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황금 주파수 누구 품으로?] 통신 3사 ‘억’ 소리 날 혈투 예고 

내년 초 700㎒ 대역 등 경매 ... 지상파 방송은 논란 속에 주파수 획득 


이른바 ‘황금 주파수’로 불리는 700㎒ 대역 분배가 확정됐다. 그러나 분배안을 놓고 방송 업계와 이동통신 업계 사이의 잡음은 그치지 않고 있다. 가뜩이나 주파수 부족으로 갈증을 겪는 중에 방송사까지 주파수 확보전에 뛰어들면서다. 일단 정부는 700㎒ 대역에서 통신용으로 할당된 40㎒ 폭을 포함해 총 140㎒ 폭의 주파수 경매를 내년 초 진행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이동통신 3사가 2년여 만에 다시 한 번 주파수 영토 쟁탈전을 벌이게 됐다.

품질 좋고 비용 덜 드는 황금 주파수


▎지난해 말 국회가 방송사 주파수 할당을 주장하면서 주파수 정책 소위원회가 열렸다. / 사진:중앙포토
국회는 7월 13일 주파수 정책 소위원회를 열고 700㎒ 대역의 주파수 할당안을 확정했다. 초고화질(UHD) 방송용으로 지상파 5개 채널에 6㎒ 폭씩 30㎒ 폭을 주고, 이동통신용으로는 40㎒폭으로 할당하기로 했다. 나머지는 국가재난망 등 공공통합 망과 용도간 보호대역으로 사용된다. 700㎒ 대역은 지상파 방송이 2012년까지 아날로그 방송을 각 가정에 송출할 목적으로 사용하던 주파수 대역이다. 정확하게는 698~806㎒ 구간에 걸친 108㎒ 폭이다. 2013년부터 모든 TV 방송이 디지털 방송으로 전환함에 따라 ‘빈 땅’이 된 이 대역의 주인을 새로 정한 것이다.

700㎒ 대역의 할당안 통과 과정에서 방송 업계와 이동통신업계는 지상파 방송사 몫의 주파수 배정을 놓고 갈등을 빚었다. 2012년 정부는 신규 주파수 확보 계획인 ‘모바일 광개토 플랜’을 수립하면서 유휴 주파수가 되는 700㎒ 대역의 40㎒ 폭(728~748㎒, 783~803㎒)을 이동통신용으로 배정하고, 나머지는 추후에 이용계획을 마련하기로 결정했다. 그러자 ‘나머지’가 뜨거운 감자가 됐다. 700㎒ 대역은 주파수의 효율성이 높아 ‘황금 주파수’라고 불린다. 신호가 멀리까지 도달하고 잡음이 적어 같은 송신전력으로 넓은 지역에 서비스가 가능하다. 그만큼 시설 투자비도 덜 든다. 이 때문에 두 업계가 대역을 두고 서로 ‘내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양보 없는 신경전을 벌인 것이다.

방송 업계는 이 대역을 차세대 방송서비스를 위해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동통신 업계는 통신 주파수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활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보편적인 시청권을 위해 난시청을 해소하고 차세대방송 도입·개발을 위한 실험용 주파수가 필요하다는 게 방송 업계의 주장이다. 이와 달리 이동 통신 업계는 모바일 트래픽 급증에 따른 주파수 부족이 심각하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지난 5월에는 한국통신학회를 비롯한 통신·전파 관련 4개 학회 대표자들이 “지상파에 700㎒를 주면 안 된다”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700㎒ 대역을 이동통신용으로 쓰고 있어 한국만 UHD 방송용으로 쓸 경우 국제적 활용도와 경제성이 떨어지는데다, UHD 방송에 비해 이동통신 수요가 많다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실제로 스마트폰 사용 증가로 인한 트래픽 증가가 1년 사이 정부의 예상치보다 갑절 가까이(13배→26배) 오르면서 이동통신 업계의 의견이 반영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지난해 말 국회에서 ‘700㎒ 대역을 지상파 방송사에도 배분해줘야 한다’며 방송 업계의 입장을 반영하고 나서면서 논쟁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이에 미래부는 국회에 KBS1과 KBS2·MBC·SBS 등 지상파 채널 4개에 각각 6㎒ 폭씩 총 24㎒ 폭을 할당하고 EBS에는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대역을 따로 배정하는 ‘4+1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국회와 방통위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정부는 국회의 요구대로 EBS를 포함한 지상파 채널 5개 모두에 700㎒ 대역 30㎒ 폭을 배정하기로 했다.

