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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석 기자의 ‘앵그리 2030’⑮ 당신이 떠안은 복지 비용] ‘세대간 형평성’ 없는 복지 확대의 그늘 

젊은 세대일수록 받을 혜택보다 부담이 커 ...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 못하면 세대 전쟁 불가피 

한국이 빠른 속도로 늙어가고 있습니다. 고령화 사회를 넘어 고령 사회가 목전입니다. 노인을 위한 사회적 준비와 배려도 점점 개선되고 있습니다. 동시에 미래 세대를 키우려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현실은 좀 다릅니다. 요즘 20~30대의 삶은 그리 녹록하지 않습니다. 대학 입시라는 높은 벽을 넘으면 취업이라는 일생일대의 장애물이 놓여 있습니다. 꿈 같은 취업을 하고, 서른이 돼도 삶은 여전히 팍팍합니다. 쥐꼬리 만한 월급에 집 한 채 마련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멀리 내다보며 살기에는 결혼·육아·승진 등 어깨의 짐이 너무 버겁습니다. 젊은이들이 미래를 설계하지 못하는 사회는 결코 건강한 사회가 아닙니다. 이들의 작은 목소리를 지면에 옮깁니다. 세대 갈등을 부추기는 공간이 아닌 아버지 세대와 소통하는 공간으로 이해되길 바랍니다.

직장인이라면 매달 느끼겠지만 납세는 LTE급 속도로 이뤄집니다. 월급을 받아보기도 전에 세금을 떼고 받거든요. 소득세와 주민세를 시작으로 (세금은 아니지만 성격이 유사한) 국민연금·건강보험료·고용보험료 등이 쑥쑥 빠져나갑니다. 그래도 별말 없이 냅니다. 나라 살림에도 돈이 필요하니 십시일반 모아주는 겁니다. 여기엔 ‘성실히 낼 테니 제대로 써 달라’는 일종의 믿음이 내재돼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믿음이 자꾸 흔들립니다. 도무지 공평하게 걷고 있다는 생각이 안 들어서죠.

월급쟁이는 없는 형편에도 성실하게 세금을 내는데, 정작 내야 할 사람들은 안 내고 버팁니다. 국세청은 얼마 전 2014년 한해 동안 고액·상습체납자에 대한 추적조사를 통해 1조4028억원의 체납 세금을 징수하거나 채권을 확보했다고 밝혔습니다. 칭찬받고 싶었겠지만 달리 말하면 이 엄청난 돈을 안 내고 버티는데도 이제까지 못 잡아냈다는 얘기입니다. 현 정부가 집권 초기부터 지하경제 양성화를 강조했지만 꽁꽁 숨겨둔 나쁜 돈을 찾아내는 게 쉬운 일은 아닌가 봅니다.

선거철마다 ‘복지 확대’ 주장하는 정치권의 속내


그래도 잘 쓰면 됩니다. ‘내가 낸 세금이 필요한 곳에 쓰이고 있다’는 믿음 또한 중요하니까요. 올해 우리나라 정부 예산은 약 375조원입니다. 이 돈으로 사회간접자본(SOC) 시설을 짓고, 지방 재정을 돕습니다. 공무원 월급도 주겠지요. 여러 항목 중 국민이 가장 체감하기 좋은 게 바로 복지 재정입니다. 올해도 예산의 약 3분의1가량인 116조원 정도가 보건·복지·고용 분야에 쓰입니다. 교육 분야 예산(52조9000억원)으로 분류된 복지 비용까지 포함하면 더 많을 겁니다.

그런데 이 중 젊은 세대가 받을 수 있는 직접적인 복지 혜택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대학생이라면 국가장학금(대학등록금 지원제도), 그 이후라면 양육수당이나 보육료 지원 정도일 겁니다. 이것도 대학생이 아니면, 아이가 없으면 못 받습니다. 그렇다고 배 아플 일은 아닙니다. 복지란 건 본디 생활이 어려운 사람이나 노인·장애인 등을 중심으로 설계한 것이니까요. 한창 때인 20~30대가 열심히 일해 취약계층을 돕는 것이라면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근로세대가 지는 복지 부담은 전 세계 주요국과 비교해 크지 않은 편입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전혀 다를 겁니다. 복지 재정 규모는 날이 갈수록 커질 게 확실합니다. 일단 수혜 대상이 늘어납니다. 고령 인구(65세 이상)의 증가를 피할 수 없기 때문이죠. 현재 우리나라 인구를 세대별로 분류하면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73.0%, 고령인구가 13.1%입니다. 그러나 2060년엔 고령인구 비중이 40.1%로 늘어나고, 생산가능인구는 49.7%로 줄어듭니다. 세금 낼 사람은 줄어드는데, 그 세금으로 부양해야 할 사람은 급증하는 거죠. 같은 기간 전 세계 고령인구 비중은 평균 8.2%에서 17.6%로 늘어납니다. 세계 어디에도 한국처럼 드라마틱한 인구 변화가 예고된 나라는 없습니다.

