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간 반격에 재반격신동빈 회장이나 신동주 전 부회장이나 이번 분쟁을 끝낼 수 있는 방법은 간단하다. 표 대결에서 이길 지분을 확보하면 된다. 그러나 롯데그룹의 지분 구조는 계열사끼리 얽히고 설킨 순환 출자 형태다. 신동빈 회장이나 신동주 전 부회장 모두 절대적인 지분을 가지고 있지 않다. 더구나 한·일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다는 광윤사나 일본 롯데홀딩스, L투자회사 등의 지분이 어떻게 나눠져 있는지 명확하게 알려져 있지 않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설만 무성하지 일본 롯데에서도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다만, 국내 한 종합 일간지에 따르면 신동주·동빈 형제가 보유 중인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이 2% 전후에 불과하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또 신격호 총괄회장의 자산 관리를 위해 만든 광윤사(일본 롯데홀딩스의 최대주주)의 경우 신동주 전 부회장 지분이 신동빈 회장보다 5% 더 많다고 주장했다. 이 보도가 맞는다면 신동주 전 부회장이 표 대결에서 유리할 듯하다. 그러나 두 형제 모두 일본 롯데홀딩스의 절대 지분은 갖고 있지 않다. 둘이 서로 우군을 끌어들여 일본 롯데홀딩스의 절대 지분을 확보했다고 주장하는 건 이런 배경에서다.이런 가운데 주인이 누구인지 확실치 않는 곳도 있다. 이른바 ‘L투자회사’ 11곳은 한국 롯데의 실질적 지주사인 호텔롯데의 지분 72%를 나눠 보유하고 있다. L투자회사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회사라는 설이 유력하지만, 현재 누가 주인인지는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이에 따라 신 총괄회장의 ‘辛心’이 두 형제의 운명을 가를 변수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광윤사와 L투자회사, 롯데홀딩스에 대해 신 총괄회장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어 주총 표 대결에서 향배를 가를 수 있다는 것이다. 7월 28일 귀국한 신 총괄회장은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34층의 집무실 겸 거처에서 머물고 있다. 7월 31일 현재 공개적으론 어느 쪽의 손도 들어주지 않았다.사실 두 형제 모두 비슷한 이유로 아버지의 눈 밖에 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형제의 난의 발단은 지난해 말 아버지에게 보고하지 않고 8억엔(약 75억원)을 투자해 다른 사업을 벌였다는 이유로 신동주 당시 일본 롯데 부회장을 해임한 일이었다. 신 전 부회장도 반격에 나섰다. 신 전 부회장은 롯데그룹이 중국 사업에서 ‘보고도 하지 않고 투자해 1조원을 날렸다’고 여러 차례에 걸쳐 신 총괄회장에게 보고했고, 결국 그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관측이다(이원준 롯데백화점 사장은 7월 31일 롯데그룹이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중국 사업에서 32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고 반박했다).롯데홀딩스 주총에서 형제간 표 대결이 펼쳐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내년 1월로 예정된 정기주총 전에 임시주총을 열려면 이사회 결의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롯데 홀딩스 이사회는 신 회장이 장악하고 있다.
“보고도 안 하다니” 분노한 아버지더 큰 문제는 두 형제 중 한쪽에 힘이 실리더라도 분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란 것이다. 어느 쪽의 승리로 끝나더라도 두 형제와 관련된 주요 인사들에 대한 ‘숙청’이 불가피할 것이다. 또 그동안 추진하던 사업도 제동이 걸릴 수 있어 그룹이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을 수도 있다. 롯데그룹의 경우 본업인 유통업이 성장의 한계에 다다른 상황에서 제2 롯데월드 완공, 면세점 재입찰 등 현안이 많다. 여기에 이번 사태로 그룹 이미지가 추락한데다 ‘롯데그룹=일본 기업’이라는 인식도 퍼졌다.심지어 온라인상에선 신동주·동빈 형제의 생모인 시게미쓰 하쓰코 여사가 일본 A급 전범의 조카딸 또는 손녀라는 헛소문도 퍼졌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가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나든 후유증이 클 것이며, 한국 롯데와 일본 롯데가 분리돼 운영되거나, 계열사를 나누는 식의 빅딜이 진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박상주 기자 park.sangjoo@join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