KT 1.8㎓, LG유플러스 2.6㎓에 눈독


이를 두고 한 통신 업계 관계자는 “선거에 민감한 국회에서 지상파 눈치를 본 것”이라며 “급증하는 모바일 통신량과 이동통신 소비자들의 편의는 무시한 채 주파수를 일방적으로 지상파 채널에 무상으로 배분했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한정된 주파수를 필요에 따라 기관과 사업자에게 나눠주는데, 분야에 따라 사용 대가를 받기도 하고 무료로 빌려주기도 한다. 방송용 주파수는 공익적 차원에서 무료로, 통신 사업자에게는 막대한 사용 대가를 받고 할당한다. 이 때문에 막대한 세수를 포기하고 방송사에 공짜로 주파수를 나눠 줬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또 신호가 강한 UHD 방송 채널을 한정된 주파수에 우겨 넣은 만큼 간섭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특히 방송용으로 배정된 주파수 대역 바로 옆에는 국가재난망이 배치된 점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미래부는 “보호대역을 확보하는 것과 동시에 혼선을 막기 위한 기술적 장치를 마련해 실험한 결과 5개 채널용 주파수 할당이 가능해졌다”고 밝혔다.

미래부는 이번에 국회에서 확정한 고시 개정안을 조만간 국무조정실 주파수심의위원회에 올릴 계획이다. 고시 개정은 8월에 완료될 전망이다. 미래부는 700㎒ 주파수를 포함한 총 140㎒ 폭 주파수에 대한 경매 계획을 수립하고 이르면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이동통신사에게 경매를 통해 할당할 계획이다. 700㎒ 대역 40㎒ 폭과 함께 경매에 오를 주파수는 1.8㎓ 대역 20㎒ 폭, 2.1㎓ 대역 20㎒ 폭, 2.6㎓ 대역 60㎒ 폭이다. 또 정부는 연말 사업자 선정을 예고한 제4이동통신에 2.5㎓나 2.6㎓ 대역 중 40㎒ 폭을 우선 할당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제4이동통신이 경매로 나올 2.6㎓ 대역을 희망할 때는 이 대역 대신 2.5㎓ 등 다른 대역을 경매에 부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향후 5G 기술 표준이 2.5㎓의 TDD방식과 유사하게 진화할 가능성이 커 예비사업자들 모두 2.5㎓보다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통신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경매에서 이동통신사 간 눈치 작전이 어느 때보다 치열할 것으로 본다. 핵심은 상·하향 폭 20㎒ 이상의 광대역 주파수를 확보하는 것이다. 기존 이동통신 기술(2G·3G)은 하나의 채널이 고정된 대역폭을 갖고 있는 기술이다. 통신사가 보유하고 있는 총 대역폭과 상관없이 한 사람이 쓸 수 있는 대역폭이 정해져 있고 속도도 똑같다. 이와 달리 4세대 LTE는 주파수 대역폭에 따라 다른 속도를 낼 수 있어 대역폭이 넓으면 그에 따라 속도가 빨라진다. 골목길 여러 개보다 고속도로 하나가 훨씬 유리하다는 얘기다. 따라서 이번 경매에서 20㎒ 이상의 폭을 가진 주파수를 확보하거나, 그 이하 폭의 주파수를 사서 이미 갖고 있는 주파수 대역과 붙여 광대역을 만드는 게 관건이다.