자연히 노년부양비(생산가능인구 100명당 고령인구)가 급증하겠죠. 올해 17.9명인 우리나라의 노년부양비는 2060년 무려 80.6명으로 늘어날 전망입니다. 현재 한국보다 노년부양비가 높은 일본(43.6명)·독일(32.7명)·스웨덴(31.8명) 등도 20~30년 후면 한국에 추월 당합니다. 출산율은 세계 최저 수준인데, 기대 수명은 세계 최고 수준이니 어쩔 수 없습니다. 고령인구가 많아진다는 얘기는 그들의 행사할 표의 숫자도 늘어난다는 뜻입니다. 그 입맛에 맞추려면 복지 이슈 만한 게 없습니다. 정치권이 선거 때마다 각종 복지 정책을 앞세울 것이 자명합니다. 이미 그렇게 하고 있지요.

현 30대, 생애 기간 동안 1억9000만원 손해


복지 지출의 총량이 늘어날 테니 누군가는 이 부담을 짊어져야 합니다. 전 세대가 부담을 고르게 나눠 지면 좋을 텐데, 현 시스템을 그대로 가져가는 한 특정 세대가 더 큰 부담을 져야 합니다. 바로 지금의 20~30대입니다. 사실 복지는 일종의 저축입니다. 복지의 생리상 없던 걸 만드는 건 쉬워도 있던 걸 없애긴 어렵습니다. 그러니 현재 노년층이 받는 복지 혜택의 대부분을 젊은 세대도 나중에 받을 겁니다. 그런데 어떤 세대는 세금을 적게 내고 혜택을 받는데, 어떤 세대는 세금을 많이 내고 혜택을 받아야 한다면 문제가 됩니다. 이른바 ‘세대간 형평성’입니다. 여기서 균열이 생기면 ‘너희도 나중에 받을 건데 너무 불만 갖지 말라’는 말이 안 통합니다.

실제로 국민 1명이 전 생애에 걸쳐 받는 사회보장 순부담(부담-혜택)의 크기는 세대별로 큰 격차를 보입니다. 고령층으로 갈수록 부담보다 혜택이 많고, 나이가 젊을수록 순부담이 늘어납니다. LG경제연구원이 세대회계 방법론을 이용해 계산한 결과입니다. 현 30대의 생애 순부담은 1억9000만원(2011년 기준)입니다. 평생 동안 총 12억7000만원의 조세 부담을 지는 대신 받는 혜택은 10억8000만원에 머뭅니다. 40대의 순부담은 620만원으로 크게 줄어듭니다. 50대부터는 혜택이 부담보다 많아지는데 50대의 순혜택은 8000만원입니다. 60대는 9억 3000만원의 부담을 지고, 11억5000만원의 혜택을 받아서 2억원 이상의 생애 순혜택을 보게 됩니다. 30대가 부담을 떠안은 만큼 60대가 혜택을 받는 겁니다. 60대가 한창 일하던 시기엔 정부의 사회보장 지출 비중이 크지 않았습니다. 상대적으로 세금도 적게 냈겠죠. 그러나 최근 20년 사이 사회보장제도가 급격히 발전하면서 근로세대의 조세부담이 크게 늘었습니다. 현 20~30대는 근로 인생 초기부터 세금과 각종 사회보험료 부담을 안고 출발하기 때문에 기성세대보다 순부담이 늘어나는 겁니다.

