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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요금제 도입 그 후] 이통 3사 마케팅비 감소 기대는 ‘글쎄’ 

‘단통법 따른 서비스 경쟁’은 정부의 자화자찬 ... 영업정지·과징금에도 4년간 마케팅비 33조원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오른쪽)이 5월 19일 오후 서울 구의동 테크노마트에 위치한 이동통신사 판매점을 방문해 직원들에게 주말 영업상황을 질문하고 있다.
“국내 이동통신사가 그간 단통법(이동통신단말장치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시행 성과에 대한 판단을 토대로 마케팅비 절감 등을 통한 서비스 요금 경쟁 가능성을 확인해 그 효과를 미리 당겨쓰기로 하고 파격적인 요금제 출시를 결정한 것이다.”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5월 19일 국회에서열린 당정회의에서 한 말이다. 당정의 압박으로 SK텔레콤·KT·LG유플러스 3사가 연이어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내놓은 것을 두고 한 얘기다. 데이터 요금제는 음성 중심의 이동통신 요금 체계를 데이터 중심으로 바꾼 것을 말한다. 최양희 장관의 얘기처럼 이통 3사가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도입한 것은 단통법 효과 때문일까? 그래서 이통 3사는 마케팅 비용을 줄이고, 소비자는 요금 인하 효과를 볼까?

단통법이 시행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존치와 폐지를 놓고 여전히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단통법 효과가 있다고 주장한다. 미래부 관계자는 “올 1분기 이통사의 마케팅비 지출이 크게 줄었다”며 “1분기에 신형 스마트폰이 출시돼 이통사간 경쟁이 치열했는데 보조금 제한 효과로 마케팅 비용이 줄고 이익은 증가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데이터 중심 요금제 도입이 단통법 효과?

올 1분기 이통 3사의 영업이익이 크게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SK텔레콤의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9% 증가한 4026억원이다. KT와 LG유플러스도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각각 135%(3209억원), 37%(1547억원) 늘었다. 하지만, 단통법에 른 마케팅비 축소 효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 올 1분기 이통 3사는 전년 동기 대비 마케팅 비용이 모두 대폭 줄었다. 하지만, 이는 기저 효과에 따른 것이다. 2014년 1분기는 이통 3사가 유례없는 과열 경쟁으로 천문학적인 마케팅 비용을 쏟아 부으며 영업정지까지 당했던 시기다. 당시 SK텔레콤은 한 분기에만 1조1000억원을 썼고, KT는 7752억원, LG유플러스는 5497억원을 지출했다. 올 1분기에 쓴 마케팅비는 SK텔레콤이 8460억원, KT가 7082억원, LG유플러스가 5038억원이다. 전분기와 비교해도, KT·LG유플러스는 줄었지만, SK텔레콤은 300억원 늘었다. 단통법이 시행된 직후인 지난해 4분기도 사정은 비슷하다. 지난해 10~12월 이통 3사가 쓴 마케팅 비용은 2조1469억원으로 전분기보다 4.7% 늘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도 700억원 증가했다.

데이터 요금제 도입을 당정의 치적으로 자화자찬하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정부로부터 인가를 받아야만 요금제를 바꿀 수 있는 SK텔레콤이나, 압도적 1위인 SK텔레콤 눈치를 보며 대응을 해온 KT·LG유플러스나 데이터 중심 요금제 도입은 원하던 바다. 휴대전화 사용 빈도가 음성에서 데이터로 넘어간 지오래고, 수익성 면에서도 데이터 사용이 증가하는 게 유리하다.

더욱이 미국 버리이즌이나 일본 NTT도코모 등 해외 이통사들도 대부분 데이터 중심으로 요금제를 바꿨다. 단통법 때문에 데이터 요금제가 도입된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당정의 자화자찬이야 그렇다 치고, 이번에는 과연 이통사들이 마케팅비 출혈경쟁을 멈출까? 그간의 행적을 보면 회의적이다. 본지가 이통 3사의 분기별 마케팅 비용을 조사했더니, 2011년 1분기~2015년 1분기 동안 무려 33조3932억원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분기당 평균 2조원 가까이 쓴 셈이다. 같은 기간 SK텔레콤은 14조5774억원, KT는 11조1116억원, LG유플러스는 7조7042억원을 썼다.