지난 경매에서는 출혈 경쟁

이번에 경매에 오른 주파수 중 폭이 상·하향 20㎒씩 40㎒ 이상이어서 단독으로 광대역 구축이 가능한 대역은 700㎒와 2.6㎓ 대역이다. 이에 따라 이들 대역이 이통사의 타깃 주파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700㎒ 대역은 기지국 설치 비용이 적게 들고 품질이 뛰어나다는 점에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또 정부가 통신용 주파수와 인접한 재난안전통신망을 자가망으로 구축하지 않고 주파수를 할당 받은 사업자에게 재난망을 묶어 초광대역 주파수로 활용하고, 일정 부분만 재난망으로 쓰는 상용망 임대방식으로 전환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이 경우 재난망 사업 수주라는 호재도 가능해 이통사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2.6㎓ 대역에서 이번 경매에 나오는 것은 20㎒ 폭의 상·하향(2500~2520㎒/2620~2640㎒) 대역과 10㎒ 폭 상·하향(2540~2550㎒/2660~2670㎒) 대역으로 총 60㎒ 폭이다. 현재 LG유플러스가 사용하고 있는 40㎒(2520~2540㎒/2620~2640㎒)의 양 옆에 인접한 대역이다. 이 중 20㎒ 폭은 단독으로 광대역 주파수 활용이 가능하지만 10㎒는 LG유플러스만 기존 대역과 붙여 30㎒의 광대역으로 주파수로 만들 수 있다. 따라서 LG유플러스만 10㎒ 폭 주파수 확보에 적극 나설 가능성이 크다. SK텔레콤과 KT가 나머지 20㎒ 폭 주파수 확보에 나서겠지만 2.6㎓의 경우 새로운 설계와 장비가 필요해 관심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된다.

경매에 나온 1.8㎓ 1750~1760㎒/1850~1860㎒ 대역은 SK텔레콤이 2013년 9월 경매에서 같은 1.8㎓ 대역의 광대역 주파수를 가져가면서 반납한 주파수다. KT와 LG유플러스의 1.8GHz 대역 중간에 위치해 있다. KT나 LG유플러스가 가져갈 경우 기존 주파수 대역과 묶어 광대역 주파수로 활용할 수 있다. 다만, LG유플러스는 1.8㎓ 대역을 2G용으로 활용하고 있어 해당 주파수를 확보해도 당장 광대역으로 활용할 수 없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이에 따라 KT가 가장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 상·하향 각 10㎒ 폭이라 적은 비용이 적다는 점도 장점이다. 단, 지난 2013년 경매에서처럼 경쟁사의 견제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자사의 최대 이익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 외에 타사가 유리한 고지에 올라서지 못하게 하는 전략으로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서다. 이로 인해 지난 경매 당시 KT는 지금의 1.8㎓ 대역 15㎒를 확보를 위해 최저경쟁가격 2888억원의 3배가 넘는 9001억원을 쏟아 부어야만 했다.

2.1㎓ 대역에선 현재 SK텔레콤이 사용 중인 1930~1940㎒/2120~2130㎒가 경매에 나올 가능성이 크다. 현재 이 대역에선 LG유플러스·SK텔레콤·KT가 각각 20·60·40㎒ 폭의 주파수를 사용 중이다. 이 가운데 SK텔레콤과 KT가 쓰고 있는 100㎒ 폭이 내년 말 이용기간이 만료된다. 기존 방침대로는 모두 회수해 경매해야 하지만, 정부는 SK텔레콤과 KT에게 기존 주파수를 그대로 사용하도록 할 것으로 보인다. 대신 지금의 3G용에서 LTE 이상으로 용도 변경을 하고, SK텔레콤 주파수의 20㎒를 떼 2.1㎓ 대역에서 가장 적은 폭을 갖고 있는 LG유플러스에게 우선권을 주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모두 2.1㎓ 대역에서 40㎒(상·하향 각 20㎒씩) 폭의 광대역 주파수를 확보하게 된다.

- 함승민 기자 ham.seungmin@joins.com

1296호 (2015.08.03)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