지난해 한국은행도 비슷한 연구 결과(인구구조 변화가 재정 정책의 지속 가능성에 미치는 영향-김영각·김명철·임성용)를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정부의 재정과 각종 공공 연금·보험, 세금 등이 현재 상태(2011년 기준)를 유지한다고 할 때 세대별로 순부담이 어느 정도인지 따져본 겁니다. 5세 단위로 추정한 결과 현 30~35세 미만의 순부담이 1인당 1억1243만원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현 15세~40세 미만은 모두 순부담이 1억원 이상입니다. 나이가 많을수록 순부담은 줄어들고, 55세 이상이면 순부담은 음수로 바뀝니다. 자신이 평생 동안 내는 세금보다 혜택을 더 많이 받는다는 뜻이지요. 현 60~65세 미만이 4422만원으로 순혜택이 가장 큽니다. 이 보고서는 현 시스템이 유지되고 (저출산과 고령화를 중심으로 한) 장래인구추계가 맞아떨어진다면 2012년 이후 태어난 미래 세대의 1인당 순부담액은 약 4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날 때부터 빚지고 태어난다’는 말이 전혀 틀린 건 아니네요.

기초연금·건강보험 부담도 시간 지날수록 커져


세대간 부담해야 할 복지 비용이 다르다면 일종의 배려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선 아직 이 ‘형평성’에 관한 본격적인 논의가 없습니다. 얼마 전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이 논란이 됐을 때 일각에선 ‘소득대체율을 조금 높여도 미래 세대가 질 부담은 크지 않다’는 주장을 했습니다. 맞습니다. 소득대체율 10% 올린다고 1인당 부담하는 액수가 크게 늘진 않겠죠. 그러나 지금 20~30대가 앞으로 더 내야 할 건 국민연금 보험료 말고도 많습니다. 일단 고령화에 따라 기초연금 수령자가 크게 증가할 겁니다. 굳이 정치권이 ‘더 드리겠다’고 나서지 않아도 받을 사람이 많아지면 재정 부담이 늘어납니다. 젊은 세대가 세금을 더 내는 수밖에 없습니다. 병원 갈 사람도 많아지겠죠. 건강보험료 부담도 크게 늘어날 겁니다. 그렇지 않아도 건강보험 재정은 내년부터 적자로 돌아섭니다. 적자폭도 해마다 크게 늘어서 연간 적자 규모가 2060년 최대 100조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있습니다. 당연히 보험료를 올려야겠죠.

세대간 형평성은 단순히 누가 더 내고, 덜 내는 차원에 머물지 않습니다. 장기적으로 국가 재정에 엄청난 부담을 줍니다. 선진국들이 이미 겪은 문제죠. 또한 심각한 사회 갈등을 야기합니다. 이미 ‘취업조차 제대로 못하는 우리가 집도 있는 부모 세대까지 봉양해야 하느냐’는 반감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아직은 괜찮지만 기성세대를 향한 불만이 언제 폭발하지 모릅니다. 이런 상황에서 ‘나도 나중에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신뢰까지 무너지면 젊은 세대의 근로의욕은 급격히 떨어질 것이고, 국가 경제는 활력을 잃을 겁니다. 저의 상상이 아닙니다. 일본이 지난 20년 동안 겪은 일입니다.

물론 세대간 형평성을 찾는 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격차를 시정하자고 노년층이 받는 복지 혜택을 축소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렇다고 내버려둘 순 없습니다. 가장 먼저 앞으로 큰 부담을 지게 될 젊은 세대가 복지의 행복을 맛볼 수 있도록 해줘야 합니다. 그러려면 20~30대가 가장 큰 압박을 느끼는 교육이나 출산, 자녀 양육 등을 건드려야 합니다. 무상급식·무상보육·반값 등록금처럼 젊은 세대가 주로 혜택을 보는 복지 정책은 길게 보면 남는 장사입니다. 일단 갈수록 보육인구와 학령인구가 줄어드니 장기적으로 재정 부담이 크지 않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재정 부담이 커지는 기초연금 등과 다른 점입니다. 동시에 저출산·고령화라는 구조적 난제에 접근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입니다. 사실상 고령화는 해결할 방법이 없지만 저출산은 노력 여하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복지 혜택을 주면서 국가적 과제도 해결하는 거죠.

도무지 숲을 못 보는 저출산 정책


선례가 있습니다. 1990년대 초 극심한 경제위기를 겪었던 스웨덴은 갖가지 긴축 정책으로 겨우 되살아났습니다. 하지만 그 힘든 시절에도 그들이 절대 줄이지 않은 것이 있었는데, 바로 미래 세대를 위한 투자였습니다. 공공보육 시설을 크게 늘려 세계 최고 수준의 보편적 무상보육 체계를 닦은 게 바로 그 때였습니다. 이 덕분에 1.4명으로 떨어졌던 스웨덴의 합계출산율은 최근 1.9명 수준으로 회복됐습니다. 물론 경제도 되살아났지요. 하지만 우리나라는 젊은 세대를 위한 복지에 인색합니다. 물론 지금도 관련 복지 제도가 없는 건 아닙니다. 워낙 쥐꼬리 같아서 받는 사람이 체감하지 못할 뿐이지요.

