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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파괴> - 디지털 파괴의 진정한 힘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장
디지털 기술을 통한 파괴적 혁신이 우리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을까? 이 책이 다루는 주제다. 그 전에 고민해볼 문제가 있다. 책에서 말하는 디지털 파괴는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하버드대교수가 말하는 혁신에 의한 전통의 파괴(혁신가의 딜레마)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이 둘은 뚜렷한 차이가 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디지털 파괴는 그 규칙 자체가 디지털의 힘 때문에 너무나 막강 해서 완전히 새로운 파괴 유형을 만들었다’.

지금 우리 앞에 어떤 세상이 펼쳐져 있는지를 명확하게 알고 싶다면 책에 등장하는 토머스 수아레스의 사례를 눈여겨봐야 한다. 미국 LA에 거주하는 그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일에 관심이 많았다. 2010년 자신의 첫 번째 작품인 ‘어스포춘’이라는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했다. 그가 앱을 제작하는데 쓴 돈은 고작 99달러다. 굉장히 낮은 비용으로 전 세계인을 만나고 소통했다. 이 앱을 출시한 것을 계기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한 비영리단체에서 연설을 하게 됐고, 이 동영상을 200만명이 유투브로 보면서 큰 인기를 끌었다. 적은 비용과 짧은 시간에 세계적인 프로그램 개발자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위치에 오른 것이다.

사례에 등장하듯 이 시대는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그것을 실현하기 쉬워졌다. 겨우 12살짜리도 자신의 아이디어를 곧바로 상품화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저자는 자신이 12살이었던 1981년과 비교해 “당시에는 스마트폰, 앱시장, 업로드, 유투브 등의 개념 자체가 없었다”고 말했다. 경제학자들은 토머스 수아레스의 사례를 흔히 진입장벽이 낮아져서라고 설명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디지털 파괴의 힘은 진입장벽을 낮추는 문제가 아니라 아예 없애버렸다는 점에서 주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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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4호 (2014.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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