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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희 교수의 ‘실리콘밸리 창업마피아’ - ‘500 스타트업’ 데이브 맥클루어] 홈런 한방보다 연속 안타로 승승장구 

작게 여러 스타트업에 투자 … 2배 수익률 기대하는 투자전략가 

홍익희 배재대 교수

▎데이브 맥클루어. / 사진:중앙포토
아이디어나 기술을 가지고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한 회사를 ‘스타트업(Startup)’이라고 한다. 초기 단계 벤처다. 이들을 위해 자금을 대주는 초기 투자자들은 벤처기업인들에게는 천사같은 존재다. 그래서 말그대로 엔젤이라 부른다. 하지만 투자의 대부분은 실패한다. 실리콘밸리조차 스타트업 성공률은 1%에 불과하다.

페이팔 마피아 데이브 맥클루어(Dave Mcclure)는 이런 엔젤 투자를 많이 해 ‘수퍼 엔젤’이라 불린다. 그는 페이팔 동료들과 함께 일하면서 엔젤 투자의 중요성을 느꼈다. 갓 태어난 기업에 대한 엔젤 투자는 성공 가능성이 큰 기업조차 초기 현금흐름을 창출하지 못해 사라지는, 이른바 ‘죽음의 계곡’을 넘는데 결정적인 도움을 준다. 그가 세운 ‘500 스타트업(500 Startups)’은 ‘와이컴비네이터(Y-Combinator)’와 함께 실리콘밸리의 양대 ‘액셀러레이터(Accelerator)’다. 액셀러레이터란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해 엔젤 투자하는 기관을 의미한다. 이들은 투자뿐 아니라 신생 기업이 성공적으로 클 수 있도록 일정 기간 다방면의 멘토링과 조직 구축 등을 지원해 후속 투자를 돕는다. 이렇게 해서 성과를 내는 기업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털(VC) 역시 리스크가 크기는 마찬가지다. 2010년까지 벤처캐피털로부터 100만 달러 이상 투자받은 미국의 2000개 벤처기업 가운데 75%가 투자자에게 원금조차 돌려주지 못했다.

스타트업 키우는 ‘수퍼 엔젤’

‘500 스타트업’은 벤처캐피털리스트가 나서서 투자하기에는 너무나 예측 불가능한 요소가 많은 초기 스타트업에 대한 엔젤 투자와 창업 인큐베이터 보육지원을 하는 조직이다. 설립자 데이브 맥클루어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 등에서 데이터베이스 컨설턴트로 일하다 페이팔 마피아의 일원이 되었다. 2001년 9월 e메일 결제회사인 ‘페이팔’에 마케팅 이사로 합류한 것이다. 데이브는 페이팔에서 2004년까지 3년을 일한 후 퇴직하면서 받은 돈으로 엔젤 투자를 시작했다.

당시 그의 투자는 취미 수준이었다. 이 투자 가운데 유명한 것으론 2010년 구글이 인수한 가상 상품 결제 플랫폼 ‘잠불(Jambool)’과 2011년 아마존에서 인수한 온라인교육 ‘마켓플레이스(Marketplace)’ 플랫폼 등이 있다. 2007년부터는 스탠포드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페이스북과 소셜네트워킹 플랫폼들’이라는 강의를 개설해 새로운 실리콘밸리의 환경을 가장 빠르게 학생들에게 전달했다. 현업의 생생함을 담은 강의였다. 페이스북·구글·야후 등에서 일하는 실무자들을 불러 살아있는 경험을 전달했다. 또 학생들에게 페이스북에서 가동되는 앱을 직접 개발해보도록 했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한 학기 동안에 학생들이 만든 앱은 총 200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학기말엔 월 100만명의 사용자들이 학생들이 개발한 앱들을 이용했다. 이 가운데 몇개 앱은 다른 기업에 인수 되기도 했다. 한 앱은 기업화돼 벤처캐피털로부터 투자도 받았다. 그는 스탠포드 대학의 유명 강사가 되었다.

