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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 잔디 공략법] 긴 러프에선 페이스 열고 두 클럽 길게 

타이트한 라이에선 페어웨이 벙커에서처럼 샷 ... 젖은 페어웨이에선 그린 중앙 공략 

남화영 골프칼럼니스트

▎벤트그라스로 코스 전체를 조성한 제주 나인브릿지.
비싼 고급 회원제 골프장은 양잔디 코스임을 은근히 자랑하곤 한다. 국내 최고의 골프장이라는 나인브릿지를 비롯한 몇몇 코스는 페어웨이에도 양잔디 중 최고 가격대인 벤트그라스를 심었다면서 콧대를 높인다. 영종도의 스카이72 하늘코스는 벤트그라스 코스라는 이유까지 더해지면서 그린피가 엄청나게 비싸졌다.

PGA투어에서처럼 만원짜리 크기 잔디 뗏장을 툭툭 떼는 게 골프의 묘미라고 믿는 골퍼도 주변에서 자주 본다. 하지만 양잔디는 90타 전후를 오가는 평범한 아마추어에게는 대략 난감한 대상이다. 만원짜리 뗏장은커녕 소심한 디봇만 남게 마련이다. 더구나 이른바 ‘뒤땅’도 더 자주 경험한다. 이정재 한국그린키퍼협회 자문위원은 “하이 핸디캐퍼라면 양잔디가 더 치기 어렵고 골프 엘보에 걸릴 확률도 높다”고 말했다. 이 위원에 따르면 양잔디는 줄기폭이 얇고 좁아 볼을 지지하지 못한다. 그래서 볼과 땅 사이로 클럽 날(블레이드)이 들어가야만 정확한 샷이 나오고 디봇이 떠진다. 하지만 하이 핸디캐퍼는 스윙을 하더라도 볼을 볼과 잔디 사이로 정확하게 끼우기 어려워 탑볼이나 섕크가 자주 난다. 이와 달리 한국 잔디는 줄기가 뻣뻣하기 때문에 볼을 세워준다. 그래서 적당하게 쓸어 치더라도 볼이 잘 뜬다는 설명이다. 비싼 잔디라서 볼을 치기 어려웠던 게 아니라 잔디의 생긴 모양 자체에 차이가 있다.

국내 골프장의 잔디 구성은 대개 3종이다. 그린은 가장 비싼 양잔디 벤트그라스, 페어웨이는 중지(中芝), 티잉 그라운드는 양잔디인 캔터키블루그라스를 쓰거나 간혹 라이그라스를 혼파(混播)한다. 그래서 중지를 심은 코스는 늦가을이면 그린과 티잉 그라운드만 초록색이고 나머지는 황금 들녘처럼 누렇게 익는다. 한국 잔디를 포함한 대부분의 동양 잔디는 조이시아(Zoysia)종에 해당한다. 야생 잔디로는 우리나라 들판에 가득한 들잔디, 즉 야지(野芝)가 있다. 국내의 몇몇 올드 코스들은 아직도 야지를 페어웨이 잔디로 쓰고 있다. 이와 달리 안양CC 등 국내 꽤많은 코스는 잎이 가늘고 줄기의 밀도가 높으며 지지력이 높아 볼을 세워주는 안양중지를 쓴다. 이 잔디는 지난 2000년에 국내 최초로 국제 잔디품종 특허까지 취득했다. 이밖에 금잔디(고려잔디)가 있으며 해안 지방에서 자라 내건(耐乾)·내염(耐鹽)성이 뛰어난 갯잔디·왕잔디도 있다. 부산 동래베네스트에 깔린 금잔디는 섬세한 질감에 밀도가 높은 장점을 가졌고, 늦가을이면 불타는 단풍인지 반짝이는 금인지 모를 정도로 색깔이 일품이다. 하지만 한국 잔디는 평균 기온이 10도 이하로 내려가면 풀잎이 담황색으로 변색되면서 이른바 휴면(休眠)에 들어간다. 뿌리는 옆으로 뻗는 성질이 강하여 자주 깎지 않아도 지면을 잘 덮어주고 잡초 침입에 강하고 나쁜 토양에서도 잘 자란다. 생장점이 낮게 위치하기 때문에 자주 깎아도 잘 자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한국 잔디는 4~9월까지 자라기 때문에 가을이면 잎이 누렇게 변하고 디봇이 생기면 복구 기간이 길어진다는 아쉬움이 있다.

양잔디는 더위에 약해 여름에 성장을 멈추지만 대신 봄·가을에 자란다. 그 덕에 늦가을까지 푸른 색깔을 유지한다. 한지형 잔디는 15~25도, 한국 잔디를 포함한 난지형 잔디는 25~35도가 가장 좋은 기온 상태다.

늦가을까지 푸르기 때문에 양잔디에 대한 선호도가 있지만 한지형 잔디의 약점은 더위와 관리 비용에 있다. 여름에 특히 물을 많이 주어야 할 뿐만 아니라 무더위가 절정에 이르는 8월에 자칫 잔디 뿌리가 마르면 그린은 순식간에 녹아 버린다. 그래서 그린 예고(刈高:지면에서 잔디 끝까지 깎는 높이)를 길게 해야 하고, 여름에는 그린 스피드가 느려질 수밖에 없다. 더위에 가장 강한 건 일명 떡잔디로 불리는 동남아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난지형 잔디 버뮤다그라스다. 원산지가 중미의 버뮤다 지방이다. 매년 마스터스를 치르는 미국 조지아의 오거스타내셔널도 1981년까지는 버뮤다그라스 그린을 사용했다. 당시의 우승 타수는 270타 대에서 나왔으나 벤트그라스로 바뀌면서 오늘날의 유리알 그린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빨라졌다.

