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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선전에 한숨 돌린 애경그룹 - 걱정 많던 ‘늦둥이’가 ‘효자’ 됐네 

저비용항공사 최초로 상장 추진 … 적자 허덕이는 애경유지공업 투자 차익 기대 


제주항공이 내년 상장을 목표로 잰걸음을 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11월 21일 우리투자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구체적인 일정을 논의 중이다. 제주항공은 내년 초 기업공개(IPO)를 추진해 이르면 3월경 상장할 계획이다.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가운데 기업공개에 나선 것은 제주항공이 처음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항공 업계 2위인 아시아나항공과 격차를 좁히고 후발 저비용항공사를 따돌리기 위해 상장을 통한 자금 조달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증권 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의 시가총액은 52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해외 저비용항공사인 에어아시아·세부에어 등을 기준으로 계산한 기업 가치다. 제주항공은 올해 3분기 순이익 169억원을 거둔데 이어 누적 순이익이 226억원에 달한다. 제주항공은 올해 매출 5000억원, 순이익 3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된다.

애경그룹 지주사인 AK홀딩스 자회사로 출발한 제주항공은 지난 2005년 설립됐다. 현재 수송 인원과 보유 항공기 수, 노선과 시장점유율, 직원 수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1위를 차지하며 국내 LCC 업체 가운데 선두를 달리고 있다.

제주항공은 공격적인 투자로 매년 2~3대씩 항공기를 늘려 현재 16대의 항공기를 운영하고 있다. 12월 초 항공기 한 대를 더 들여와 올해까지 총 17대의 항공기를 보유할 계획이다. 현재 국내 4개, 국제 16개 노선을 운항 중인데 국내 LCC 업체 중 가장 많다. 취항 이후 탑승객과 공급 좌석수가 연평균 각각 52%, 62% 증가했다. 매출 역시 연평균 56% 성장을 기록했다.

5년 연속 적자 딛고 고공비행


제주항공이 처음부터 승승장구한 것은 아니다. 2005년 설립 후 5년 연속 적자를 면치 못했다. 모기업인 애경그룹의 골칫거리였던 제주항공이 2011년 흑자 전환에 성공한 것은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과 안용찬 애경그룹 생활항공부문 부회장의 뚝심 덕분이었다. 채 부회장과 안 부회장은 처남-매제 사이다.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의 장남인 채 부회장과 그의 여동생인 채은정 애경산업 부사장의 남편인 안 부회장의 합작품이 바로 제주항공이다. 두 사람은 항공·운송업을 애경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고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제주항공의 성공을 이끌었다.

채 부회장이 본격적으로 LCC 업계 진출에 나선 것은 2004년 11월 제주지역 항공사 설립 파트너 자격을 얻으면서 부터다. 당시 채 부회장은 제주지역 항공사 사업 파트너로 나서면서 “평소 항공사업에 관심이 있었고, 애경그룹 창업자인 부친이 제주 출신이어서 제주지역 항공사 설립에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그룹 차원에서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기존 항공사보다 요금을 싸게 하면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항공사업에 대한 경험은 없으나 최대한 빨리 항공기를 취항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 애경그룹의 항공사업 진출 전망은 그리 밝지 못했다. 항공사업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고, 기존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텃세를 극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이유에서였다. 그럼에도 채 부회장은 그룹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제주항공이 설립 후 5년 간 자본 잠식 상태에 이를 때마다 그룹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자금을 지원해왔다. 채 부회장은 2009년 말 애경그룹의 AK면세점을 롯데그룹에 매각하는 등 자금 확보를 통해 제주항공의 안정적인 운영을 도왔다. 2005년 1월 제주항공을 설립 당시 150억원을 출자한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7차례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애경그룹이 현재까지 제주항공에 투자한 금액은 950억원에 이른다.

이 때문에 그룹 안팎으로는 제주항공에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2006년부터 생활항공사업부문을 맡은 안용찬 부회장 역시 사업 초기에는 제주항공의 성공 가능성에 회의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채 부회장의 지원에 힘입어 안 부회장 역시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했다. 안 부회장이 제주항공 경영총괄 대표이사로 선임된 2012년 한 해 동안만 총 4대의 항공기를 추가로 도입했다. 이를 계기로 미국 괌, 필리핀 세부, 중국 칭다오 등 신규 노선을 개척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내년 제주항공이 설립 10년 만에 애경그룹의 간판기업으로 급부상할 것으로 기대되는 반면 제주항공의 2대 주주인 애경유지공업은 자본 잠식 기로에 서있다. 제주항공 지분은 AK홀딩스와 애경유지공업이 각각 69.61%와 16.22%로, 전체 지분의 86.23%를 보유하고 있다.

애경유지공업은 자본잠식에 허덕여

애경유지공업은 애경그룹이 1954년 비누제조업체로 출발할 때 전신이 된 회사로, 채형석 부회장 등 오너 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사업 초기 세제를 비롯해 화학제품의 제조·판매를 맡았지만 1993년 애경산업에 관련 사업을 넘기고 백화점 사업에 뛰어들었다. AK플라자 분당점 등 5곳에 투자금을 대거 투입했지만 1997년 외환위기에 실적을 제대로 내지 못했다. 2008년 애경유지공업의 계열사인 애경PFV1을 통해 아파트 개발사업에 뛰어들면서 반전을 꾀했지만 되레 500억원 규모의 손실만 입었다. 이후 매년 수백억 원대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89% 자본잠식 상태에 이르렀고, AK홀딩스와 그 자회사에 채무액도 1000억원에 달한다.

이 때문에 제주항공이 내년 상장하면 지분 매각을 통한 자금수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업계 예상대로 제주항공의 시가총액이 5000억원 이상일 경우 AK홀딩스 등은 10배 가까운 평가차익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최대주주로서 낮은 가격에 제주항공 지분을 매입해온 AK홀딩스와 애경유지공업의 ‘잭팟’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제주항공이 상장하면 구주매출을 통해 투자금 회수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애경유지공업으로선 한숨을 돌리는 상황이지만 제주항공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자금 회수율이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애경PFV1에 돈을 빌려주다 자칫 그 손실을 떠안을 수 있기 때문이다.

1266호 (2014.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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