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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와의 대화 | '협업으로 창조하라' 펴낸 윤은기 한국협업진흥협회장] 협업은 메가 시너지 효과의 지름길 

월 20회 이상 ‘협업’ 강연하는 ‘미스터 콜라보’ … 소통·공감·신뢰로 협업 걸림돌 제거 


방송과 출판계에서 화려한 활동을 펼치는 김정운 교수는 지난해 [에디톨로지]로 또 한 번 베스트셀러를 기록했다. ‘창조적 편집’이라는 개념을 소개하며 많은 독자의 관심을 이끌어냈다. 복잡한 인문학 서적이지만 결론은 ‘하늘 아래 새로운 건 없다’는 지극히 단순한 얘기다. 그 책이 나온 배경이 있다. 책을 내기 전 김 교수는 윤은기 한국협업 진흥협회장을 찾아왔다. 두 사람은 대학 선후배로 막역한 사이다. 윤 회장은 ‘2개 이상의 개체가 서로 다른 전문성을 수평적으로 연결해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라며 ‘협업’에 대한 나름의 개념을 설명해줬다. 물론 설명은 이보다 훨씬 길고 자세했다. 눈치 빠른 김 교수는 “그럼 그게 편집이네”라며 무릎을 탁 쳤다.

협업은 편집이란 말로 잘 정리돼 대중에 소개됐다. 그 아이디어의 원조격인 윤 회장이 책을 냈다. [협업으로 창조하라]라는 제목의 강연록이다. 윤 회장은 지난 6월에만 20여 차례 강연을 다녔다. 주말을 제외하면 거의 매일 강연 강행군을 이어갔다. 매달 30~40회가량 강연 요청이 들어온다. 그는 특히 공공기관이나 기업 연수에 단골 인기 강사다. 하지만 강연만으로 한계가 뚜렷했다. 강연을 듣고 난 사람들이 참고할 책이 없느냐고 물었다. 협업이란 걸 간단명료하게 정리한 사람도, 그런 책도 없었기 때문이다. 모든 강연을 다닐 수 없었던 윤 회장은 협업을 전파하기 위해 이 책을 냈다.

한국협업진흥회장이라는 직함에 걸맞게 윤 회장은 협업과 ‘연관 검색어’다. 2014년을 협업의 원년으로 주창한 이후 각종 포털 사이트에서 협업을 검색하면 윤 회장이 꼭 등장한다. 별명도 ‘미스터 콜라보(콜라보레이션, Collaboration)’다. 몇 년째 건배사로 “콜라보! 브라보!”를 외치고 있다. 협업에 다걸기를 하고 있는 협업주의자다.

윤 회장은 “한국이 선진국으로 들어가기 위해선 다른 대안이 없다”면서 “무조건 협업해야 한다”고 말한다. 강자에게 유리한 신자유주의 경제에서 한국이 살아남으려면 보다 창조적인 생산력이 있어야 하는데, 기존 생산력만으론 한계가 뚜렷하단 주장이다. 그는 “약자인 한국이 미국이나 독일과 ‘맞짱’을 뜨기 위해선 고도화된 정보화 사회를 기반으로 융·복합 창조, 연결창조, 수평적 연결창조를 이뤄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바닥난 생산력을 이리저리 끼워 맞춰 새로운 생산력으로 바꿔내란 의미다.

그 예로 에디슨과 스티브 잡스를 들었다. “에디슨은 한 우물만 깊게 판 사람입니다. 스티브 잡스는 여러 웅덩이를 잘 연결한 사람이지요. 미래 사회에는 잡스 같은 창조적인 능력이 필요합니다.” 깊은 우물이 없는 한국은 여러 웅덩이를 잘 연결해야 우물만큼 많은 물을 길러낼 수 있다는 비유다. 단순히 물을 더 많이 끌어 모으는데 그치지 않는다. 윤 회장은 협업이 내는 메가 시너지 효과에 주목하고 있다. 물에 물을 더해선 2개의 물밖에 나오지 않지만 물에다 탄산을 섞으면 사이다가 되는 것처럼 협업은 어마어마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단 얘기다. 그러나 협업은 문제도 있다. 서로 익숙하지 않는 사람이 모이면 갈등이 빚어지게 마련이다. 서로 다른 업종과 기업도 연결되면 모순이 발생한다. 윤 회장은 “과거 현대 경영학은 합리적이고 과학적 의사결정이 중요했다”면서 “지금의 경영자는 다양한 모순을 발견하고 각종 정보와 데이터로 지혜와 통찰력을 발휘해 모순을 관리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평생 처음 보는 것을 대할 때 느끼는 이질감. 협업을 하려면 이를 극복해야 한다. 윤 회장의 해법은 ‘소통·공감·신뢰’다. 이교도·이문화·이민족 등은 과거엔 모두 배척 받던 존재들이고 적이었다. 하지만 만나서 소통하고 공감하면 신뢰가 쌓여 융합할 수 있다. 윤 회장은 그런 수평적 관계 설정이 협업의 요건이라고 본다.

창조경제의 핵심은 협업


윤 회장의 ‘콜라보’는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와 맞닿아 있다. “창조경제는 컨셉트예요. 그게 뭘까 고민만 하다 보니 시간만 흘러간 겁니다. 창조경제를 구현하는 방법은 다른 게 없어요. 협업입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국내와 해외 기업이 서로 협업을 하면 창조경제가 실현되는 겁니다. 정부가 그걸 제시하지 못하고 있으니 답답할 노릇이지요. 박 대통령 어록을 보면 점차 달라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지난해까지는 ‘창조’를 강조하다가 ‘융·복합’으로 변하다가 최근 들어서야 ‘협업’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2월 안전행정부는 협업행정 지원 부서를 만들었다. 정권 초반 부처간 칸막이를 없애 서로 협력하는 행정을 벌이자고 했지만 잘되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윤 회장은 중앙공무원교육원장 시절 공무원들에게 “당신은 대한민국 공무원이지 부처 공무원이 아니다”란 지적을 빼놓지 않았다. 부처 이기주의에 빠지면 나라가 제대로 돌아갈 리 없기 때문이다. “세월호 사태나 메르스 확산도 모두 공무원들이 협업하지 않아 일이 커진 겁니다. 구조 장비가 있으면 누구든 가까이 있는 공무원이 가져다 쓸 수 있어야 하는데, 각 부처가 소통하지 않으니 눈 뜨고 사고를 키운 겁니다.”

윤 회장은 정부뿐 아니라 기업의 협업 사례 300여 건을 분석했다. 여기에서 공통적인 성공 방정식을 도출했다. 협업하지 않으면 모두 고사했고, 협업을 시작할 때 생기는 갈등을 지혜롭게 해결한 기업은 모두 크게 성공했다고 한다. 해결 못한 경영 난점을 만난다면 일단 협업할 사람을 찾아 손을 내밀어보라, 윤 회장의 컨설팅 비법이다.

- 박상주 기자 park.sangjoo@joins.com

1298호 (2015.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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