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여성 운동가인 말랄라 유사프자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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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노벨평화상을 받은 파키스탄 출신의 인권·여성 운동가 말랄라 유사프자이(18)가 올해 들어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 중동의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와 파키스탄의 탈레반 등 이슬람을 빙자한 극단주의 세력의 발호 때문이다. 상징적인 사건이 지난 2월 11일 워싱턴에서 벌어졌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의회에 제한적인 군사력 사용 승인 요청서를 제출한 것이다. 미국 대통령이 의회에 군사력 사용 승인 요청서를 제출한 것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에 이어 13년 만이다. 오바마는 “미국이나 동맹국 관련 인력 구출작전, IS 지도부를 겨냥한 군사작전 등 제한적인 상황에서 지상전을 수행할 수 있는 유연성을 발휘하겠다”고 제출 이유를 밝혔다. 미 공화당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승리를 얻어야 한다”며 제한적 군사력이 아닌 전면적인 무력 동원을 요청했다. 전면적 군사력 동원이든, 제한적 군사력 사용이든 미국이 중동에서 다시 전쟁을 벌이는 것이 기정사실화했다.
오바마 대통령, 의회에 제한적 군사력 사용 요청요청안이 의회를 통과하면 오바마 대통령은 이르면 4월 ‘오바마 리더십’의 운명을 가를 이라크 제2의 도시인 모술 탈환전에 착수할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 이 전투는 지금까지 IS에 수세에 몰렸던 이라크에서 처음으로 IS에 공세를 가하게 된다. 확전이 불가피한 것이다. 아프가니스탄전이나 이라크전에 퍼부은 것과 같은 천문학적인 전비는 아니더라도 엄청난 전비가 투입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 의회에 내년 예산안을 요청하면서 절묘하게도 군사비 지출은 오히려 늘렸다. 매파인 공화당이 예산안에 시비를 걸지 못하게 하려는 정치적인 의도도 있겠지만 미국의 패권 유지를 위한 군사비 지출만큼은 양보하지 않겠다는 의사로도 읽힌다.이 엄청난 움직임의 중심에 중동의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있다. IS는 지난 1월 일본인 인질 두 명을 참수한데 이어 지난 2월 3일에는 추락한 요르단 공군기 조종사 마즈 알카사스베 중위를 산 채로 불태워 살해하는 천인공노할 동영상을 공개했다. 이에 요르단은 2월 6일 압둘라2세 국왕의 진두지휘로 IS 근거지인 시리아 동북부 도시 라카에 대해 대대적인 폭격에 나섰다.그러자 IS는 이 공습으로 미국인 인질 케일라 진 뮬러(26)가 사망했다고 주장했으며, 미 정부는 2월 10일 뮬러의 사망을 공식 확인했다. 이로써 미국에서 IS 퇴치를 위해 지상군을 보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뮬러는 2013년 8월 인도주의단체인 국경없는의사회가 시리아 북부 알레포에 세운 병원에서 봉사활동을 하다 터키로 돌아오는 길에 IS에 붙잡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뮬러 가족에게 애도를 표하며 “책임을 질 테러리스트들을 색출해 재판에 회부하겠다”고 단언했다. 오바마가 의회에 군사력 사용 승인 요청을 한 이유는 이처럼 IS에 대한 응징에 있다.요르단은 국민 정서상 앞으로 당분간 IS에 강공을 취할 수밖에 없다. 미국과 이라크가 모술에서 IS를 격퇴하는 작전을 벌이게 되면 더욱 적극적으로 참전할 가능성이 크다. 중동이 다시 전쟁의 큰 불길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극단주의 세력인 IS의 퇴치라는 국제적인 명분도 있다. 신장·위구르 지역의 이슬람 세력의 준동을 우려하는 중국, 체첸의 이슬람 분리주의 세력을 경계하는 러시아도 이 전쟁에 반대할 명분이 없다. 자국 이익에도 부합한다. 게다가 러시아가 지원하는 시리아 정부군이 바로 IS와 앙숙이라는 사실도 작용한다. 이슬람권도 수니파·시아파 할 것 없이 IS 격퇴에는 뜻을 같이한다. 