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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카지노 공급 과잉 논란 - 이미 포화상태인데 공룡급 시설이라니… 

제주도, 신규 카지노 리조트 2곳 건축인허가 도민·환경단체는 반대 


▎제주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드림타워 조성사업을 전면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12월 17일 오후 제주 국제공항에서 자동차로 10분 거리인 제주시 연동의 그랜드호텔 내 카지노. 그랜드카지노는 외국인 전용 카지노로 파라다이스 그룹에서 운영하고 있다. 카지노 영업장에 들어서니 테이블게임과 머신 앞에 자리하고 있는 중국인들이 보인다. 게임 테이블이 군데군데 비어 있고 일부 슬롯머신 앞도 한산했다.

제주도의 외국인 전용 카지노는 총 8곳이다. 그랜드·롯데·마제스타·데케이·골든비치·로얄팔에스·엘베가스 등이다. 그러나 그랜드·롯데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중소 규모 업체들이다. 그랜드와 롯데는 모두 파라다이스가 운영하는 곳으로 8개 카지노 가운데 방문객 수가 가장 많다.

그러나 카지노 매출은 그리 많지 않다. 제주도관광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10월까지 제주도를 방문한 전체 외국인 관광객 수는 총 290만7031명이다. 이 중 중국인이 253만 8538명이다. 전체 80%가 넘는다. 중국인 관광객 수는 지난해보다 약 90만명 정도 늘었다. 2008년 중국인 관광객 무비자 입국 허용 이후 중국인 관광객이 늘었다. 그러나 이 가운데 카지노 방문객은 14만명에 불과하다. 전체 10%도 채 되지 않는다. 8개 카지노의 지난해 총 매출은 2231억원이다. 영업장별 매출을 보면 그랜드와 롯데의 지난해 매출이 각각 500억원 이상이지만, 나머지 카지노 6곳의 매출은 각각 100억~200억원 수준이다. 그랜드 카지노 관계자는 “제주도 카지노에 방문하는 외국인은 대부분 중국인데다 평일에는 한산한 편”이라며 “최근에는 중국 정부의 카지노 규제로 방문객이 감소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중국으로 국부 유출’ 우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제주도가 홍콩 자본인 람정제주개발과 중국 기업인 녹지그룹에 카지노 설립이 포함된 리조트 건축인허가를 내주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람정제주개발은 홍콩 란딩 국제발전유한공사와 겐팅 싱가포르 합작법인으로 2018년도까지 서귀포시의 신화역사공원 내 ‘리조트 월드 제주’를 세운다는 계획이다. 애당초 카지노 설립 계획 없었던 ‘리조트 월드 제주’에 제주도가 지난 11월 말 외국인 전용 카지노 신설 내용 등을 담은 조성사업 변경안을 승인하면서 문제가 됐다.

람정제주개발은 카지노 신규 허가 신청을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곳에 들어설 카지노 영업장 규모는 1만683㎡에 달한다. 제주도 8개 카지노를 모두 합친 면적이 1만5766㎡ 정도다. 아직 건축허가·영업허가 절차가 남았지만 제주도에서 외국자본에게 국내 최대급 카지노 영업기회를 준 셈이다. 이에 대해 제주특별자치도 김남선 관광산업과장은 “카지노는 사후 허가제로 카지노 승인 여부는 건축 완공 이후의 문제”라며 “아직까지는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람정제주개발은 지난 4월 하얏트 외국인 전용 카지노 영업장을 인수했다. 만약 카지노 신규 허가를 해주지 않을 경우 이들은 카지노 영업장을 이전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남선 과장은 “만약 하얏트카지노가 이전한다면 소유주가 영업장을 옮기겠다는 데 그걸 어떻게 막을 수 있느냐”며 “카지노 영업장에 대한 규모가 아직 법으로 상한선이 아직 없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카지노 복합리조트인 ‘드림타워도’ 제주 신도심인 노형동에도 세워진다. 롯데관광 개발 계열사인 동화투자개발과 중국 기업인 녹지그룹이 1조553억원을 공동 투자한다. 드림타워는 2009년 5월 건축허가 승인을 받았다. 만약 이 두 곳에 카지노를 허가해 준다면 제주도의 카지노 수는 모두 10개로 늘어난다.

