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안영균 한국공인회계사회 상근 연구교육부회장] 국제 회계무대 주름 잡는 큰 꿈 키우길 

국내 첫 국제회계사연맹 국제교육기준위원회 위원 ... “기업과 감사인 사이 잘못된 관행 근절해야” 


▎사진:오상민 기자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자 삼성전자·현대차와 같은 글로벌 기업을 보유한 나라. 한국 경제는 세계가 인정하는 대표적인 성장 모델이다. 덩치는 확실히 커졌는데 국제 기준에서 내실을 따져보면 의외로 뒤처진 분야가 많다. 가장 대표적인 게 회계 분야다. 경제 규모가 커지고, 기업 수도 많아졌지만 여전히 국제 회계무대에선 변방국이고, 글로벌 스탠더드를 좌우하는 나라라기보단 수용하는 집단에 속한다. 이런 환경에서 지난해 의미 있는 뉴스가 전해졌다. 안영균 한국공인회계사회 상근 연구 교육부회장이 국내 회계업계 최초로 국제회계사연맹(IFAC) 산하 국제교육기준위원회 위원에 선임됐다는 됐다는 소식이었다. 올해 1월부터 임기(3년)를 시작한 안 부회장을 6월 1일 만났다.

IFAC 산하기구 위원 선임은 국내 첫 사례다. 소감이 남다를 것 같다.

“국제 회계기구에서 한국을 대표한다는 점에 대해 매우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최근 몇 년 사이 (본인을 포함해) 국내 회계전문가의 국제기구 진출이 눈에 띄게 늘었다. 서정우 전 회계기준원장이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 위원에 선임됐고, 지난해 임석식 전 회계기준원장이 국제회계기준 자문평의회 위원이 됐다. 올해도 한종수 이화여대 교수가 국제회계기준 해석위원회 위원으로 선임된 데 이어 한국이 IFRS재단 감독이사회 상임이사국에 포함됐다.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국제교육기준위원회와 위원의 역할은 무엇인가?

“IFAC는 전 세계 130여개국, 175여개 회계사 단체가 모인 곳이다. 여기엔 전문직 회계사가 준수해야 할 감사 기준이나 윤리 기준 등 각종 표준을 제정하는 세 곳의 위원회가 있다. 국제교육기준위원회가 그중 하나다. 공인회계사 지망생이 갖춰야 할 요건, 공인회계사 자격 부여 과정에 필요한 요건, 이후 지속적으로 교육받아야 할 내용 등을 정하는 역할을 한다. 단순히 회계 전문가의 교육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각 단계별로 전문적 역량을 정의하고, 양성 과정 전체를 설계하는 중요한 역할이다.”

구체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최근 회계 선진국은 회계사 교육 체계를 크게 바꿨다. 핵심은 교육의 기준이 투입에서 산출로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어느 정도의 교육 과정을 이수했느냐를 따지기보다는 분야별로 어느 정도의 능력이 갖췄느냐를 따지자는 것이다. 앞으로는 회계사가 회계학뿐만 아니라 경영학·조직이론·IT 등 다양한 역량을 갖춰야 한다. 사실 우리나라는 이런 변화에 둔감했고, 준비와 대응 역시 미흡하다. 국제 기준에 걸맞게 개선해야 할 시점이다. 이를 위해 얼마 전 개정된 국제교육 기준서 전체를 번역하는 작업을 최근 마무리했다. 국제 교육기준과 우리나라의 차이점을 비교한 연구도 곧 시작한다.”

우리나라는 회계 투명성이 여전히 낮다는 지적이 많다.

“최근에 IMD가 발표한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한국의 전체 순위는 25위였지만 회계 투명성 부문은 61개국 중 60위였다. 참담한 수준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큰 이유는 경영자의 의식에 있다고 생각한다. 국내 기업의 상당수 CEO는 회계 문제를 상의하려고 하면 ‘나는 모르니 실무자에게 물어보라’고 답한다. 마치 자랑처럼 말하지만 최고경영자가 관심을 갖지 않는 분야가 발전할 리 없지 않겠나? 반면 세계적인 기업의 CEO는 회계를 직접 챙긴다. 경영 성과를 보고하는 것을 최고의 가치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회계 투명성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려면 경영자와 사외이사의 재무 보고에 대한 책임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미국에서 엔론사태가 터졌을 때 분식회계를 저지른 회계담당 이사는 무려 징역 24년형을 선고 받았다. 남편을 잔인하게 살해한 어떤 여성은 같은 달, 같은 법원에서 25년형을 선고 받았다. 강한 사회적 책임을 부여해야 한다는 의미다.”

