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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랜드그룹의 왕성한 M&A] 해외 매출 늘었지만 빚도 눈덩이 

3년 사이 중국 매출 두 배로 … 취약해진 재무 안정성은 불안 요소 


▎박성수 이랜드그룹 회장은 공격적인 M&A로 재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만다리나덕, 케이스위스, 코치넬리, 뉴발란스, 그리고 티니위니. 패션에 관심 있는 소비자라면 한번쯤 들어봤거나 구매해봤을 의류·잡화 브랜드다. 켄싱턴호텔과 풍림리조트, 베어스타운. 마찬가지로 여행에 관심 있는 소비자라면 한번쯤 들어 봤거나 들러본 호텔 또는 리조트다. 이들 의류·잡화 브랜드와 호텔, 리조트들은 모두 이랜드그룹 산하에 있다. 이 가운데 대부분이 지난 2010년 이후 이랜드 소유가 됐다. 이랜드는 이 무렵부터 각 사업 부문에서 잇따라 공격적인 인수·합병(M&A) 행보를 보이며 재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그로부터 5년여가 지난 올해 현재 이랜드의 왕성한 식욕은 좀처럼 멈출 줄을 모른다. 이랜드의 호텔·레저 부문 계열사인 이랜드파크는 올 5월 건영(옛 LIG건설)으로부터 콘도미니엄 사업 부문을 200억원가량에 인수했다. 이 회사는 올 4월에도 기업회생절차가 진행 중인 골프장 광릉포레스트컨트리클럽(광릉CC)의 인수 본계약을 했다. 인수금액은 약 300억원으로 알려졌다. 광릉CC의 매각은 현재진행형으로, 주요 채권자인 골프장 회원들과의 매각 조건 협상이 진행 중이지만 본계약까지 한 이랜드의 인수가 유력할 전망이다. 앞서 올 2월에는 서울 우이동 더파인트리앤스파콘도 인수전에서 1600억원을 베팅해 우선 협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랜드그룹은 올 4월 사이판에 있는 팜스리조트를 켄싱턴호텔로 새 단장하기 위한 착공식을 가졌다. 팜스리조트는 이랜드가 2011년 인수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M&A 행보


여기서 끝이 아니다. 2013년에 미국의 세계적 운동화 브랜드인 케이스위스 지분 100%를 2000억원가량의 거금을 들여 사들였던, 패션 부문 사업을 하는 실질적 지주사인 이랜드월드도 올 5월 미국의 다른 운동화 브랜드인 수프라를 인수하기로 하고 약 700억원 규모의 자산 양수도 계약을 했다. 이밖에 이랜드파크는 현재 웅진그룹의 마지막 구조조정 매물로 꼽히는 웅진플레이도시 인수전에도 뛰어들었다. 웅진플레이도시는 경기도 부천의 도심형 테마파크다. M&A 업계에서 인수금액만 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할 만큼 큰 매물이다.

이랜드의 최근 5년은 그야말로 M&A의 연속이었다. 그룹 내 유통 부문 계열사인 이랜드리테일은 2010년 대구 동아백화점과 서울 그랜드백화점 강서점, 광주 밀리오레를 인수하며 유통업을 전국적으로 확장할 채비를 했다. 이후 이랜드리테일은 그랜드백화점 강서점 부지를 2000억원의 공사비를 들여 지하 7층~지상 10층 규모의 NC백화점 강서점으로 새 단장했다. 이랜드로서는 설계부터 인테리어까지 모든 공사 과정을 도맡은 첫 백화점이었다. 광주 밀리오레 자리에는 젊은 고객층을 타깃으로 하는 쇼핑몰인 NC웨이브 충장점을 열었다.

그 사이 이랜드월드는 피터스콧·라리오·벨페·만다리나덕·엘칸토·록캐론오브스코틀랜드·코치넬리·케이스위스 등의 패션 브랜드를 차례로 인수해 사업을 키웠다. 이랜드파크도 대구에 있는 씨앤우방랜드와 프린스호텔을 비롯해 사이판의 팜스리조트와 퍼시픽아일랜즈클럽, 코럴오션포인트 등을 잇따라 인수하며 몸집을 키우는 한편 해외 진출을 가속화했다. 지난해는 제주와 청평에 있는 풍림리조트 2곳을 300억원가량을 들여 인수하기도 했다. 그룹 내 핵심 계열사들이 너나할 것 없이 공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선 것이다.

