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로 퇴직연금 운용에 손익 역전 현상
미국 401K 도입으로 백만장자 월급쟁이 쏟아져앞으로 금리가 더 떨어지고 퇴직연금 규모가 커질 경우 퇴직연금의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가능성이 크다. 퇴직연금의 부실 문제로 경영난에 허덕이다 도산한 미국과 일본 기업들의 전철을 밟을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의 GM과 델타항공 등은 금융위기 때 퇴직연금 부실이 경영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문을 닫을 뻔한 적이 있다. 전문가들은 저금리 시대에 DB형을 고집하는 것은 제 발등 찍기나 다름 없다며 빨리 DC형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그게 기업의 재정건정성을 도와주면서 개인에게는 연금수급권을 강화해줘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미국은 1981년 우리의 DC형과 비슷한 401K를 도입한 후 근로자들이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면서 증시에 든든한 매수 기반이 형성되는 가운데 주가도 크게 올라 백만장자 월급쟁이가 쏟아졌다. 1981년 2000선이었던 다우지수가 30여년 만에 1만8000선을 바라보는 배경엔 401K의 역할이 컸다.DC형 전환이 이루어진다 해도 지금처럼 원금보장형을 선호하게 되면 아무 소용이 없다. 원금보장형은 보유 자산을 잠재우는 거나 마찬가지다. 저금리 시대엔 주식·펀드 등 실적배당 상품이 아니고서는 절대 은퇴자산을 불릴 수 없다. 퇴직연금은 국민연금과 개인연금과 함께 3층 노후 설계의 한 축을 담당한다. 국민연금은 가입자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운용되는데 반해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은 본인이 자유롭게 굴릴 수 있다. 이는 기회다. 내 실력으로 노후생활의 질을 얼마든지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DC형을 택하는 기업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개인들은 싫으나 좋으나 주식·펀드와 친하게 지내야 한다. 그래서 시장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면 미국처럼 ‘주식 수요 확대→주가 상승→부의 증가’라는 선순환 사이클을 만드는 건 시간문제다.
퇴직연금 뭐가 있나 - DC형의 위험자산 투자 내년부터 70%로 확대퇴직연금은 DB형, DC형, IRP(개인형 퇴직연금) 계좌로 나뉜다. 먼저 DB(Defined Benefit)형은 과거 퇴직금과 같이 퇴직급여가 확정된 것이다. 회사가 자금의 운용 주체가 돼 운용 성과에 관계없이 급여 수준과 근속연수에 따라 퇴직 급여를 결정하게 된다. 근로자는 회사가 얼마나 퇴직금을 잘 굴리는지 보다 급여인상에 더 신경 쓰게 된다.DC(Defined Contribution)형은 회사가 연간 임금 총액 12분의 1을 부담금으로 내면 이를 근로자가 직접 운용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근로자는 정기예금이나 주식·펀드 같은 위험자산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이렇게 운용해 얻은 손익은 근로자의 퇴직급여에 즉각 반영된다. 현재 위험자산 투자 한도는 40%지만 내년부터는 70%까지 늘어난다.마지막으로 IRP(Individual Retirement Pension) 계좌다. 근로자든 자영업자든 누구나 가입할 수 있고, 연간 1200만원 한도에서 추가 납입이 가능하다. IRP는 DC형처럼 가입자가 스스로 운용하는 개인책임형이다. 퇴직연금에 가입된 근로자가 이·퇴직 때 받는 퇴직급여는 반드시 IRP계좌를 통해 받아야 한다. 복수의 퇴직연금을 하나의 IRP계좌로 통합 관리할 수도 있다. 위험자산 투자 한도가 DC형의 경우처럼 내년부터 70%까지 확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