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대응, 잘못된 대처대한항공은 사태의 본질을 제대로 짚지 못했다. 국내외 언론이 이 사건을 주요 뉴스로 보도하고, 시민들이 분노한 것은 ‘서비스의 질’ 문제가 아니었다. 이른바 ‘갑의 횡포’로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회사 측은 ‘사과(Care&Concern)의 방식’, ‘상황 수습 방안(Action)’ 그리고 ‘재발 방지 노력(Prevention)’이라는 ‘초기 위기관리 대응의 ABC’조차 지키지 못했다. 대한항공의 첫 사과문 발표 후 여론은 더 악화됐다.<위기관리 10계명>에는 ‘처음 24시간이 전부다’라는 말이 나온다. 위기가 발생하면 최대한 빨리 수습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CEO의 진심이 담긴 사과와 대책 마련 발표는 기본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초두 효과(Primary effect)’, 쉽게 말해 ‘첫 인상 효과’라고 한다. 대한항공은 처음 24시간 대응에 실패했고,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이런 사례는 많다.지난해 5월 터진 남양유업 막말 사태가 비슷한 예다. 남양유업 영업직원이 대리점주에게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한 녹취록이 공개된 것은 2013년 5월 3일. 남양유업은 다음날 회사 홈페이지에 대표이사 명의로 사과문을 게재했다. 하지만 문제의 본질을 외면한 채 ‘직원 한 명의 인성 문제’로 몰아간 사과문 파장은 컸다. 전국적인 불매운동이 일어났고, 김웅 사장을 비롯한 남양유업 경영진은 사건이 터진 후 6일이 지나서야 기자회견을 열고 머리 숙여 사과했지만, 너무 늦었다. 남양유업은 이른바 ‘갑질 기업’의 대명사가 됐다.같은 해 9월에는 아모레퍼시픽에서 남양유업과 비슷한 막말 파문이 터졌다. 아모레퍼시픽의 대응은 달랐다. 사건이 보도된 직후, 손영철 사장은 성명을 통해 즉각 대국민 사과를 했고, 다음날 국회에 출석해 “모두 제 잘못”이라며 거듭 사과했다. 막말파문 이후 매출이 급락한 남양유업과 달리 아모레퍼시픽은 발 빠른 사과와 대응으로 위기를 넘겼다.비슷한 시기에 강태선 블랙야크 회장도 구설수에 올랐다. 강 회장이 탑승 문제로 공항 용역직원을 신문지로 폭행한 사건이 터졌다. 이와 관련, 강 회장과 블랙야크는 첫 보도가 난 날 오후에 “언론 보도 내용에 대해 부인하지 않으며, 현장에서 사과를 했고 약 1시간 후 재차 당사자를 찾아가 진심으로 사과했다”며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대단히 죄송하다”는 공식 사과 성명서를 냈다. 파장은 오래가지 않았다. 당시 회사 측은 “이번 사과문은 블랙야크 회사 차원이 아닌 강 회장의 개인적 사과문 성격”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이번 대한항공의 대응과 다른 점이다.2011년 초 연이어 터진 현대캐피탈·농협 해킹 사건도 발 빠른 위기관리 대응이 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다. 같은 해 4월 12일, 농협 전산망이 마비됐다. 나중에 북한의 해킹으로 밝혀졌지만 수일 간 농협 전산 서비스는 먹통이 됐다. 농협은 사건 발생 후 3일이 지나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당시 농협 경영진은 무성의한 자세로 사과문을 읽고, 기자들 앞에서 사내 IT담당자를 호통치는 태도를 보였다. 대책 마련은 고사하고, 사고 원인조차 발표하지 못했다. 심지어 다른 회의가 있다며 기자들의 질문을 막고 회견을 끝내려다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농협의 신뢰는 땅으로 떨어졌다.현대캐피탈은 농협과는 달랐다. 현대캐피탈은 같은 해 4월 8일 175만명의 고객 정보가 해킹당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노르웨이에 출장 중이던 정태영 현대캐피탈 사장은 즉시 귀국해 기자회견을 열었다. 회견 내용은 이랬다. ‘깊이 사과드린다→해킹의 전모를 최대한 파악 중이다→CEO 직속 안티 해킹팀을 구성하고 IT 보안을 강화하겠다→재발 방지를 약속한다’. 이후 현대캐피탈은 비난의 대상이 아니라 해킹을 당한 피해 기업으로 인식됐다.
평소 평판 관리도 중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