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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소재 개발은 디자이너의 새로운 과제‘세상을 바꾼 플라스틱’이라는 말이 나왔을 정도로 플라스틱의 탄생은 인간 환경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디자이너에게도 당연히 최고의 재료로 선택됐다. 하지만 플라스틱을 얻기 위해 다량의 이산화탄소를 배출시키는 화학 공정이 필요하고 이를 썩히는 데 500년이 족히 걸린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환경오염의 주범이라는 불명예를 떠안게 됐다. 아직도 많이 쓰고 쉽게 버려지는 플라스틱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새로운 원료를 이용한 플라스틱에 관심이 모아 진다. 그 가운데 옥수수·사탕수수 같은 식물자원(Biomass)을 원료로 생산된 바이오 플라스틱은 유아용품, 주방용품, 자동차 인테리어, 식품 포장재로 사용될 뿐만 아니라 점점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이 외에도 친환경 소재에 대한 개발은 디자이너들에게 새로운 도전 과제로 남아 있다. 자동차 업체인 도요타·포드의 경우 바이오 플라스틱을 이용한 내장재 생산을 일부 도입해 친환경 기업 이미지를 만들어가고 있다.사용된 제품을 다시 사용하는 재활용 또한 하나의 해결 방법이다. 도요타는 1970년대에 폐차 처리 공장인 도요타메탈을 설립해 계속해서 재활용 기술을 개발했다. 현재는 폐기량의 99%를 재활용하는 수준이다. 그리고 스위스의 가방 브랜드인 프라이탁(Freitag)은 트럭용 방수 덮개 천과 안전벨트 등 산업 폐기물을 이용해 독특한 패턴의 빈티지 스타일을 만들어 낸다. 사용한 흔적이 남은 트럭 덮개 천은 세상에서 하나 밖에 없는 가방으로 재탄생돼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 판매된다.사람이 훼손한 자연을 사람의 힘으로 치유하기 위한 노력은 결국 순환(Circulation)에 의한 결과다. 내가 오염시킨 공기와 바다는 다시 나에게로, 자식들에게로 돌아온다. 사람은 살아서도 죽어서도 자연의 일부이지 자연의 지배자는 아니기 때문이다. 편리함을 추구하고 더 큰 부를 얻기 위한 시대에 어울릴 법한 올림픽의 구호인 ‘더 높이, 더 멀리, 더 빠르게’를 외치던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더 오래도록, 더 안전하게, 더 깨끗한’ 자연에서 살기를 원하는 사람이 점점 늘고 있다.모든 생명체는 수명이 있다. 제품도 수명을 따진다. 그렇다면 지구의 수명은 얼마나 될까? 사람도 제품도 관리를 잘하면 수명이 길어지듯이 지구도 관리가 필요하다. 법 제도, 기업 윤리, 개인의 양심까지 보태 잘 관리해줘야 한다. 나는 자동차 디자이너로서 특히 더 많은 책임을 느끼고 있다. 자동차가 사람의 이동성에 편리함을 줬지만, 자연에는 숱한 공해를 안겨줬기 때문이다. 그리고 산업 디자이너의 직업적 특성상 자동차를 더 많이 판매하기 위한 디자인에 집중했다. 판매량을 높이는 게 기업의 목표인 현실에서 디자이너는 오래 사용하는 제품을 만들기 보다 잘 팔리는 제품을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얼마 전 영화 <인터스텔라>를 봤다. 연도를 밝히지 않은 게 이 영화의 특징 중 하나다. 첫 화면이 옥수수 밭이 펼쳐진 농장에 집 한 채가 있는 걸로 봐서 여느 미국 농가의 현재 모습으로 추측된다. 영화가 진행되면서 주인공들의 대화를 통해 그 배경이 미래를 나타낸다는 걸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식량이 고갈돼고 끊임없이 황사먼지를 일으키는 장면은 지구의 수명이 다 되었음을 알려준다. 영화 속 주인공은 우주 조종사이자 엔지니어 였는데 지구에서 식량을 공급받기 어려워지자 스스로 농부가돼 가족이 먹을 식량을 마련한다. 