그러나 당시 40살의 맥클루어는 여전히 뭔가 원하는 것을 찾지 못한 느낌이었다. 그래서 고민 끝에 2007년 강사 인지도를 활용해 투자업에 뛰어들기로 했다. 2008년 그는 페이팔 마피아의 대부 피터 틸이 세운 ‘파운더스펀드(Founders Fund)’의 시드 투자 프로그램 ‘FF 엔젤’을 맡아 운영하게 된다. ‘시드(Seed) 투자’란 엔젤 투자 규모보다는 크고, 전문 투자회사의 시리즈A 투자 규모보다는 작은, 중간 규모의 투자를 뜻한다. 2009년엔 피터 틸이 관여하는 페이스북의 ‘Fb펀드’ 투자심사를 맡았다. 이 펀드는 페이스북 플랫폼과 페이스북 커넥트를 활용한 창업 회사들에 투자했다. 그는 2년간 투자자의 길을 걸으며 수많은 심사를 통해 40개 스타트업 투자를 결정했다.

7%의 지분 받고 5만~10만 달러 투자

이러한 투자펀드들을 운영해본 경험 끝에 그는 스타트업의 3대 성공 요소를 파악했다. ‘기술 분야와 영업에 정통한 팀원을 보유한 기업’ ‘고객의 필요와 문제를 제대로 파악한 고객밀착형 기업’ ‘분명한 수익모델을 가진 기업’ 둥이다. 그는 그간의 경험과 인맥을 살려 2010년 4월 ‘500스타트업’을 만들었다. 현재 ‘500 스타트업’은 한 기수 당 1400 지원 업체 중 약 30개 기업을 뽑아 연 4개의 기수로 운영하고 있다. 이를 위해 30명의 직원들이 미국·브라질·멕시코·중국·인도와 말레이시아 사무실에서 유망 신생 기업을 찾고 있다. ‘500스타트업’의 특징은 많은 팀에 투자하지만 투자 금액은 크지 않다는 점이다. 7%의 지분을 받고 평균 5만~10만 달러를 투자한다. 많아도 25만 달러를 넘지 않는다. 그리고 4개월간 집중적인 창업 멘토링과 더불어 관련기업들을 연결해 제품개발 노하우와 경영전략 등의 지도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과거 실리콘밸리 엔젤 투자는 10개 기업에 투자해 돈을 잃더라도 1개 기업에서 엄청난 대박을 터뜨리는 것이 관행이었다. 하지만 근래 실리콘밸리의 창업생태계는 새로운 투자흐름을 낳고 있다. 수백 배 수익률을 거두려는 ‘홈런전략’보다 투자 기업의 30~40%가 올리는 2배 이상의 수익률에 만족하는 ‘안타전략’이다. 현재까지 ‘500스타트업’은 50 여개국에서 1000개 이상의 회사에 투자했다. 이 중에는 3D프린터 기술을 보유한 ‘메이커 봇’이나 소셜미디어 마케팅 업체 ‘와일드파이어’, 온라인 TV서비스를 개발한 ‘비키’ 등은 글로벌 기업에 인수·합병(M&A)된 성공 사례로 꼽힌다. ‘500스타트업’은 현재 1억 2500만 달러의 자본금으로 운영 중이며, 직원은 대부분 페이팔과 구글 출신들이다. ‘500 스타트업’이 개최하는 데모데이(후속투자 유치 IR)에는 수백 개의 벤처캐피털이 참여할 정도로 성황을 이룬다. 현재 실리콘밸리에는 200개 이상의 액셀러레이터들이 활동하고 있다. ‘500 스타트업’은 한국 스타트업에도 투자했다. 현재까지 7개의 한국 회사에 투자했다. 지난 2월 한국을 방문했던 맥클루어는 올해 한국 스타트업에만 투자하는 펀드를 따로 꾸며 한국에 사무실을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홍익희 - 배재대 교수. KOTRA 근무 32년 가운데 18년을 뉴욕·밀라노·마드리드 등 해외에서 보내며 유대인들을 눈여겨보았다. 유대인들의 경제사적 궤적을 추적한 [유대인 이야기] 등을 썼으며 최근에 [달러 이야기], [환율전쟁 이야기], [월가 이야기]를 출간했다.

1286호 (2015.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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