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Issue | 일자리 창출 은탑산업훈장 받은 디아이디의 이상한 고용 - <2010년>345명→<2013년 3월>6733명→<2014년 6월>941명 ‘고무줄 고용’ 

산업훈장 포상 후 국내 직원 1000명 가까이 줄어 노동부 “서훈 후 확인 못 했다” 


2010년 345명, 2013년 3월 6733명, 2013년 6월 2873명, 2014년 6월 941명. 디스플레이 부품 업체인 디아이디의 직원수 변화다. 2년 사이 직원이 20배 가까이 늘었다가, 다시 2년새 7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이 회사는 일자리 창출에 공헌했다는 이유로 지난해 정부로부터 은탑산업훈장까지 받았다. 은탑산업훈장은 ‘국가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가 뚜렷한 자에게 수여하는 2등급 산업훈장’이다. 어떻게 이런 회사가 정부 포상까지 받았을까. 이런 고용 행태가 과연 업황의 부침이나 노동유연성이라는 말로 설명될 수 있는 것일까.

1년 사이 중국 자회사 4500명, 한국 본사 1300명 줄어


지난해 12월 24일, 코스닥 상장사인 디아이디는 고용노동부가 주최한 ‘2013 일자리창출지원 유공자 정부 포상 시상식’에서 은탑산업훈장을 받았다. 145곳이 수상했는데, 은탑산업훈장은 개인 부문에서 둘째로 높은 포상이었다. 훈장은 박성수 전 디아이디 대표가 방하남 장관으로부터 직접 받았다. 서훈 사유는 이렇다. ‘생산직 근로자 교대제 개편과 초과근무 단축으로 1190명을 추가 고용(121% 증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 청년·여성 등 핵심 계층에 양질의 일자리 제공’. 상을 받은 박성수 전 대표는 “앞으로 고용 및 근로 환경 개선에 힘써 사회적 모범기업으로 자리 매김하겠다”는 수상 소감을 밝혔다. 방하남 장관은 유공자들을 ‘애국자’로 칭하면서 “내년에도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키기 위해 더욱 힘써 줄 것“을 당부했다.

하지만 수상 소감과 당부는 공염불이 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10년 말 디아이디 직원수는 345명이다. 2013년 6월 반기 보고서에는 2232명으로 돼 있다. 디아이디가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지 6개월 후 이 회사 직원은 933명으로 쪼그라들었다. 1년 사이 디아이디 천안공장에서만 1000명 가까이 퇴사했다.

좀 더 자세히 보면 디아이디의 고용 행태는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과 디아이디에 따르면 2013년 1분기 이 회사 직원은 6733명으로 늘었다. 전년 대비 10배 가까운 증가다. 6733명 중 5600명 정도는 중국에 있는 2개 자회사 소속 직원이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포상 전 이 회사 직원이 6000명을 넘었다는 것은 확인하지 못했는데, 디아이디에 확인해 보니 2013년 1분기 보고서에 실수로 중국 자회사 직원을 기입한 것”이라고 했다. 이 말대로라면 2013년 1분기 기준으로 디아이디의 국내 직원 수는 1265명이다. 그런데 2013년 6월 반기보고서를 보면 디아이디 직원은 2873명으로 3800명 넘게 줄었다. 태블릿PC 부품을 생산하는 천안공장과 본사 직원은 1877명으로 전 분기 대비 늘었지만, 중국 자회사 소속 직원이 대량 감원된 것이다. 이 회사는 이 보고서 이후로는 중국 직원을 아예 직원 현황에서 제외했다.

고용노동부 측은 “포상의 기준은 2010년 말 대비 2013년 8월 고용 변동이 기준이었다”고 했다. 노동부는 “각 지방청에서 조사해 기업을 추천하면, 기업이 공적 신청을 하고 노동부가 고용보험 데이터베이스 등을 실사해 선정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해외 자회사는 서훈 사유와 상관없고 순전히 국내 고용 상황만 반영했다”고 말했다.

