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de

[제10회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 2015] 신뢰·화합 이끄는 아시아 대표 외교포럼 

세계 지도자들의 화합의 장으로 자리매김 … 3일간 5개 분야 64개 세션 열려 


▎사진:오종택 기자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 2015’가 5월 20일부터 3일간 제주도 서귀포시 해비치 호텔에서 열렸다. 제주포럼은 2001년 출범 이래 해외 정상과 분야별 저명 인사의 참여를 이끌어내며 아시아의 대표적인 공공 외교포럼으로 자리매김했다.


외교부의 지원을 받아 중앙일보와 제주특별자치도·국제평화재단·동아시아재단이 공동 주최하는 제주포럼은 동아시아의 지속가능한 평화와 번영을 위한 미래 비전을 논의하고 공유하는 터전을 마련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올해로 10회를 맞은 이번 행사는 ‘신뢰와 화합의 새로운 아시아를 향하여’를 주제로 열렸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첫 날 가진 환영만찬에서 “탈냉전 이후 북한이 위협과 문제의 주원인이었다면 이제는 갈등과 긴장의 원천이 좀 더 다양해졌다”며 한반도를 둘러싼 역내 역학관계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우선 일본에 대해 “일본의 적극적인 역할에 긍정적인 측면이 있음에도 주변국들이 이를 축복하지 않는 이유를 고민해봐야 한다”며 “아마 최근 일본의 역사 수정주의 성향에 대한 우려 때문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에 대해서는 “중국이 주장하는 평화로운 발전에 대해 일부 국가들은 아직 확신이 부족한 상태”라며 “역내 국가들이 중국의 부상을 바라보는 시각과 접근방식이 역내 신뢰 수준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윤 장관은 “올해 한·중·일 3국 정상회의가 2010년처럼 평화와 화해를 상징하는 섬 제주도에서 가장 이른 시기에 열리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주요 인사로 참석한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의 특별세션도 이어졌다. 독일이 통일 후 국가 기반을 다지던 1998~2005년에 재임한 슈뢰더 전 총리는 ‘통독 이후 구조개혁과 한반도 통일의 성공조건’을 주제로 권영세 전 주중대사와 대담을 가졌다. 슈뢰더 전 총리는 ‘아젠다 2010’을 내걸고 복지혜택 축소, 노동시장 유연화 등 강력한 개혁정책을 추진해 통일 후유증을 앓던 독일 경제의 기반을 닦은 인물. 그는 “아젠다 2010의 성공은 제조업을 기반으로 한 혁신적인 중소기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독일 노동자의 80%가 중소기업에서 숙련되고, 중소기업이 창출하는 창업기회가 전체의 3분의 2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독일에서도 통일 후 10년이 지나서야 본격적인 구조개혁이 이뤄졌는데, 그 시기를 앞당겼다면 더 좋았을 거란 아쉬움이 남는다”며 “한반도 통일에는 고통이 따르겠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정치·경제·사회적 성공을 가져올것”이라고 밝혔다.

슈뢰더 전 독일 총리 “구조개혁 늦추지 마라”

개회식 기조연설에는 슈뢰더 전 총리를 비롯해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전 인도네시아 대통령, 후쿠다 야스오 전 일본 총리, 존하워드 전 호주 총리, 조 클라크 전 캐나다 총리, 리샤오린 중국인민대외우호협회장이 참석했다. 후쿠다 야스오 전 일본 총리는 “글로벌화가 진행되며 전 세계가 과거에 비해 축소됐지만 더 안정적인 상황이라고 보기엔 아직도 여러 불안 요소가 많다”며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지역분쟁, 국가 간 다툼을 해결하기 위해선 대화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리샤오린 중국인민대외우호협회장은 “중국 외교정책 기본방침이 선린우호인 만큼 주변국과의 관계에서 민심이 중요하다. 한·중 양국의 강물이 바다에서 만나듯 한국과 중국의 꿈도 연결돼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역 간 경제무역, 환경보호, 문화교류, 에너지 이용 등에 있어서의 협력을 강화한다면 코리안드림, 차이나드림을 넘어 아시아드림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열린 세계지도자세션에는 홍석현 중앙미디어네트워크 회장의 사회로 ‘신뢰와 화합의 새로운 아시아’를 향한 평화구축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번 포럼에서는 동아시아 평화체제 구축부터 UN 개발의제까지 다양한 주제가 다뤄졌다. 평화·번영·지속가능성·다양성·경쟁력 등 5개 분야에서 64개 세션이 열렸다. ‘특별세션1’에서는 ‘동아시아포럼(EAF)’ 13차 연례회의가 열렸다. EAF는 한국 주도로 창설해 아세안(ASEAN) 10개국과 한·중·일이 참여하는 국제회의로, 제주포럼과 함께 개최해 의미를 더했다.

2001년 남북정상회담 1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시작된 ‘제주평화포럼’의 역사를 회고하고 나아갈 방향을 재조명하는 ‘회고와 전망’세션에 참석한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북한과 생태공동조사나 한라산·백두산 연계관광 등을 제안했다”며 “제주포럼이 남북관계 해빙을 알리는 선구자 역할을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는 공로명 전 외무부 장관, 돈 그레그 전 주한미국대사,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캐슬린 스티븐스 전 주한 미국대사와 존 아이켄베리 프린스턴대 교수 등이 참석한 ‘신뢰와 화합의 새로운 동북아정치를 향하여’ 세션에서는 동북아 지정학의 부활과 극복을 위한 방안을 두고 석학들이 머리를 맞댔다. 아이켄베리 교수는 “동북아가 당분간 긴장·갈등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지만 미국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가입과 중국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 등 그랜드 바겐을 통해 협력하는 방법도 있다”고 제안했다. 한·중·일 3국 협력사무국(TCS)가 주최한 ‘한·중·일 언어장벽 극복 프로젝트’ 세션에서는 한·중·일 30인회가 공표한 ‘한·중·일 공동상용 808 한자표’의 의미와 활용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제주판 비정상회담에선 세대갈등 해법 모색

한편 JTBC 예능 프로그램 ‘비정상회담’을 모티브로 한 ‘제주판비정상회담’에서는 세대갈등을 주제로 5개국 청년들의 토론이 펼쳐졌다. ‘비정상회담’ 패널로 출연 중인 다니엘 린데만(독일)과 타일러 라쉬(미국)가 참석해 한·일·중 청년과 함께 영화 <국제시장>으로 대표되는 기성세대와 ‘미생세대’(88만원세대) 간 갈등을 다뤘다. 독일 대표인 다니엘은 “독일은 세대 전쟁이라는 표현을 쓸 만큼 세대갈등이 심화됐다”며 “한국처럼 저출산·고령화 문제가 심각해 최근 퇴직 연령 연장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가토 고이치 니혼게이자이신문 서울 특파원도 “일본의 젊은 세대는 장기 경제 침체로 취업·연애를 포기하는 사토리(달관) 세대가 됐다”고 분석했다. 패널들은 젊은층의 ‘포기’ ‘무관심’을 키워드로 삼아 연금·일자리·저출산 등 이슈를 짚으며 세대갈등 해결을 위한 소통 방안을 모색했다.

1287호 (2015.06.01)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