이런 M&A 사례가 아니더라도 사업 확장에 대한 이랜드그룹의 적극성을 재확인할 수 있는 예는 또 있다. 비록 최종 승자가 되진 못했지만, 올 7월 막을 내린 서울 시내 면세점 신규 사업권 입찰전에 뛰어들어 내로라하는 대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것이다. 이랜드 측은 올 11~12월 사이 서울과 부산 등지에서 면세사업권 4건이 만료됨에 따라 9월부터 진행될 ‘2차 입찰전’에도 뛰어들 것을 검토 중이다. 이랜드 관계자는 “단순히 면세 사업만으로는 해외 관광객을 유치할 수 없다고 보고 이랜드가 보유한 다양한 관광 콘텐트와 면세점을 결합하려는 준비를 꾸준히 해왔다”며 “상황에 따라 다음번 입찰전에도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이랜드가 이처럼 적극적으로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는 데는 오너인 박성수 이랜드그룹 회장의 의지가 절대적으로 작용했다. 박 회장은 이미 이전부터 의류 사업에 안주하는 대신 유통·레저·호텔 등의 부문으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을 세웠다. 그는 10여 년 전 “이랜드의 사업군은 의류 중심에서 벗어나 고객 관점에서 의·식·주·휴·미·락 등 6대 핵심 콘텐트로 확장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당시 그는 “2020년에는 강력한 콘텐트로 구성된 이랜드의 테마시티들을 보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1953년 생인 박 회장은 20대였던 지난 1980년 서울 이화여대 앞에 보세의류전문점을 열며 의류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후 중저가 의류 브랜드들이 인기를 끌면서 크게 성공했고, M&A로 사업을 계속 확장하면서 이랜드그룹을 재계 40위권의 기업으로 키웠다. 주로 도산했거나 경영난에 빠진 기업을 산 다음 회생시키면서 동시에 사세를 키우는 방식이었다. 최근 국내외 M&A 시장에서의 광폭 행보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패션과 유통으로 몸집을 키우고, 호텔과 레저로 사업 영역을 넓힌 다음 테마시티 건설로 모든 사업을 잇는다는 구상이다.

연말의 면세사업권 2차 입찰전에도 참여할 듯


▎이랜드그룹이 중국 상하이 강후이플라자에서 운영 중인 캐주얼 의류 브랜드 티니위니 매장. 티니위니는 지난해 중국에서만 연매출 5000억원을 돌파했다.
박 회장과 이랜드의 이 같은 M&A 광폭 행보에 대해 관련 업계는 두 갈래의 상반된 분석을 내놓는다. 하나는 향후 사업 확장에도 탄력을 받을 만큼 일련의 M&A가 ‘득’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낙관론이다. 다른 하나는 과다한 빚을 끌어안아 화를 자초하게 하는 등 ‘독’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비관론이다. 양쪽 다 설득력이 있는 가운데 최근 들어서는 낙관론 쪽에도 이전보다 무게가 실리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이랜드는 패션 부문에서 인수한 해외 브랜드 등의 실적 호조로 해외 매출 비중이 2011년 24.4%에서 2014년 30%대로 올라가는 등 해외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다. 잇단 해외 브랜드 인수 후 인력 운용과 생산, 매장 구성, 상품 개선 등 모든 부분에서 대대적 개편을 이어간 것이 주효했다는 평이다.

중국에서의 성장세가 눈에 띈다. 관련 업계를 주름잡는 웬만한 대기업들도 중국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시는 동안 이랜드는 중국을 ‘이랜드의 텃밭’이라 칭해도 좋을 만큼 승승장구했다. 이랜드가 중국에서 기록한 연매출은 2010년 1조2000억원에서 2011년 1조6000억원, 2012년 2조원, 2013년 2조4000억원으로 계속 늘어났다. 불과 3년 사이 중국 내 연매출이 100% 증가한 것이다. 이에 힘입어 그룹 전체 매출은 2010년 7조4000억원에서 2013년 10조2000억원으로 증가하며 연매출 10조원 시대를 열었다. 지난해 전체 매출은 12조원가량이었던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패션 부문에서 그동안 주로 유럽에 국한됐던 해외 브랜드 판매망이 이랜드의 인수 직후 중국으로 확장되면서 M&A 효과를 톡톡히 본 것으로 나타났다.

이랜드월드 지난해 부채 6조3591억원


▎이랜드그룹이 인수를 추진 중인 도심형 테마파크 웅진플레이도시
이랜드의 중국 진출은 지난 2007년부터 본격화했다. 이때 중국 경제가 급속도로 성장한데다, 현지화·고급화 전략도 통하면서 중국에 연착륙했다. 올해 현재 중국 내 250여 도시의 백화점과 쇼핑몰 1000여 곳에서 7000곳이 넘는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대만과 홍콩 등 다른 중화권까지 합하면 매장 수는 7300여 개에 이른다. 이랜드는 약 2000억원을 들여 중국 상하이에서 두 번째 복합물류센터를 건설 중이다. 오는 2018년 완공될 예정이며, 연간 물동량만 의류 기준 3억3000만 장으로 기존 물류센터의 4배 규모다. 중국과 대만, 홍콩 외에도 베트남과 인도 증 아시아 주요 시장으로 상품 공급을 확장하기 위한 투자다.