대부분의 이슬람권도 IS는 이슬람 이름을 도용한 세력일 뿐 이슬람과 무관하다며 종교의 명예회복 차원에서도 이들을 격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란도 같은 시아파 계열인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면서 IS와의 전투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전체 이슬람권이 반IS라는 깃발 아래 모처럼 단결하는 분위기다.이처럼 오바마가 IS를 응징할 전쟁을 담당하는 동안 IS에 대응하는 문화적인 전쟁을 지휘하는 여성이 바로 말랄라 유사프자이다. 지난해 노벨평화상을 받은 그는 IS가 발호하면서 IS는 물론 탈레반을 포함한 이슬람 극단주의에 대응하는 상징으로 새삼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말랄라는 이슬람 극단주의의 피해자이면서 그들에 대항해서 어린이들이 교육받을 권리, 여성들이 당당하게 살 권리를 주장한다. 이슬람 극단주의에 대항하는 문화전사인 셈이다. 말랄라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전 세계를 다니면서 여성권리 향상, 그중에서도 교육받을 권리를 주장하는 연설과 강연을 하면서 적극적으로 여론 형성과 모금활동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신변 위험을 무릅쓰고 벌써 열심히 다니고 있다. 올해 중 유엔을 다시 방문해 극단주의자들에게 유린 당하는 어린이와 청소년, 그리고 여성의 인권과 권리에 대해 역설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통해 말랄라는 다시 한번 자신의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IS와 탈레반 같은 극단주의 세력에 맞서는 이성과 합리, 인권의 대명사로서 말이다. IS나 탈레반 같은 극단주의 세력에 맞서는 방법은 무력만이 아니라 말랄라 같은 문화적 헤게모니를 잡는 투쟁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IS·탈레반에 맞서 문화전쟁 펼쳐
▎지난해 12월 10일(현지시간) 노르웨이 오슬로의 호텔에서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말랄라 유사프자이(왼쪽)와 카일라쉬 사티아르티가 군중의 환호에 답례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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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랄라는 2012년 10월 9일 파키스탄 서북부 스와트 밸리에서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인 탈레반이 보낸 자객에게 권총으로 머리 관통상을 입고 중태에 빠졌다. 스와트 밸리는 파키스탄 영토지만 이웃 아프가니스탄의 최대 민족인 파슈툰족이 몰려 사는 자치지역이다. 백제에 불교를 전한 인도 승려 마라난타의 고향으로 알려졌다. 이슬람 원리주의 집단인 탈레반은 대부분 파슈툰족으로 아프가니스탄은 물론 이곳도 사실상 지배하고 있다. 15세였던 말라라는 당시 이곳의 쿠샬학교에서 일과를 마친 뒤 버스를 타고 귀가 중이었다. 그런데 턱수염을 기르고 코와 입을 수건으로 가린 남자가 버스에 올라타더니 말했다. “말랄라가 누구냐?” 이 말에 한 소녀가 움찔거렸다. 그러자 그 남자는 검은색 콜트45구경 권총으로 후미에 탄 이 소녀를 향해 세 발을 쏘았다. 그중 한 발이 소녀의 왼쪽 눈 옆을 뚫고 들어가 왼쪽 어깨로 빠져나왔다. 버스 안은 삽시간에 피투성이가 됐다. 바로 말랄라였다.말랄라는 영국 BBC방송의 우르드어의 블로그에 탈레반 치하의 삶과 지역 내 여성교육을 위해 싸우는 가족의 이야기를 주로 들려주고 있었다. 탈레반은 여자에 대한 교육을 금지했다. 현지에서 쿠샬학교를 세우고 여자 아이들을 가르치던 말랄라의 아버지와 가족은 수시로 협박을 당했다. 그래도 설마 어린소녀에게 총부리를 겨누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설마가 현실이 됐다. 말랄라는 치료를 위해 영국 버밍엄으로 옮겼고, 오랜 치료 끝에 마침내 의식을 회복했다. 퇴원한 말라라는 신변 안전을 염려해 가족과 함께 영국에 정착했다. 그곳에서 자서전을 썼고 이 자서전이 널리 알려지면서 글로벌 여성운동가가 됐다. 말랄라는 인권운동, 특히 여성의 교육 받을 권리를 위해 싸우고 있다. 그 공로로 지난해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재작년에는 유엔을 방문해 반기문 사무총장 앞에서 연설을 했다. 