좀 더 자세히 보자. 2010년 3월, 당시 최시중 방통통신위원회 위원장은 이통 3사 CEO를 불러 모아 이른바 ‘마케팅비 가이드라인’에 도장을 찍게 했다. 과당 경쟁을 막기 위해 이통 3사의 마케팅비 총액을 매출액 대비 20% 수준으로 제한한다는 내용이었다. 다만, 2010년에만 22%로 맞추기로 했고, 3사 CEO는 울며 겨자먹기로 합의했다. ‘정부가 기업 마케팅비까지 관여 하느냐’는 비난에도 이런 가이드라인이 나온 것은 이유가 있다.

이통 3사의 마케팅비는 2005년 3조2600억원에서 2009년 6조 1900억원으로 급등했다. 그럼에도 시장 점유율 변화는 거의 없었다. 한마디로 제로섬 게임에 출혈경쟁을 한 것이고, 이 비용이 고스란히 통신 요금에 전가된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었다. 당시 방통위는 ‘(가이드라인 시행으로) 2010년에만 마케팅 비용이 9900억원 줄어들 것’이라는 보도자료까지 냈다. 결과는 어땠을까?

멈추지 않는 마케팅비 출혈경쟁


가이드라인 시행 첫 해부터 어겼다. 더 정확히 말하면, 합의를한 6월만 지키고 7월부터 어겼다. 결과적으로 2010년 이통 3사는 마케팅 비용으로 6조3115억원을 썼다. 세 개 회사 모두 매출액 대비 22% 이내로 합의한 가이드라인을 넘겼다. 이듬해도 마찬가지였다. 스마트폰 가입자 유치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2011년 3사는 6조9188억원의 마케팅비를 썼다. 매출액 대비 20% 이내로 쓰기로 한 합의를 지킨 곳은 없었다. 이러자 국회에선 마케팅비 가이드라인을 법제화하자는 논의가 일었다. 이통 3사는 헌법 15조(영업의 자유)까지 들먹이며 마케팅 비용을 법으로 강제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반발했다.

롱텀에볼루션(LTE) 가입자 경쟁이 치열했던 2012년도 마찬가지다. 그해 이통 3사는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하며 7조8000억원을 마케팅비에 쏟아부었다. LTE 전국망 구축에 들어간 설비투자비보다 많은 액수였다. 당시 방통위는 보조금 과잉 지급에 대해 ‘3진 아웃제’를 시행하는 중이었다. 보조금 지급 기준을 세 차례 위반하는 이통사는 최대 3개월간 신규 가입자 모집을 금지하는 강수였다. 하지만 2010년 9월,2011년 9월에 이미 보조금 과잉 지급으로 과징금 명령을 받아 ‘투 아웃’ 상태였던 이통 3사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2012년 3분기 이통 3사는 최근 5년간 최대 규모인 2조4437억원을 마케팅비에 쏟아 부었다. 당시 이통 3사가 고객을 뺏고 뺏기는 데 쓴 돈은 가입자 1인당 870만원에 달했다.

2013년에도 정부는 경고장을 보냈다. 그 해 3월 청와대가 직접 나서 “이동통신 시장 보조금 과열 경쟁이 도를 넘었다”고 지적했고, 6월 최문기 전 미래부 장관은 이통 3사 CEO를 불러 이 문제에 대해 엄중 경고했다. 방통위 역시 “보조금 경쟁을 주도한 사업자 한 곳을 엄중 처벌하겠다”며 조사에 착수했다. 국회에서 단통법이 발의된 것도 그 즈음이다.