이랜드가 패션·유통에 이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은 호텔·레저 부문에서도 M&A는 외형상 성장을 이루는 촉매제가 됐다. 이랜드파크의 지난해 매출은 5890억원으로 2010년(609억원)보다 867.2%나 증가했다. 최근 수 년간의 M&A로 이랜드는 서울·경기·강원·충청 등 국내 모든 지역과 사이판·중국 등 해외에서 도합 24개의 호텔·리조트 체인망을 갖추게 됐다. 오너 일가인 박성경 이랜드그룹 부회장은 “이랜드를 2020년까지 150개 지점과 1만8000개 객실을 갖춘, 연 매출 5조원 규모의 세계 10대 호텔·레저 기업으로 키우겠다”고 말하며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M&A를 미래에 대한 투자라고 본다면, 외형상 지금까지 이랜드의 투자는 분명 성공적이다.

이에 반해 M&A 전후로 필요한 막대한 자금을 끌어다 쓰면서 해마다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빚은 불안 요소다. 이랜드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이랜드월드의 총차입금은 지난 2011년 3조1718억원에 달했고, 지난해는 4조5721억원으로 더 불어났다. 이 회사는 지난해 자본이 1조8439억원인 반면 부채는 6조3591억원이었다. 이랜드월드는 그룹 계열사들이 M&A를 진행할 때 출자를 하거나 실적이 나쁜 계열사에 대해서는 자금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는 회사다. 2010년부터 과감한 M&A로 들어간 돈에다, M&A 이후 각 사업 부문에서 신규 출점과 점포 리뉴얼을 하는 과정에서 차입금 규모가 계속 커졌다. 이희정 한국기업평가 선임연구원은 “이랜드월드는 그룹 내 M&A 진행 때 출자, 부실 계열사 지원 등으로 당장에 의미 있는 차입금 축소가 이뤄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한국기업평가와 NIC신용평가 등 국내 주요 회사채 신용평가사들이 이랜드월드에 부여한 신용등급은 ‘BBB+/안정적’ 수준으로 그룹이 재계에서 차지하는 위상에 비해 낮다.

자금 확보하려 이랜드리테일 상장 추진


최근 서울 시내 면세사업권 입찰전에 뛰어들었다가 고배를 마신 이랜드리테일도 지난해 총차입금이 2조2272억원, 부채비율은 261%였다. 경쟁사였던 한화갤러리아(부채비율 44%) 등에 비해 재무 안정성이 떨어지는 점이 탈락의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비록 이랜드월드와 이랜드리테일이 그룹 내 캐시카우(수익창출원)로 중국 법인 등으로부터 연간 7000억원 안팎의 현금을 창출하면서 그룹을 지탱하고 있지만, 이랜드파크 등 나머지 계열사는 아직 수익을 내기보다 투자가 선행되는 단계라 부담이 가중될 우려가 있다. 차입금의 대부분이 만기가 1~2년 안으로 도래할 예정인 단기차입금이라 차환 부담도 크다.

지난해 말 이랜드그룹이 신동기 부사장을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영입한 것도 그룹 측이 이를 의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신 부사장은 골드먼삭스 등 글로벌 투자은행(IB)과 사모펀드 등에서 30년 이상 경력을 쌓은 국제금융전문가다. 그는 올 들어 이랜드리테일의 점포 자산유동화를 주도했다. 앞서 이랜드는 이랜드리테일이 보유했거나 향후 개발 또는 매입할 예정인 수도권 인근 10개 아웃렛과 쇼핑몰 매장을 매각한 후 재임차 형태로 유동화해 1조원을 조달한다는 계획이었다. 올 7월 초에 투자자 모집을 마친 가운데 3640억원가량을 주요 보험사와 공제회 등 기관투자가를 통해 모았고, 5460억원가량은 금융회사 대출로 추가 조달하는 등 총 9100억원 규모의 유동화가 이뤄질 전망이다. 이밖에 이랜드월드는 지난해부터 사모채를 발행해 꾸준히 자금을 조달하는 등 차입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이랜드는 현재 이랜드리테일의 상장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찬가지로 재무 안정성 우려를 떨치기 위한 움직임이다. 강동창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이랜드가 비상장사인 이랜드리테일과 수익성이 양호한 중국 법인을 상장하면 약 2조원의 현금이 유입돼 차입금 부담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랜드 관계자는 “M&A를 하더라도 무리는 하지 않는다는 것이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이랜드가 불안 요소를 딛고 계속해서 성공 신화를 쓸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이창균 기자 lee.changkyun@joins.com

1297호 (2015.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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