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츄럴엔도텍 주식 대부분 손절매이렇게 피해가 커진 이유는 연기금이 기관들 중에서도 가장 많이 내츄럴엔도텍 주식을 사들였기 때문이다. 기관이 352억2500만원어치의 내츄럴엔도텍 주식을 매입하는 동안 연기금이 매입한 내츄럴엔도텍 주식은 269억원어치에 육박한다. 기관 중 연기금 순매수 비중이 75%나 된다. 이에 비해 사모펀드는 80억2900만원, 금융투자는 42억700만원, 투신은 19억7000만원을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432억5800만원어치를 순매수했고, 개인은 761만9800만원어치를 순매도했다.가짜 백수오 사태로 연기금이 눈덩이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지자 연기금의 투자행태에 시선이 쏠린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이 단시일에 주가가 5분의 1로 급전직하한 종목에 투자한 것에 대해 기금 안정성을 염려하는 시각이다. 4대 연기금 중 국민연금 비중은 86%가 넘는다.
기금 소진설도 코스닥 투자 부채질증권사들의 장밋빛 투자 전망도 연기금이 내츄럴엔도텍에 과감히 베팅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꼽힌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 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가짜 백수오 파동 전까지 증권사들이 발표한 내츄럴엔도텍 보고서는 44건에 달한다. 대부분 매수를 권하거나 긍정적인 전망을 제시한 내용이다. 키움증권은 가짜 백수오 파동 보름 전인 4월 6일 ‘국내 유통채널 다각화 등을 통해 성장성이 두드러진다’며 목표주가를 6만6000원에서 9만900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하나대투증권도 ‘백수오 시장 성장성과 해외 진출을 고려할 때, 성장성 확보가 분명하다’며 ‘주가는 우상향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놨다. 증권사들이 내놓은 보고서 제목을 보면 ‘세계를 향한 위대한 한 걸음(유진투자증권)’ ‘꿈의 현실화 국면(이베스트투자증권)’ ‘미개척 영토가 많다(교보증권)’ 등 장밋빛 일색이었다.한 증권 업계 관계자는 “애널리스트의 취약한 기업분석 능력도 문제지만, 이를 전적으로 신뢰하는 연기금 역시 투자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솔직히 백수오가 진짜라고 해도 내츄럴엔도텍이 지나치게 고평가돼 있었다는 말은 이미 돌고 있었다”고 말했다.여기에 기금 소진설도 코스닥과 같이 더욱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투자를 부채질했다. 감사원이 발표한 ‘국민연금 운용 및 경영관리 실태’ 감사결과에 따르면, 지금과 같은 수익률이 이어질 경우 2045년이면 국민연금 기금이 완전 고갈될 전망이다. 기존 보건복지부가 예상한 2060년보다 15년 앞당겨진 것이다. 여기에 저출산·고령화 추세가 심화하면 기금 고갈 시점이 더욱 빨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가짜 백수오 사태가 벌어지기 전까지 연기금의 코스닥 투자는 성공적이었다. 실제로 연기금이 코스닥 종목에 가장 많이 투자한 10개 종목을 보면, 에스엠을 제외한 9개 종목의 연초후 수익률이 플러스다. 특히 골판지와 마스크팩 화장품 제조업체 산성앨엔에스의 경우 연초후 수익률이 277%에 달한다. 내츄럴엔도텍 역시 가짜 백수오 사태 전까지 수익률은 높은 편이었다.일각에서는 그간 코스닥 투자에 적극적이던 연기금이 내츄럴엔도텍 파동 이후 소극적으로 돌아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개별 종목 투자 수익률이 낮다고 연기금을 매도하는 분위기가 있다”며 “한 곳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분산투자를 통해 전체 수익률이 높다면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