옥수수 품종이 멸종되지 않도록 힘쓰면서 말이다. 친환경 재료 개발과 재활용으론 자원이 한정된 지구에서는 영구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걸 영화를보면서 다시 한번 느끼게 됐다. 영화 속 주인공은 새로운 행성을 찾아 떠나는데, 그건 단지 우주선을 조종할 수 있어서가 아니라 지구를 지켜내지 못한 책임감에서 자식에게 해 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생각에서다.미국의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Patagonia)의 이본 쉬나드 회장은 친환경 시대에 색다른 제안을 한다. 그는 ‘적게 소비하라’고 말하면서 자원의 한계성에 초점을 맞춘다. 의학의 발전으로 평균수명이 늘어나 전 세계 인구가 점점 증가해 지금과 같이 소비한다면 지구가 3개는 더 필요한 상황을 맞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제품을 판매하는 회사로서 소비를 막는다는 게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쉬나드 회장이 말하는 ‘책임 있는 경제(Responsible Economy)’, 즉 소비지상주의를 경제의 동력으로 삼는 게 아니다. 자원 고갈의 후유증을 낳는 이런 방식을 폐기하고 지구와 함께 살아가는 새 방식에 작동될 수 있는 경제시스템의 관점에서 본 앞선 생각이다.
지구와 함께 살아가는 방식 모색해야책임 있는 경제는 오늘날 정부와 기업에서 꼭 한번 생각해 볼 문제다. 특히 자원 고갈, 환경 오염 등의 문제에 직면한 이상 피할 수 없는 숙제이다. ‘자연을 먼저 생각하자’는 취지는 올바른 방향이다. 지속가능한 기업과 사회를 위해서라면 간과할 수 없는 주제이기도 하다. 기존 경제학의 패러다임인 소‘ 비가 경제 성장의 근본’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 이 문제를 접근해 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어떤 기업이 친환경 디자인 상품을 시장에 내놓았다면 사회 각층에서는 칭찬을 해주고 더 많은 판매가 가능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환경부 환경산업기술원에서는 법으로 정해진 녹색제품(인쇄용지·화장지·세제 등)을 공공기관에서 의무적으로 구매하도록 정해 친환경 상품의 생산과 소비를 촉진한다. 친환경 인증 마크를 받은 기업들은 자사 제품을 더 많이 팔릴 수 있도록 홍보를 하고 판매 경쟁에 돌입한다. 기존 경제 시스템과 똑같은 원리를 적용받는다. 단지 사회적 책임을 다했다는 안도의 한숨을 쉬는 것 뿐이다. 그 이상의 노력은 필요치 않을까?자연을 대하는 사람의 태도는 있는 그대로 자연스러워야 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자연스럽다는 말은 어색함이 없이 잘 어울린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정부에서는 자연을 보호하는 여러 가지 제도적인 방안을 장기적으로 밸런스를 맞춰 대중에게 지속적인 캠페인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고, 기업은 사회를 넘어 인류에 기여하는 큰 목적을 갖고 하나씩 실천해 나가야 한다. 그저 물 흐르듯이 바람 불듯이 익숙해지면 된다. 나뭇잎 모양의 종이에 글을 쓰기보다 쓰레기로 버려지는 낙엽을 이용한 메 모지를 사용해보는 방식은 어떨까 한다.
김태완 - ‘완에디’ 디자인컨설팅 대표. 미국 브리검영 대학교에서 디자인을 전공하고 영국 왕립예술학교(RCA)에서 디자인 석사를 받았다. 자동차·항공기를 디자인하는 영국 IAD(후에 대우 워딩연구소)에서 일하다 이탈리아 피아트로 옮겨 친퀘첸토(피아트500)의 컨셉트 모델을 디자인했다. 이후 한국GM 디자인 총괄 부사장을 지냈다.wanedesig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