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전민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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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봐도 그만, 안 봐도 그만’인 책이 열에 아홉인 출판시장에 ‘물건’이 등장했다. 격월간 평전 잡지 <바이오그래피>다. 지난해 11월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을 다룬 1호가 출간됐을 때 시장에선 ‘파격적’이란 반응이 주를 이뤘다. 평전 자체가 드문 우리나라에서 2개월마다 새로운 인물을 분석하겠다는 것이니 그럴 만했다. 전문가 사이에서 ‘성공하긴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있었지만 독자의 이목을 끌기엔 충분한 첫 출발이었다. 약속대로 2호가 나왔다. ‘미생(未生)의 정치인’ 김부겸을 다뤘다. ‘이어령편’에서 보여준 도발적인 디자인과 그래픽, 날카로운 문체는 여전했다.“직장을 그만두고 집에서 쉬는 동안 스티브 잡스 평전을 읽었어요. 큰 기대를 안고 읽었는데 너무 지루하고 평면적이란 생각을 지울 수 없었죠. 제가 알기론 아주 혁신적이고, 드라마틱한 인생을 산 사람인데 책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사람을 다루되 잘 읽히는 평전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이 들었죠. 생동감 있는 사진과 평전에선 볼 수 없는 그래픽을 넣어 잡지처럼 엮은 게 바로 <바이오그래피>입니다.”실제로 <바이오그래피>를 펼치면 화려한 그래픽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이어령편’에선 젊은 시절 사진과 메모, 자필 원고 등을 삽입해 가독성을 높였고, ‘김부겸편’에서는 김부겸이 걸어온 길과 한국 정치사를 버무려 읽는 재미를 더했다. 가장 매력적인 건<바이오그래피>가 칭찬만 가득한 자서전이 아니라는 점이다. 평가를 하되 단언하지 않고, 반응을 옮기되 편향되지 않은 문체가 돋보인다.
▎biography ISSUE2-김부겸 편 / 출판사 스리체어스 / 값 1만5000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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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들과 술자리에서 특정 인물에 대해 논쟁하는데 과연 정확한 정보는 어디 있는가 궁금할 때가 많았어요. 너무 모르고 말하는 것 아닌가 미안한 생각도 가끔 들었고요. <바이오그래피>를 통해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모르는 사람’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실제로 제가 만난 이어령 선생은 육체적 나이를 떠올릴 수 없을 정도로 생각이 젊은 사람이었고, 김부겸 전 의원 역시 여느 정치인과는 달랐죠.”이른바 ‘꾼’처럼 느껴지겠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 이 편집장의 텃밭은 여의도였다. 한 언론사의 인턴기자 시절 국회에 출입한 인연으로 2006년부터 7년 동안 차명진·김세연 의원의 비서관으로 일했다. 어린 시절 장래희망이 ‘소설가’였다니 한동안 꿈과 거리가 먼 삶을 살아온 셈이다. 그러다 평전 아이디어 하나로 언론사와 광고회사 동료와 손 잡고 서울 평창동에 출판사(스리체어스)를 차렸다.“연설문을 쓸 때마다 작가에 대한 열망이 되살아났어요. 꾸준히 등단도 시도했죠. 결과는 좋지 않았습니다. 2011년엔 신춘문예 최종심까지 올라가기도 했으니 영 소질이 없는 건 아닌가 봐요(웃음). 지금까지 10편 정도의 단편소설을 썼어요. <바이오그래피>가 제 인생에 전환점이 됐지만 언젠가 소설가의 모습도 꼭 보여드리고 싶네요.”<바이오그래피>의 다음 주인공은 영화사 명필름 심재명 대표다. 4호는 소설가 이문열이다.“늘 <인간극장>의 책 버전을 만들자고 생각해요. <인간극장>이 ‘이 사람은 누구다’ ‘그는 이런 사람이다’ 평가하는 프로그램은 아니 잖아요? 하지만 보고 나면 그 사람의 삶의 결을 어느 정도 느낄 수 있죠. 어떤 형태로든 그 사람의 온전한 삶을 옮길 순 없으니 어떻게 하면 독자에게 잘 전달할지 고민하는 데 에너지를 쏟을 생각입니다. 꼭 모시고 싶었던 이문열 작가가 취재에 응해주셔서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개인적으로는 손석희 JTBC 보도 담당 사장, 프로야구 이승엽 선수의 인생을 지면에 옮겨보고 싶어요.”두 달 사이 4~5번을 직접 만나 인터뷰하고 오랜 자료를 정리해 글로 쓰는 일이니 하루 수면시간이 2~3시간 밖에 안 될 정도로 고단하지만 그는 지금 매우 행복하다고 했다.“오랜 기다림 끝에 재미난 일을 찾은 것 같아요. 한국엔 아직 인물을 평가하는 시장 자체가 거의 없습니다. 성공한 사람은 자서전 쓰기에 바쁘고, 그건 아무도 안 읽죠. 시장 개척이 쉽진 않겠지만 언젠가 평전하면 <바이오그래피>를 떠올리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 이를 통해 유명인에게 덧씌워진 고정관념과 편견에 작은 균열이라도 낼 수 있다면 ‘우리 사회에 만연한 다양한 갈등을 해결하는데 조금의 도움이라도 되지 않을까’하는 기대가 있습니다. 동시에 그 인물을 통해 우리 자신의 삶도 돌아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