가뜩이나 억울한데 눈치까지 줍니다. 무상보육과 무상급식이 저출산 대책의 일부라는 사실마저 잊은 채 급식비를 못 주겠다는 도지사가 있으니까요. 최근엔 각종 출산 지원제도가 출산율 제고에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적도 있습니다. 양육수당 같은 걸 줘도 아이를 낳지 않는다는 게 결론인데 애초에 접근법부터 한참 잘못됐습니다.

지금 젊은 세대는 20만원(양육수당)이 없어서 아이를 안 낳는 게 아닙니다. 달리 말해 한 달에 20만원 준다고 없던 출산 계획을 세우는 게 아니란 뜻이죠. 출산이 부담이 된 이유는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소득 정체, 치솟은 집값, 엄청난 사교육비, 열악한 보육 환경 등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이 수많은 이유가 그대로 있는데 양육수당 때문에 출산율이 올라갈 거라 기대했다면 오산이지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출산율이 가장 낮은 우리나라의 보육 지원제도는 여전히 OECD 중하위권 수준에 머뭅니다.

지금은 찔끔 해보고 효과가 없다며 투덜거릴 때가 아닙니다. 출산율을 진짜 끌어올려야 한다면 전력을 다해야 합니다. 양육 수당 재정은 좀 더 과감하게 늘려도 됩니다. 어차피 시간이 흐를수록 부담이 커지는 그런 성격의 돈이 아닙니다. 동시에 믿고 맡길 만한 어린이집·유치원을 팍팍 늘리고, 숫자만 늘린 무상보육의 질도 끌어올려야 합니다. 보육비를 지원했으니 끝이라고 생각해선 안 됩니다. 육아휴직·출산휴가 등도 더 꼼꼼히 설계하고, 엄마가 좋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도 시급합니다. 무엇보다 여기에 쓰는 돈을 투자가 아닌 비용으로 생각하는 문화부터 바꿔야겠죠.

‘세대간 형평성’이란 난제를 풀 또 하나의 방법은 일자리입니다. 좋은 일자리가 많아서 벌이가 괜찮아지면 씀씀이에도 여유가 생기겠지요. 그러면 세금이 좀 늘고, 고령세대를 위해 감당해야 할 부담이 증가해도 복지 자전거의 선순환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지금 한국 경제가 마주한 현실은 참담합니다. 장기화된 글로벌 경제 위기, 내수 부진과 수출 감소, 위축된 기업과 늘어나는 가계부채, 갈수록 벌어지는 소득 격차 등 산 넘어 산입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건 젊은 사람이 일할 곳을 찾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수많은 위기를 넘기며 한국 경제가 이만큼 성장했지만 건국 이후 20~30대가 일할 곳이 없어 헤매는 건 아마 지금이 처음일 겁니다. 어려운 경제 상황 때문이기도 하지만 밥그릇을 놓지 않으려는 기성세대의 이기심이 숨어있다는 사실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기업과 노조의 통 큰 양보가 절실한 때지만 소리 없는 아우성입니다.

청년 일자리 10만개 프로젝트 시작한 미국 대기업

얼마 전 미국 17개 대기업은 앞으로 3년간 청년층에게 1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어주기 위한 공동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미국에서 ‘단절된 청년층(학교도 안가고, 직장도 없는 16~24세)’이라 부르는 이들이 대상입니다.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회장이 주도했다는데 우리로선 부러울 따름입니다. 정부에도 기업에도 우리 사회엔 좀처럼 ‘어른’이 안 보입니다. 지시와 명령을 좋아하는 어른은 있는데 고민을 나누고, 해답을 함께 찾을 그런 어른은 안 보입니다.

15회를 연재하는 동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 세대의 설움을 짚었습니다. 본의 아니게 기성 세대를 향한 불만이 주를 이뤘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20~30대는 잘 하고 있을까요? 당연히 아닙니다. 지금은 자기 반성이 꼭 필요한 시점입니다. 다음번에는 ‘공부하지 않는 2030’을 주제로 지혜를 모아보겠습니다.

-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ins.com

1295호 (2015.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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