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Issue | 높은 최저보증이율로 화제인 ‘양로보험’이 뭐길래 - 고객 늘려 몸값 올리려는 보험사들 출혈 경쟁 

고액 자산가 사이에서 인기 … 요즘 같은 초저금리 시대에 최소 3.25% 보장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10여년 동안 매년 최소 3.5% 안팎의 이율을 무조건 보장하는 상품이 있다. 이른바 ‘양로보험’이다. 양로보험은 생명보험사에서 판매하는 상품 중에서 생명보험과 사망보험을 합한 보험의 일종. 주로 은행 창구에서 판매되는 방카슈랑스(용어설명 참조) 상품이다. 보험계약자가 생존 때 일정 시점이 되면 연금을 받아 노후를 대비할 수 있고, 보험기간 중 사고로 사망해도 사망보험금을 받는다. 둘 중 어느 경우에도 노후 보장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통상 양로보험이라고 칭한다.

양로보험이라고 공시이율에 큰 차이가 나는 건 아니다. 12월 현재 공시이율은 다른 저축성보험 상품과 크게 다르지 않다. KDB생명의 무배당알뜰양로저축보험이 3.78%의 공시이율을 적용해 가장 높고, 다른 상품들도 대부분 3.75% 정도다. 차이점이 있다면 최저보증이율이다. 최저보증이율은 시중지표금리나 운용자산이익률이 하락하더라도 보험회사가 지급하기로 약속한 최저 금리. 지금보다 금리가 더 내려가더라도 보험사는 최소한 최저보증이율만큼은 보험계약자에게 보장해야 한다.

12월 기준 생명보험사의 양로보험 최저보증이율은 3.25~3.35%로 기준금리(2%)를 크게 상회한다. 그나마 최근 소폭 하락한 수치다. 불과 두 달 전만 해도 모든 양로보험이 3.5% 이상을 최저보증했고, 2012년에는 4%를 최저보증(동부생명 라이프케어저축보험)하는 상품도 있었다. 이는 다른 상품과 비교해도 상당히 높은 최저보증이율이다. 초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면서 1년 만기 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2%대 초반까지 떨어진 상황. 일반 보험상품의 최저보증이율도 1.5~2%에 불과하다.

10년물 국채의 금리를 고려해도 양로보험의 최저보증이율은 높은 편이다. 보험사들은 통상 저축성 상품으로 주로 10년물 국채에 절반 이상을 투자한다. 때문에 10년물 국채 이율보다는 상품의 최저보증이율이 낮은 게 보통이다. 하지만 12월 1일 서울 채권시장에서 국채 10년물 금리는 2.59%에 거래돼, 양로보험보다 0.7%포인트 가량 낮았다.

최근 보험사들의 자산운용수익률을 감안해도 양로보험의 최저보증이율은 이상하다. 2013회계년도(4월~12월) 전체 보험사의 자산운용수익률은 4.5%. 하지만 고객에게 되돌려주는 보험료적립금 평균 이율은 5.2%로 이미 수익률보다 높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역마진이 발생하고 있을 확률이 높은 상황에서도 여전히 최저보증이율을 높게 책정했다는 의미다.

때문에 시중은행 프라이빗뱅킹(PB)센터를 중심으로 올해 고액 자산가들은 양로보험 등 방카슈랑스 비중을 크게 늘리는 분위기다. 실제로 우리은행 웰스매니지먼트사업부의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보유 고객은 방카슈랑스 비중을 두 배 가량 늘린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올해 우리은행 방카슈랑스 창구에서 판매된 보험 상품 중 개별 상품 기준 판매 실적 1위가 양로보험인 KDB생명의 KDB365알뜰양로저축(현 알뜰양로저축보험)이다. 고액 자산가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데는 양로보험의 최저보증이율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게 보험 업계에 정통한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올해 자산가들 사이에서 최고의 화두였던 양로보험의 최저보증이율이 유독 높은 이유는 뭘까. 일단 상식적으로 생각하듯 고객의 돈을 잘 굴려 운용 수익을 되돌려주는 개념은 아니다. 같은 저축성 보험이라도 변액보험 등의 상품은 고객의 자산을 특별계정으로 운용해 운용 수익 일부를 고객에게 되돌려주지만, 양로보험은 보험사 자산인 일반계정에 투입된다. 별도 운용되지 않기 때문에 양로보험에 들어간 돈을 더 잘 굴렸다고 해서 고객에게 더 최저보증이율을 높여줄 수는 없다.