워싱턴의 백악관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만났다.IS는 끊임없이 만행을 저지르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3월부터 지금까지 9명의 외국인 인질을 살해했다. 이들의 살육은 대상을 가리지 않는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 메일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IS는 최소 1878명을 여러 가지 이유로 처형했다. 시리아 인권단체의 조사에 따르면 이 중 1175명이 민간인이며, 여성 8명과 어린이 4명도 포함됐다. IS는 지난해 연말 지하드를 그만두고 귀국을 원한 외국 출신 대원 116명도 처형했다고 영국에 있는 인권단체 시리아 인권관측소가 최근 밝혔다.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남자를 높은 건물에서 떨어뜨린 뒤 돌팔매로 숨을 끊는 동영상도 공개했다. 간음을 했다며 여성을 투석으로 살해하거나, 백주 대낮에 사람이 오가는 길거리에서 남자의 목을 칼로 자르는 피비린내 나는 동영상까지 내놨다. 한 마디로 피에 굶주린 야수다. 국제사회의 공적 1호다. 그러면서 고도의 인터넷 홍보를 통해 전 세계 청소년을 유혹해 끔찍한 싸움터로 끌어들이는 역할도 하고 있다. 1월에 터키 남부 시리아 국경지대에서 사라진 한국인 김모군(18)도 여기에 넘어갔을 가능성이 크다.IS는 잔학행위와 함께 여성에 대한 탄압으로도 악명이 높다. 여성 교육은 물론 복장까지도 규제한다. IS는 치열한 내전이 벌어지고 있는 시리아 서북부 알레포의 일부를 점령하고 있다. 알레포는 시리아 내전의 최대 격전지다.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의 정부군과 이에 대응해 민주주의를 외치는 반군, 시리아와 이라크, 터키에 걸쳐 거주하는 소수민족인 쿠르드족, 내전을 틈타 세력을 넓히고 있는 외국 출신 이슬람 지하디스트 세력, 알카에다와 함께 IS도 개입해 다중복합 내전을 치르고 있다. IS는 내전의 공포 속에서 어지간한 죽음은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이곳에서조차 공포의 대상이다. 지나가는 여성의 치마가 짧다, 옷 색깔에 원색이 들어갔다는 이유로 마구 총격을 가했기 때문이다. IS는 점령지에서 소수종교 신자들을 성노예화하고 있다. 시리아에 들어가 지하디스트로 활동 중인 외국인 전사들은 자신의 SNS 등에 “여자를 마음대로 취하고, 팔고, 남에게 넘기고, 심지어 죽일 수 있다”고 떠벌리고 있다.
자서전에서 탈레반 치하의 스와트 밸리 참상 고발말랄라는 탈레반은 물론 IS까지 포함한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에 맞서 인권과 여권을 주장하고 있다. 극단주의 세력은 여전히 말랄라가 못마땅하다. 지난해에도 탈레반이 말랄라 살해를 공모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탈레반은 지난해 12월 16일 어린 학생이 모여 있는 파키스탄의 공립학교를 의도적으로 공격해 141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나이지리아의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보코하람은 지난 4월 수업 중이던 공립학교 여학생 276명을 납치했다. 이들을 인신매매 했다거나 강제 결혼시켰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이슬람을 내세운 극단주의 세력들은 이렇듯 교육 받을 권리, 특히 여자의 교육받을 권리에 적극 반대한다. 그 대척점에 말랄라가 있는 것이다.말라라는 [내 이름은 말랄라]라는 자서전에서 자신이 살았던 탈레반 치하의 스와트 밸리의 현실을 고발했다. 말라라의 증언은 21세기판 [안네의 일기]나 다름없다. 말랄라라는 이름은 1880년 영국-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선봉에 서서 싸우다 전사한 여성 전사 마이완드의 말랄라이에서 따왔다고 한다. 같은 파슈툰족이다. 말랄라이가 아프가니스탄의 잔 다르크라면, 말랄라는 탈레반과 IS 등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여성 차별에 맞서고 교육받을 권리를 주장하는 인권운동 투사다. 말랄라는 이미 12살 때 이슬람·기독교·힌두교·불교·유대교의 상징 위에서 서로 악수하는 사람의 손과 그 곁에서 그네를 타고 노는 여자 아이를 그렸다. 종교를 초월한 화합과 모든 인간의 권리가 존중받는 세상을 표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