기업의 문제만은 아니지 않나?

“물론 그렇다. 최근 한국공인회계사회가 강조하는 게 ‘재무제표 대리작성 관행 근절’이다. 기업의 재무정보는 기업 스스로 만드는 것이 원칙이지만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 등으로 재무제표 작성을 외부감사인에게 맡기는 잘못된 관행이 자리 잡았다. 당연히 외부감사의 독립성에 악영향을 미치고, 기업의 재무능력을 약화시키는 원인이 된다. 지난해부터 재무제표 대리작성 신고센터와 상담실을 운영하는 등 폭넓게 노력하고 있지만 기업과 감사인이 함께 장기간 노력해야 할 부분이다. 사실 이런 관행의 기저엔 기업과 회계법인 간 갑을 관계가 깔려 있다.”

무슨 뜻인가?

“상장법인은 3년 주기로 감사인 선임 계약을 하는데 그때마다 경쟁입찰을 실시한다. 사업을 따내려면 가격을 낮춰야 하고, 낮은 보수에도 서로 감사를 하려고 나서는 회계법인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감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겠나? 회계감사의 결과물은 감사보고서다. 이를 이용하는 사람은 투자자나 채권자 등 주로 회사 밖의 이해관계자인데, 감사인 선임권은 피감기관인 기업에 있다. 이런 비정상적인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회계법인의 비감사서비스 확대도 논란거리인데?

“회계법인과 기업의 유착 우려 때문인데 관점을 조금 달리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기업의 현실을 가장 잘 아는 회계사가 기업에 경영 조언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회계법인의 직무 중 경영컨설팅 분야가 비약적으로 발전해온 것이다. ‘유착으로 인한 문제점’ 때문에 그 범위와 대상 등 비 감사서비스를 제한해야 주장이 있지만 이런 논리는 바람직하지 않다. 기업과 감사인의 유착보다는 기업과 감사인 간의 힘의 균형을 찾아주는 정책적 방향이 옳다고 생각한다.”

올해 10월에 서울에서 2015 CAPA 컨퍼런스가 열리는데.

“CAPA는 한·중·일을 비롯해 미국·인도 등 아시아와 태평양 지역 국가의 공인회계사협회로 구성된 단체다. 4년마다 총회를 개최하는데 올해는 26년 만에 한국에서 개최한다. 이번 컨퍼런스에서는 세계 경제의 중심이 아시아로 옮겨가는 시대 흐름에 맞춰 회계업계의 중심도 영미 중심에서 아시아 중심으로 이동하려는 움직임과 그 대비 전략을 심도 있게 다룰 예정이다. 특히 올해는 급속도로 성장하는 중국과 아시아권 국가들이 그 특징에 맞는 회계기준을 개발하고, 발전시킬 수 있도록 하는 선언문(가칭 ‘서울선언’)도 사상 처음으로 채택할 예정이다. 이번 컨퍼런스가 한국이 전 세계 회계 기준의 리딩 국가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회계사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최근 3년간 공인회계사 응시자수가 계속 줄고 있다.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는 얘기다. 경기 침체의 장기화와 낮은 감사보수, 경쟁 격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그렇지만 여전히 회계사는 매력적인 직업이다. 쉽게 경험할 수 없는 기업의 복잡한 경영 환경을 접할 수 있다. 이런 경험은 향후 어떤 경력을 개척하든 본인의 발전에 큰 자양분이 될 것이라 믿는다. 특히 강조하고 싶은 건 외국어 능력이다. 법 체계는 나라마다 다르지만 회계의 원리는 전 세계 어딜 가나 똑같다. 어학 실력만 갖추면 얼마든지 글로벌 무대에서 뛸 수 있다는 의미다. 국제 회의에 가보면 저개발국인 스리랑카·방글라데시 출신이지만 요직에 올라간 인사가 많다. 선배들이 국내의 토양을 닦았다면 후배들은 국제 회계무대를 누비겠다는 큰 꿈을 가졌으면 좋겠다.”

1289호 (2015.06.15)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