양로보험의 최저보증이율이 높은 이유로는 우선 시장 경쟁을 꼽을 수 있다. 방카슈랑스 상품을 판매하는 은행 창구 직원들은 양로보험의 장점으로 최저보증이율을 최우선적으로 제시했다. 은행 방카슈랑스를 통해 고액 자산가들이 대거 양로보험상품에 가입하는 상황이 연중 지속하자 중소형 보험사 간 경쟁이 붙었다. 실제로 현재 양로보험을 판매하고 있는 보험사 관계자는 “경쟁 보험사의 양로보험 상품을 고려해 최저보증이율을 조정했다”고 말한다.

여기에 10년 안팎인 양로보험의 만기가 통상 20년인 장기 보험보다는 상대적으로 짧다는 점도 보험사들의 최저보증이율 경쟁에 영향을 미쳤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금리 상황을 자체예측한 결과 지금보다 금리가 떨어질 수 있다는 예측도 있었다”며 “하지만 3%대 중반의 최저공시이율을 10년 정도 적용해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고객을 더 많이 유치하는 게 유리하다는 전략적 판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단기 실적에 급급한 보험사들이 일단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양로보험의 최저보증이율을 높였다는 비판적 시선도 있다. 김을동 새누리당 국회의원은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최저 3.5% 안팎 고금리를 보장하는 양로보험 때문에 1990년대 일본처럼 우리나라 보험사들도 역마진이 우려된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현재 양로보험 최저보증이율이 가장 높은 KDB생명은 4월부터 매각을 추진 중이다. 김을동 의원은 “KDB생명이 시장에서 매각가를 올리려고 고금리 최저보증 상품을 출시한게 아니냐”고 지적한다. “최대주주인 사모펀드(케이디비칸서스밸류유한회사)가 일단 높은 가격에 KDB생명을 매각해서 이익을 보려고 고금리 상품을 출시했다”는 게 김을동 의원의 주장이다. 4개의 양로보험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동양생명도 유사하다. 대주주인 사모펀드(보고펀드 컨소시엄)가 LG실트론 투자에서 실패하면서 펀드 수익률을 반드시 회복해야 하는 상황. 동양생명의 몸값을 올려야 한다는 대주주 입장은 KDB생명과 매한가지다.

‘라이프케어저축보험’이라는 양로보험을 판매하는 동부생명도 몸값 올리기와 무관하지는 않다는 게 보험업계의 관전평이다. 유동성 위기설이 도는 동부그룹의 현금 확보를 위해 김준기 회장이 동부생명 주식을 팔아야 했기 때문이다. 김준기 회장은 지난 10월 27일 보유했던 동부생명 주식 200만주를 약 260억원에 동부화재에 매각했다. 동부생명 몸값이 높아지면 오너가 보유한 주식을 매각할 때 좀 더 많은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 하나생명과 흥국생명도 각각 합작사(영국 HSBC 그룹)와 결별, CEO 교체 등의 이슈가 있어 실적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었다.

보험사 “손해 보더라도 고객 늘리는 게 유리”

보험사 입장에서 역마진은 보험계약자 입장에서는 호재일 수 있다. 양로보험의 최저보증이율을 적용하면 보험계약자들은 얼마나 돈을 불릴 수 있을까. 보험계약자가 매월 50만원을 10년 동안 불입(총불입액 6000만원)할 경우 3.65%의 최저보증이율을 적용하면 가입 방식에 따라 6762만~7548만원을 받는다. 10년 이상 유지할 경우 최대 2억원까지 15.4%의 이자소득세를 내지 않기 때문이다. 참고로 양로보험 최대 가입금액은 상품별로 차이가 있지만 통상 20억원 안팎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좋기만 한 건 아니다. 역마진 심화로 보험사가 파산하면 5000만원(예금자보호법) 이상의 금액은 날릴 수 있다. 또한 가입 3년 이내에 해지할 경우 원금 손실 가능성이 존재한다. 납입금의 3.78%에 해당하는 이율이 무조건 보장되는 게 아니라, 납입금에서 위험보험료·사업비 등이 차감되고 남은 금액의 3.78%에 해당하는 이율이 최저보증된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방카슈랑스- 프랑스어 은행(Banque)과 보험사(Assurance)의 합성어. 은행 등의 금융회사가 보험회의 대리점 자격으로 판매하는 보험상품이다. 은행과 보험사가 상호 제휴·업무 협력을 통해 제공하는 종합금융서비스다.

1265호 (2014.12.15)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