제주도 내에서는 신규 카지노 허가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높다. 제주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측은 “이들 카지노는 기존 8개 카지노와 비교되지 않을 정도의 초대형으로 사이즈”이라며 “제주도민이 충분히 카지노 문제의 본질을 이해하고 공론화 과정을 거친 후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가 지난 7월 도민 10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68.9%가 신규 카지노 허가를 반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드림타워는 초고층 빌딩이 가져올 고도문제, 주변경관 문제 등으로 도민과 환경단체들의 반대에 부딪쳤다. 제주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측은 “드림타워 1km 이내에 유치원과 초·중·고가 밀집돼 있는데 드림타워에 카지노가 들어선다면 교육환경에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제주드림타워는 착공단계에 있었지만 도민들의 잇단 반대에 직면했다. 여기에 지난 7월 취임한 원희룡 제주도지사도 초고층 호텔 건립에 반대하며 드림타워 층수를 낮추라고 권고했다. 드림타워는 지난 11월 애당초 56층이었던 층수를 38층으로 낮추는 건축허가 변경안을 제출했다. 이에 카지노 영업장 규모도 기존 9100㎡에서 300㎡로 줄였다.

신규 카지노 허가가 중국 자본의 카지노 진출을 부채질 하는 꼴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에 들어서는 카지노 복합리조트는 모두 중국 자본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 과장은 “외국 자본이 들어오면 오히려 서비스나 시스템이 개선되기 때문에 제주도 카지노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반박했다.

제주도 카지노 시설이 이미 포화상태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남선 과장은 “1995년 신규 카지노 허가가 마지막이었고 최근 카지노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며 “지금도 카지노 신규 허가를 내줘도 문제될 것은 없다”고 주장했다. 현재까지 카지노 관련법이 없어 카지노는 관광진흥법과 제주특별자치도 특별법에 따른다. 관광진흥법에 따르면 1년 동안 외국이 관광객이 30만명이 증가할 때마다, 제주특별자치도 관련 특별법에는 외국 자본이 5000억원 이상 투자하면 각각 1개의 신규 카지노를 허가해 줄 수 있다.

카지노 업체 이해관계 엇갈려 통폐합 무산

상황이 이렇자 일부에서는 싱가포르의 마리나베이샌즈 내에 있는 초대형 카지노처럼 제주도 카지노를 키우자고 주장했다. 김남선 과장은 “과거 8개 카지노를 공기업이 인수하고 업체들이 지분을 나누자고 제안한 적이 있지만 이해관계가 엇갈려 무산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지금은 그렇게 하고 싶어도 외국 자본이 들어왔기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전임 도지사와 달리 원희룡 신임 도지사는 카지노 수가 현재의 8개만으로도 적지 않다는 입장이다. 또 기존 업체들이 좀더 투명하게 운영되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하고 있다. 최근 카지노 업체들이 매출을 조작하고, 불법 외환거래를 하고, 고객을 모집하는 에이전트(Agent)와 유착된 사실이 적발됐다. 이에 따라 원희룡 도지사는 “카지노 제도 정비 전 신규 허가를 내주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어 ‘카지노업 관리 및 감독에 관한 조례안’을 마련했다. 조례안에는 카지노 허가권의 유효 기간을 3년으로 정하고, 행정처분과 위반 횟수 등을 고려해 카지노 허가권을 갱신하도록 했다. 카지노 영업장 면적도 1만5000㎡를 넘을 수 없도록 규정했다. 조례안은 연내에 통과할지는 미지수다. 원도지사는 조례안과 별개로 내년 초 카지노 업체가 매출을 제대로 고시 하는지 등을 감독하는 카지노 감독기구를 설치할 계획이다.

1267호 (2014.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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