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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 칼 빼든 함승희 강원랜드 대표 - ‘내 안의 부패’에 맞선 단호한 전쟁 

혈연·학연으로 점철된 패거리문화 척결 … 강도 높은 개혁 


▎대대적인 내부 개혁에 나선 함승희 강원랜드 대표
강원 정선 강원랜드는 지난해 말 대대적인 자체 감찰을 실시했다. 2008년부터 최근까지 일어난 직원들의 각종 금품 수수·횡령 등을 일일이 조사했다. 감찰 결과 혐의자 14명을 적발했다. 강원랜드는 이 중 회사에 손해를 크게 입힌 6명을 관할 춘천지검 영월지청에 형사고발 했다. 나머지 8명은 소재 파악이 어렵거나 횡령 금액이 작아 면직 등 자체 징계 처리했다. 강원랜드의 강도 높은 개혁이 시작된 것이다.

강원랜드는 창립 이후 17년 동안 매출과 순이익에서 놀라운 성장을 이어왔다. 하지만 늘 각종 사건·사고와 직원비리 등으로 뛰어난 실적이 퇴색돼왔다. 실적 자랑은커녕 부정적 이미지가 고착돼 대내외적인 경영활동까지 차질을 빚었다. 이제는 지속성장을 위해서 실적보다 비리척결에 집중해야 할 지경이다. 강원랜드는 최근 스스로 조직 내 부정부패를 뿌리 뽑고 패거리 문화를 청산하는 개혁에 나서고 있다. 개혁과 변화를 통해 그동안 줄곧 문제가 되어왔던 기업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관행처럼 굳어져 왔던 잘못된 내부 관리체계를 개선하기 위해서다.

사업자 선정 과정 투명하게 공개


▎자료: 금융감독원
우선 부정부패 척결에 집중하고 있다. 강원랜드는 모든 계약에 대한 제반 규정을 강화해 시행키로 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강원랜드가 발주하는 모든 사업에 대해 사업자 선정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기로 했다. 이제까지 3년 이상 장기 계약으로 해왔던 것도 1년 단위로 계약기간을 조정키로 했다. 이와 함께 계약 과정에서 외부기관의 청탁이나 개입·압력 등의 의혹만 제기돼도 감찰을 실시키로 했다. 자체 감찰을 통해 진상을 규명하고 그 결과를 공개해 부정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할 방침이다. 또 현재의 모든 계약에 대한 진행 과정 점검을 강화한다. 사전·사후 감사로 부정이 개입될 소지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서다. 그럼에도 부정은 발생할 수 있다. 강원랜드는 부정을 저지른 직원에 대해 회사 규정과 법에 따라 엄단할 방침이다.

강원랜드가 안고 있는 또 하나의 고질병은 패거리문화다. 강원랜드는 과거부터 조직 내부에 연줄문화와 패거리문화가 만연해왔다. 이런 문화가 주로 인사문제에 영향을 미쳐 조직적 비리를 키워온 것이다. 강원랜드는 임직원의 신규 채용이나 승진 등에서 학연·혈연·지연이나 출신배경 등의 패거리문화가 작용한 의혹이 불거지면 강도 높은 내부 감찰을 벌일 예정이다. 또 조사 결과가 사실로 확인되면 그에 상응하는 인사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이를 실천으로 옮기기 위해 강원랜드는 기존 2개 감사팀에 더해 감사3팀을 신설했다. 전사업무에 대한 감찰기능을 부여한 감찰팀으로 조직 내부에 팽배한 연줄문화를 없앤다는 목적이다. 이들 감사를 통해 공정하고 투명한 관리체계가 정착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는 복안이다.

최근 정부는 국내 대기업이 카지노를 포함한 복합리조트를 설립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새누리당 서상기 의원은 내국인 출입이 가능한 오픈카지노를 허용하자는 입법을 준비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런 규제 완화로 사실상 내국인이 이용할 수 있는 독점적인 카지노인 강원랜드의 경영 환경은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강원랜드는 이렇듯 급격한 환경변화에 능동적이고 전략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대규모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이번 조직개편에서 눈여겨 봐야 할 점은 고객만족팀 신설과 마케팅 조직 확대다. 다양해지는 고객의 요구에 부응하고 영업과 마케팅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이전까지 강원랜드에선 보기 힘든 변화다. 또 레저 부문의 영업조직을 서비스 기능 중심으로 재편했다. 신규 사업 발굴과 수익모델을 체계적으로 개발하기 위해 대표이사 직속으로 미래전략팀을 신설했다. 근래 전국민적인 관심사로 떠오른 안전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재난대응과 안전사고를 담당하는 조직도 새로 만들었다.

강원랜드는 현재 미래 발전 방향을 재설정해 ‘투명하고 품격있는 친환경 리조트’로 정했다. 이를 위한 실천방안도 냈다. 첫째는 윤리경영과 준법교육을 강화해 임직원 모두가 철저한 준법정신을 보유하는 것이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각종 부정과 비리를 발본색원하는 기업문화를 정착시키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불법 사채와 좌석 매매 등 카지노 내의 불법행위를 엄단해 건전한 카지노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다음으로 살려 폐광지역의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사회 공헌 사업을 적극적으로 전개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각종 기부·후원·협찬 행사 등에 대해 사회 공헌 심의위원회를 통해 강원랜드의 설립 취지에 맞는 지원 기준을 수립하고 있다. 또 선택과 집중의 원칙에 따라 사회 공헌과 공익성에 기초한 기업으로 강원랜드가 제자리를 잡도록 할 계획이다.

지속성장 가능한 공기업 개혁 모델 케이스로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고 리조트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온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친환경 리조트를 개발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 시즌에 강원랜드는 스키고객을 대상으로 스노슈즈·설피·크로스컨트리·노르딕스키·전통스키·스노모빌 등 6가지의 스키 체험을 시범적으로 실시했다. 이들에 대한 좋은 평가를 바탕으로 올 시즌부터는 본격적인 프로그램을 개발·운영할 예정이다. ‘운탄길 프로젝트’도 추진한다. 해발 1100m에 조성된 운탄길을 재정비해 온 국민이 즐겨 찾는 트레킹 코스로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내부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방편으로 인재육성에 집중할 계획이다. 해외 교육과 단기 MBA 등 현장 중심의 직무 교육 제도를 구축한다. 인사시스템의 선진화를 통해 경쟁력을 갖춘 인재를 육성해 글로벌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함승희 강원랜드 대표이사는 “강원랜드가 10년 후 폐특법(폐광지역개발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폐지된 이후에도 지속성장이 가능한 국내 최고의 친환경 리조트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특단의 개혁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과거로부터 몸에 배인 나쁜 관행에서 단호하게 벗어나 강원랜드를 공기업 개혁의 모델케이스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1281호 (2015.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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