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Section

저자와의 대화 | <경영은 사람이다> 펴낸 이병남 LG인화원 사장 - 기업과 사람의 공생을 논하다 

행복 추구하는 가치 공유하는 조직이 기업 사회생활 20년 경험의 산물 


▎사진:전민규 기자
이병남 LG인화원 사장은 학자 출신 경영자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와 조지아주립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 1995년 LG에 입사했다. LG에서는 교육과 인사 업무를 맡아왔다. 그는 지난 연말 회사 생활 20년을 돌아본 책 <경영은 사람이다>를 내놨다. 책 표지에 올린 부제에는 ‘이윤, 기업이 추구할 가치인가’라는 질문을 올렸다. 글을 쓴 이가 대기업 경영자라는 점에서 화제를 모은 문장이다.

2월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LG 트윈타워에서 그를 만나기 전 주변에 ‘이병남은 어떤 사람인지’ 물었다. ‘자상한 인물이다’ ‘꼼꼼하고 세심하다’ ‘배려가 몸에 배인 인물이다’ ‘욕심이 없다’ 등의 호평이 줄을 이었다. 책은 그의 평소 삶을 보여주는 듯했다. 주장을 펼칠 때 강요하는 모습이 없었다. 당위성보다 인과관계를 보여주며 생각을 이끌었다. 왜 이래야 하는지 자상하게 설명하며 독자를 이끈다.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며 합리적인 의견을 내놓곤 했다. 이를 위해 동서양을 아우르는 풍부한 사례를 소개했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젊은이를 위한 친절한 가이드북이란 느낌이 들었다.

이 사장을 만나 요즘 신입사원을 보면 어떤 점이 느껴지느냐고 물었다. 그는 “미안하고 측은한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좋은 청년이 많은데 취업문은 갈수록 좁아지는 점이 안타깝다는 것이다. “LG 신입사원은 이전에 비해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편입니다. 하지만 이들에게 가야 할 길을 보여주며 동기를 부여해주면 놀라운 집중력을 보이며 조직에 헌신합니다. 신입을 맞은 선배들이 노력하면 조직이 확 살아나지만 일방적인 지시, 설령 지시가 옳을지라도 강요하면 일이 어려워집니다.”

그는 20년간 직원들을 보면 꼭 해주고 싶던 이야기를 모아 책을 냈다고 한다. 자신의 경험을 통해 후배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어서다. 책은 시장·기업·사람 등 세 개의 장으로 구성돼 있다. 이 사장은 순서를 놓고 고민했다. 인간에서 기업, 시장으로 가는 순서도 생각했다. 시장을 먼저 택한 이유는 역할 때문이다. 시장은 현장이다. 치열한 경쟁과 협력이 펼쳐지는 삶의 현장이다. 막 사회에 나온 젊은이들이 겪어야 하는 수많은 일이 시장에서 벌어진다. 이곳을 이해한 다음 기업과 사람 이야기를 넣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다. 시장을 이야기하며 작게는 전통 재래시장부터 크게 시장을 보는 관점을 말한다. 그는 “시장은 수많은 기업과 사람이 공존하는 생태계”라며 “계획경제나 신자유주의 그리고 최근 주목받는 공유경제도 시장이라는 생태계가 진화하는 과정에서 나온 대안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시장이라는 생태계를 지키고 키워 나가는 것이 기업이다. 기업이 성장하면 생태계, 즉 시장도 번영한다. 그리고 기업의 가장 큰 자산이 인간이다. 시장도 기업도 결국은 모두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사람을 키울 것인가. 어떻게 해야 이들이 더 즐겁게 일하며 삶을 영위해 나갈 것인가. 여기에서 책 제목이 나왔다. ‘경영은 사람’이다.

그는 한 때 유행했던 ‘부자되세요’라는 인사말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자본주의에 매몰된 현실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행복하기 위해 부자가 되어야 하나요. 가슴 아픈 일입니다. 젊은이들이 부자 되는 것에 희망을 건다면 사회에 미래가 없습니다. 자신의 꿈을 찾고 이룰 수 있어야 합니다. 스스로가 삶의 주인이 되어야 합니다. 남들이 정한 삶의 기준을 자기 것이라고 혼동해서는 안 됩니다.”

인간이 추구할 가치는 이윤이 아니라 행복이다. 목적이 있는 삶에서 인간은 행복을 느낀다. 기업도 같다. 표지에 ‘기업이 추구해야 할 가치는 이윤이 아니다’라고 적은 이유다. 기업이 이윤만 추구한다면 모두 불행해지기 십상이다. 가치를 공유하는 이들이 함께 목표를 이루고 성취하는 조직이 기업이라는 것이다. 신념을 가지고 꿈을 이룰 수 있어야 한다. 그가 20년간 고민하며 추구했던 기업과 인간의 모습이다.

이를 정리하는데 1년이 걸렸다. 이 사장은 집필 과정을 ‘중노동’이라고 표현했다. 작업 막바지에 달할 즈음엔 주말 12시간을 스트레이트로 작업했다. 읽을수록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많아 고민이 심했다. “책을 마무리하자 탈진했습니다. 글 쓰시는 분들이 ‘글 감옥’에 갇힌다는 말씀을 하시던데 나는 그 정도는 아니지만 ‘글 유치장’에 다녀왔다고는 말할 수 있겠네요. 부끄럽지 않은 책을 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절대 다시는 쓰지 않겠습니다. 정말 힘들었어요.”

그는 책을 젊은 이들이 읽어주길 당부했다. 이 책을 통해 젊은이들이 현실에 대해 조금 더 잘 이해하고 생각할 수 있는 지침서가 되어주었으면 해서다. 책에 아쉬운 점도 있었다. 원래 시장·기업·사람을 각각 책 한권으로 낼지 생각했다. 집필을 시작해 보니 현실적으로 어려워 한권으로 내놨다. 다만, 마지막 사람편 분량이 다른 시장과 기업에 비해 짧다. 나중에 개정판을 낼 기회가 있으면 인간편을 좀 더 보완할 생각이라고 한다.

1273호 (2015.02.16)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