양잔디는 봄·가을에 자라

늦여름을 지나 가을 골프로 접어드는 과도기의 잔디를 단지 양잔디와 국산 잔디로만 구분해서는 곤란하다. 골프 전문지인 [골프다이제스트]는 팻 핀렌 미국 골프장관리자협회 회장, 전 PGA투어 우승자 마이크 니콜렛, 테일러메이드 상품 개발 브렛 월 연구실장이 모여서 과도기의 골프에 반드시 알아야 할 코스 상황 4가지와 그때의 해법을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타이트한 라이:그린 주변의 에이프런에 볼이 놓인다면 참 난감하다. 바짝 깎은 풀은 백스핀을 잘 구사할 수 있는 골퍼들에게는 이상적인 라이지만 대부분의 아마추어 골퍼에게는 오히려 볼을 띄우기 어려운 라이라는 두려움을 준다. 정타로 볼을 치는 것이 더 힘들 것이고 클럽 페이스를 충분히 활용할 수 없으므로 볼은 스핀이 덜 걸린 상태로 낮게 날아갈 것이다. 따라서 볼의 윗부분만 치는 탑볼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이때는 멘탈로 풀어야 한다. 자신이 페어웨이벙커에 들어가 있다고 생각하고 볼을 먼저 맞히도록 연습한다.

-젖어 있는 라이:젖은 도로에서 자동차 타이어가 미끄러지듯 비와 가을 아침의 이슬은 클럽페이스에 윤활유를 바른 것 같은 효과를 주어 일반적으로 볼과의 사이에서 일어나는 마찰이 줄어든다. 그 결과 볼은 예측 불가능하게 페이스를 타고 오르게 된다. 예상 비거리나 방향, 스핀에 대한 컨트롤 능력이 떨어진다. 물은 클럽페이스를 더 미끄럽게 만들고 클럽에 달라붙는 풀은 볼을 젖게 하고 물을 뿌려대어 샷의 결과를 쉽사리 예측하기 어렵게 만든다. 그린의 중앙을 겨냥하는 방식을 구사하는 것이 좋다.

-플라이어 라이:어프로치 샷이 평소보다 훨씬 더 멀리 날아가도록 만드는 라이 상태를 가리킨다. 이는 볼이 잔디 위에 올라 앉아 있는 라이 상황에서 발생한다. 샷을 하면 볼은 스핀이 덜 걸린 상태로 높이 뜰 것이다. 평소의 샷보다는 스핀이 더 적게 걸리면서 비거리는 예상보다 더 늘어난다. 따라서 플라이어 상황이라면 더 짧은 클럽을 쥐고 볼을 굴리는 샷으로 승부하는 것이 좋다.

-깊은 러프:늦여름을 지나 초가을이면 러프의 생육도 급속도로 빠르다. 풀 사이를 지나는 동안 클럽은 종종 틀어져서 열리거나 닫히게 되며 클럽과 볼 사이에 끼는 풀이 임팩트 효과를 반감시킨다. 클럽페이스의 속도가 떨어져서 페이스가 일찍 닫히기 쉬워지며 결국 샷을 할 때 로프트도 작아진다. 이런 경우라면 일단 페이스를 살짝 오픈한 뒤, 클럽을 두 클럽까지 최대한 길게 잡고 부드럽게 스윙한다. 그러면 비거리와 로프트의 손실을 벌충하는 데 도움이 된다.

- 남화영 골프칼럼니스트

[박스기사] 그린에 대한 상식 키워드 5가지

잔디결(Grain) : 볼이 굴러가는 방향으로 누워 있는 밝은 색 잔디를 순결이라 하고, 골퍼를 향해 깎여 있어 어두운 잔디를 역결이라 한다. 순결일 때는 볼이 경사와 잔디결을 타고 들어가게 스트로크하고 역결에서는 홀의 뒤쪽 벽을 때리고 들어가도록 친다.

통기(Aeration) : 어떤 그린은 일정 간격으로 구멍이 뚫려 있다. 잔디 찌꺼기를 제거하고 토양의 통기성과 투수성을 좋게 만들어 뿌리의 생육을 왕성하게 하는 작업이 에어레이션이다. 휴장일에 통기 작업을 자주한다. 그린스피드는 1.5배 가까이 낮아진다.

답압(Traffic Stress) : 잔디가 카트에 오랫동안 밟혀 있거나, 그린에서 홀컵이 한 곳에 오래 박혀 있을 때 골퍼들의 발자국에 눌려 생기는 그린의 병. 이때는 차단줄을 쳐서 보호하거나 내장객이 많은 주말이면 홀컵을 오전, 오후에 나눠 옮겨주어 답압을 분산시킨다.

스팀프미터(Stimp Meter) : 그린에서 볼 구름을 측정하는 도구. 914mm의 경사진 관을 20도 가량 들어올렸을 때 볼이 굴러가는 거리를 잰다. 7.5피트(2.3m) 이하로 구르다 멈추면 느린 그린, 10피트(3m) 이상 구르면 빠른 그린이라고 한다. 국제 대회에서는 3.2m 이상 구른다.

대치(Thatch) : 대치란 예초작업으로 잘린 잔디 조각을 말한다. 대치를 적당하게 걷어내지 못하면 잔디가 햇빛을 못봐 병에 걸릴 수 있다. 대치 조각이 땅속으로 들어가면 물빠짐이 어려운 현상이 초래된다. 통기 작업을 통해 대치들을 파쇄하고 뽑아내기도 한다.

1300호 (2015.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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