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균형 잡힌 R&D로 ‘파괴적 혁신’을 

 

최정호 뉴욕주립대 비즈니스스쿨 조교수
지난해 9월 애플이 아이폰6와 6플러스를 출시한 데 이어 7개월 뒤인 지난 4월 삼성전자가 갤럭시 S6와 S6엣지를 동시에 내놨다. 삼성전자와 애플은 물론 LG전자·샤오미·소니 등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기존의 제품에 새로운 디자인과 기능을 접목한 모델을 거의 매년 내놓는다. 기업들은 새 제품을 내놓을 때마다 기술과 디자인에서 ‘혁신(Innovation)’을 이뤘다며 자랑스럽게 소개한다.

경영에서 혁신이란 말은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거나, 기존의 틀을 완전히 허물었을 때 사용한다. 생각의 혁신과 생산 혁신, 제품 혁신, 서비스 혁신, 판매 혁신, 과학기술 혁신 등 폭넓은 의미로 쓰인다. 혁신은 기업의 이윤창출과 생산활동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기 때문에 경영자들도 이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하버드대 경영대 교수는 혁신을 기존의 것을 파괴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었느냐를 기준으로 ‘점진적 혁신’과 ‘파괴적 혁신’으로 나눈다. 점진적 혁신은 말 그대로 꾸준한 개발 활동으로 기존의 기술이나 제품을 조금씩 변화시키는 행위다. 파괴적 혁신은 기존의 브라운관 TV를 LCD TV가 대체한 것과 같은 급진적 변화를 일컫는다. 파괴적 혁신은 그 결과물이 이전 제품을 대체하고 시장의 틀을 완전히 바꾼다는 점에서 위력이 크고, 이윤에 미치는 영향 또한 막대하다.

기업들은 일반적으로 점진적 혁신을 선호한다. 기존에 개발된 기술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적은 비용으로도 제품을 쉽게 변형할 수 있다. 변형이 쉽다는 것은 잦은 모델 변경을 통해 당장 더 많은 이윤을 창출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혁신의 본질적 의미를 떠나 기업으로서는 이미 발생한 연구·개발(R&D) 비용을 메우기 위해서라도 점진적으로 변화한 제품을 계속 내놓을 수밖에 없다. 파괴적 혁신 전략은 구체적이지 않고, 기술 발전 방향에 따라 매몰될지 모른다는 점에서 현실적으로 선택하기 어렵다. 우리가 깜짝 놀랄 만한 혁신적 제품을 만나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때문에 혁신이라는 용어는 신제품 발매와 발맞춰 마케팅 용어로 전락하곤 한다. 일부 기업들은 R&D·마케팅 비용을 회수하기 위해 폐기 처분된 기술마저 신제품에 도입해 혁신이란 이름으로 포장하기도 한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목격하는 시리즈 전쟁의 본질이다. 그러나 파괴적 혁신은 기초과학의 발전과 사회적 효용을 끌어올리는 데 비해 점진적 혁신은 기업의 사적 이익만을 불린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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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0호 (2015.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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