱글족은 간단한 디저트류와 음료로 식사를 해결한다. 주말마다 디저트를 찾아다니는 젊은 맞벌이 부부도 많다. 이왕 먹는 거 맛있는 음식을 먹겠다는 분위기다. 다이어트를 하더라도 디저트는 포기할 수 없다는 여성도 많다. 해외 유명 디저트 브랜드 ‘몽슈슈’, ‘제르보’ 등이 국내 시장에 잇따라 진출하는 것도 디저트 열풍을 반영한다. 국가별 대표 디저트와 이에 얽힌 이야기를 연재한다.

미국인들이 주로 사용하는 ‘카우치 포테이토(cough potato)’라는 단어가 보통명사로 굳어진 지 오래다. 주말 쉬는 날이면 TV 앞 카우치(우리나라 소파)에 누워 한 손에는 리모콘을 들고 다른 손으로는 봉지 안에 든 얇은 포테이토칩을 기계처럼 입안으로 집어넣는 사람들을 말한다. 방송 내용이 조금이라도 지루하다 싶으면 가차 없이 채널을 돌리고, 연신 와삭와삭 소리를 내며 시간을 보내는 사람, 주로 집안에 틀어박혀 시간을 죽이는 젊은 세대를 일컫는 속어다. 그야말로 ‘방콕’인 셈인데, 햇볕 좋은 늦가을 날 그를 바라보는 가족들의 심정은 과연 어떠할까.

최근에는 그 대상이 컴퓨터와 아이들로 바뀌면서 ‘마우스 포테이토(mouse potato)’라는 자조적인 신조어까지 등장했다고 한다. 이러다간 조만간 ‘스마트폰 포테이토(smart phone potato)’라는 단어까지 나오지 않을까 걱정이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미국인들이 끊임없이 찾는 간식 1위는 포테이토칩이라는 것이다. 그건 바로 한입 깨물었을 때 느껴지는 바삭한 식감 때문이다. 굵은 감자를 최대한 얇게 썰어 기름에 튀겨 내면 조금만 힘을 줘도 ‘바삭’ 혹은 ‘와삭’ 소리를 내며 여러 조각으로 쪼개지는 포테이토칩이 완성된다. 부피는 크지만 실제 내용물은 적어 간식으로 먹기에도 딱 좋은 과자이다.

바삭한 식감에 국민 간식으로 인기

미국의 반대편에 위치한 말레이시아에도 바삭한 식감때문에 국민적 사랑을 받고 있는 디저트가 있다. 비록 감자는 아니지만 최대한 얇게 편 밀가루 반죽을 기름에 구워 바삭하게 만든 ‘로티 티슈(roti tissue)’가 바로 그것이다. 모양도 삼각뿔 형태로 예뻐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로 관광 떠난 한국의 젊은이들이 기를 쓰고 로티 티슈 맛집을 찾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현재 말레이시아 젊은이들 사이에 ‘국민 간식’으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로티 티슈는 과연 언제 등장했을까. 고대 인도의 종교문화 전파 경로를 잘 살피면 답이 보인다. 당시 종교와 식생활에는 밀접한 관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5~6세기 무렵 인도는 말레이시아인들에게 힌두 문화와 불교문화를 전달해준다. 동시에 인도 음식인 로티도 함께 건너왔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 물론 이 대목에서 ‘인도의 빵이 난(Naan) 아니냐’는 의문을 가질 수 있겠지만 사실 난도 로티 중 한 종류로 보면 된다.

국경을 넘어온 로티는 인도계 말레이시아인들이 운영하는 ‘마막(Mamak)’에서 로티 차나이, 로티 티슈 등으로 이름이 바뀌면서 인기를 이어갔다. 원래 마막은 인도계 무슬림들을 비하하는 용어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들이 운영하는 음식점을 부르는 용어로 변했다. 간단한 먹거리를 파는 노점, 혹은 작은 가게들로 우리나라로 따지자면 포장마차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또한 ‘로티 티슈’라는 이름을 자세히 뜯어보면 좀 더 정확한 정보를 알 수 있다. 로티 티슈에서 ‘로티’는 말레이어와 힌두어로 빵을 의미한다. 그리고 티슈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휴지’를 뜻한다. 센스 있는 독자라면 이미 상황을 짐작했으리라.

아이스크림과 함께 먹으면 환상의 궁합

밀가루 반죽을 종잇장으로 만드는 것도 어려운데 휴지장처럼 늘리려면 엄청난 노력이 들어가는 것은 당연지사. 결국 로티 티슈는 감자칩과 달리 아무 곳에서나 먹기는 힘든 디저트이다. 오랜 시간 숙련된 요리사만이 제대로 된 맛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두툼한 반죽을 돌리며 늘려 휴지장처럼 만들 수 있는 말레이시아판 ‘반죽의 달인’이 있는 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디저트다. 이렇게 반죽을 얇게 펴는 과정이 중요하기 때문에 일반 사람들이 가정에서 로티 티슈를 만들어 먹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다행히 서울 이태원의 말레이시아 전문 음식점 ‘사바로’에서 맛볼 수 있다. 로티 티슈는 반죽을 얇게 펴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사람이 없는 시간대에 방문해야 제대로 된 맛을 볼 수 있다.

만드는 방법

로티 티슈의 재료는 간단하다. 밀가루, 소금, 물, 버터(혹은 마가린) 그리고 약간의 설탕만 있으면 준비 끝이다. 문제는 최대한 얇게 펼치는 기술이다. 먼저 약간의 설탕을 남기고 모든 재료를 넣어 잘 섞어 반죽을 만든다. 이렇게 탱탱해진 반죽은 한쪽을 잡고 바닥에 내려치듯 돌리며 얇게 늘려준다. 이렇게 얇아진 반죽을 기름칠한 판판한 판에 올려놓고 마가린과 설탕을 뿌려 원뿔모양으로 말아주면 바삭하고 달콤한 로티 티슈가 완성된다. 반죽을 말 때 재빨리 말지 않으면 모양 그대로 굳어 버려 원뿔모양이 나오지 않을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또 반죽을 판에 구울 때 가장자리가 말려 두꺼워지기 때문에 가장자리는 잘라버리는 것이 얇은 두께를 유지하는 포인트다. 이렇게 완성된 로티 티슈는 꿀이나 연유, 갈아놓은 견과류를 겉에 뿌려먹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아이스크림에 찍어 먹어야 제일 맛있다. 막 구워 바삭바삭한 로티를 부드러운 아이스크림에 살짝 찍어 입 속으로 넣으면 다양한 식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김정윤 - 쉐프이자 푸드칼럼니스트. 경기대 외식조리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스타 쉐프로 유명한 제이미 올리버가 운영하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Jamie’s Italian’에서 쉐프로 일했다.

1263호 (2014.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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