5:3:2 구도 변함없고 가계통신비 부담은 가중


백약이 무효했다. 2013년 2~3분기 음성 무제한 등 요금제가 크게 바뀌면서 이통 3사의 가입자 경쟁은 다시 불이 붙었다. 2분기와 3분기 1조원대로 내려간 마케팅 비용은 그해 4분기 다시 2조원을 넘어셨다. 결국 방통위는 이통 3사에 사상 최대인 106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하지만 그 정도 과징금에 움츠러들 이통사가 아니었다. 보조금을 지급해 얻는 이익이 과징금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사상 최대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다음 분기(2014년 1분기)에 이통 3사는 마케팅비로 무려 2조4263억원을 썼다. 이른바 ‘1·23 대란’ ‘2·11 대란’으로 불리는 보조금 출혈 경쟁이 벌어진 것도 이때다.

이 여파로 지난해 2분기 SK텔레콤은 45일, KT와 LG유플러스는 26일의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영업정지 기간에는 신규가입자 유치와 번호이동 등이 금지됐다. 그런데도 이통 3사는 마케팅비로 2조1500억원을 집행했다. 다른 이통사의 영업정지기간에 고객을 뺏어오기 위해 돈을 풀었고, 경쟁사들도 똑같은 행태를 보였다. 같은 해 3분기에도 출혈 경쟁은 식지 않았다. 2분기 영업정지 기간 동안 뺏긴 고객 수를 만회하기 위해 단말기별로 70만~80만원의 리베이트를 지급하고, 번호이동 고객을 신규 고객으로 위장하는 등 온갖 수법이 동원되며 그해 3분기에만 2조507억원을 썼다.

지난 4년간 서울시 1년 예산에 맞먹는 33조원을 뿌린 결과는 어땠을까. 3사가 과점한 이동전화 시장 점유율은 거의 변함없이 ‘5:3:2 구도’ 그대로다. 미래부에 따르면 2005년 50.9%였던 SK텔레콤의 시장 점유율은 2011년까지 거의 고정됐다가, 2012년 49.5%, 지난해 46.3%로 내려왔다. KT는 2005년 이후 31% 안팎을 고수하다가 지난해 26.7%로 하락했다. 2005년 16.2%였던 LG유플러스의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19.1%까지 올라왔다. 최근 2~3년 사이 이통3사 점유율이 다소 변한 것은 500만명을 넘어선 알뜰폰 가입자 영향이다. 현재 알뜰폰의 시장 점유율은 8.8% 수준이다. 하지만, 알뜰폰 가입자의 절반 이상이 이통 3사의 계열사 고객이고, 알뜰폰을 제외하면 3사의 점유율은 여전히 5:3:2 구도다.

이런 상황 속에서 가계는 세계 최고 수준의 통신비를 내야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0년 가구당 13만8600원이던 가계통신비는 이듬해 14만2900원, 2013년에는 15만2800원으로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15만400원으로 모처럼 감소했지만, 통신요금 인하 효과라기보다는 정부가 일시적으로 소비자의 고가폰 구매욕구를 억눌러 생긴 결과라는 게 통신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가구당 통신비는 일본·미국에 이어 세계 3위 수준이다.

정부는 단통법과 데이터 요금제로 가계 통신비가 감소할 것으로 믿고 싶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매우 작다. 이통 3사는 요금체계와 상품을 보다 복잡하게 만들어 가입자 유치 경쟁에 나설 것이고, 데이터 요금제를 기폭제로 다시 가입자 뺏기 경쟁에 나서며 마케팅 비용을 늘릴 가능성이 있다. 정부가 뒤늦게 요금인가제와 기본요금제 폐지를 검토하고 있지만, 정부가 개입할수록 시장은 실패했다는 것이 이동통신 30년의 역사가 말해주는 교훈이다. 이와 관련 국책연구원인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관계자는 “정부 보호와 규제에 익숙한 국내 이통사들은 이미 통신관료의 머리 꼭대기에 앉아 있다“고 말했다

1287호 (2015.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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