남의 나라에서 대량 감원은 말 그대로 남의 나라 얘기라고 치자. 그렇다면 디아이디의 국내 상황만 보자. 디아이디가 은탑산업훈장을 받기 직전인 2013년 6월 말 현재 국내 직원은 1877명. 2013년 말에는 2232명으로 증가했다. 70% 이상이 여성 생산직이었다. 노동부 서훈 사유를 보면 이 회사는 국내 90여 고교와 양해각서(MOU)를 맺고, 고교 졸업 예정자를 많이 채용했다. 2011년 280명, 2012년 559명, 2013년 8월까지 706명이다. 2년 8개월 동안 고졸 생산직 직원만 1545명을 뽑았다. 이 회사는 2012년에 남녀고용평등 대통령 표창도 받았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올 3월 기준 이 회사 국내 직원은 1797명이다. 전년 연말에 비해 450여명이 퇴사했다. 그리고 이후 석달 동안 다시 860명 넘게 회사를 떠났다. 그런데도 이 회사 임원은 2013년 4월 경 한 언론에서 “밀려드는 주문에 직원들이 쉴 수 없을 지경”이라는 인터뷰까지 했다. 정리하면, 일자리 창출 공로로 나라에서 훈장을 받은 지 불과 6개월 만에 1300명 가까운 국내 직원이 일터를 잃었고 4500명 넘는 중국 직원들이 감원됐다. 근속연수 역시 올 6월 말 기준 2.7년으로, 종사자 10인 이하의 국내 영세 제조업체 평균 근속연수 5.2년(중소기업청 2012년 말 조사 기준)에도 한참 못 미친다. 이에 대해 노동부측은 “2013년 8월 이후 감원 계획이나 업황 등까지 공적 심사에 반영하진 못했다”면서 “서훈 사유의 기준점으로 보면 문제는 없다”고 밝혔다.

수주 물량 늘면 대거 채용, 줄면 대량 감원

디아이디는 태블릿PC에 들어가는 백라이트유닛(BLU)과 LCD모듈을 제조하는 업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주공급처다. 한때 가수 싸이의 부친인 박원호씨가 운영하는 디아이가 최대주주라는 이유로 ‘싸이 테마주’로 묶여 주가가 폭등하기도 했다. 디아이는 주가가 폭등하던 2012년 말과 올 3월 지분을 모두 처분했다. 일부 임원들도 지분을 팔았다. 디아이디 주가는 2013년초 1만원 돌파를 눈앞에 뒀지만, 11월 20일 1355원으로 떨어졌다. 현재 이 회사의 최대주주는 코와라는 일본 기업이다. 삼성전자 전무 출신으로 지난해 2월 대표이사에 선임돼 은탑산업 훈장을 받은 박성수 전 대표는 올 8월 일신상의 이유로 사임해 현재는 무토 마사우미 일본 코와 집행임원이 단독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디아이디 관계자는 롤러코스터 같은 고용 상황에 대해 “노동집약적 산업인데다 수주량에 따라 부침이 심하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도급 물량이 최고점 대비 80% 정도 줄었다”고 했다. 회사 측은 “정리해고 같은 인위적인 감원은 없었고, 입·퇴사를 조절해 직원 수를 줄인 것”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의 최근 사정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디아이디는 그동안에도 실적 부침이 심했다. 2010년 매출은 5602억원, 영업이익은 194억원이었지만, 이듬해에는 매출 7485억원에 영업 손실이 203억원이었다. 2012년에는 매출 7963억원, 영업이익 200억원을 기록했지만, 2013년에는 매출이 1000억원 가까이 줄고, 영업 손실은 394억원에 달했다. 올상반기 매출은 1200억원으로 대폭 줄었고 151억원의 영업 손실을 봤다. 2012년까지만 해도 삼성디스플레이에 100% 공급하던 LCM(BLU·LCD모듈) 점유율이 30%대까지 떨어진 것이 직격탄이었다.

그렇다 해도 이 회사의 고용 행태는 문제가 많다. 고용은 업황과 기업의 현재·미래를 예측하고 진단해 합리적으로 해야 한다. 하지만 이 회사는 수주 물량이 많으면 확 뽑고, 줄면 대폭줄이는 행태를 보였다. 고용노동부의 다른 관계자는 “디스플레이나 반도체 업황 부침이 아무리 심하다 해도 이 회사의 고용에는 문제가 많다”며 “아무리 노동유연성이나 업황을 갖다 대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 은탑산업훈장이 라는 명예가 과연 적절한 것일까.

/images/sph164x220.jpg
1263호 (2014.12.01)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