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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와의 대화 | 김영익 서강대 교수] 내년부터 중국발 금융위기 닥친다 

중국 증시 폭락으로 1년 전 나온 저서 재조명 


▎사진:전민규 기자
말만 들어도 섬찟하다. 2008년에 그 고생을 했는데 2년 뒤 제2의 금융위기가 또 온다니…. 지난해 중순 비관적인 경제 전망으로 경제계에 충격을 줬던 김영익 서강대 교수의 [3년 후 미래]에 나오는 내용이다. 이 책은 출간 당시보다 최근 더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해 5000권이 팔렸는데, 올해는 9월에만 7000권이 나갔다. 올해 중순 중국 증시가 폭락하면서 글로벌 경제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이 책이 다시 베스트셀러에 진입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증시 붕괴 현상 등을 정확하게 맞췄기 때문이다.

김 교수의 주장을 다시 보자. 2008년 세계 경제가 어려울 때 중국만은 과잉 투자로 성장을 이어갔다. 하지만 글로벌 생산이 정체되고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니 중국 기업과 은행의 부실이 속속 드러나면서 중국 경제도 주춤하게 된다. 성장률이 5%대로 떨어지면 중국 정부가 구조조정에 나설 텐데 금리 자유화나 외환 자유화라는 수단을 쓰게 될 것이고, 미국 국채를 팔아 재원을 마련할 것이란 전망이다. 중국 정부가 통제력을 상실하면서 글로벌 금리와 외환 시장이 출렁이면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김 교수는 “최근 중국 증시 폭락은 이런 부실이 드러나기 전 버블 붕괴 조짐”이라며 “내년엔 금융에서, 내후년엔 실물 부문에서 본격적인 금융위기가 실현될 것”이라고 말한다.

중국 정부가 예전처럼 선제적으로 통제하지 않을까?


“한국은 1989년 정부가 주식을 사라고 권했다가 주가가 폭락한 뒤 정부 통제에서 시장 통제로 바통이 넘어갔다. 지금 중국의 모습과 상당히 유사한데, 중국 정부도 이제는 공산당원은 통제할 수 있지만 시장은 통제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됐을 것이다. 그래서 금리·외환 자유화로 시장을 열게 되면 정부 통제는 힘을 잃게 된다.”

금리·외환 자유화가 되면 시장 조정 기능에 따라 안정화되지 않겠나?

“예전에는 정부가 인위적으로 자금을 할당했는데, 이제는 가장 금리가 높은 곳으로 돈이 몰리게 돼 돈이 마른 쪽에서 스스로 구조조정이 일어나게 된다. 외환도 자유화되면 해외 기업과의 경쟁에서 패배하는 중국 기업들이 사라지는 등 구조조정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 그러면 기업과 은행의 부실이 낱낱이 드러나게 되는데, 부실 규모가 정부 통제 범위를 벗어날 정도로 크기 때문에 안정화되기엔 충격이 클 것이다.”

중국 기업의 재무상황이 그렇게 불투명한가?

“요즘 중국에서 인기 있는 업종이 있다. 관료나 현직 기자들이 재무제표를 실사하는 회사다. 세계 500대 기업 중에 200개가 중국 기업인데 아직도 중국 재무제표는 믿을 수 없다. 오죽하면 중국 정부 통계도 못 믿는다고 한다. 이런 불투명성이 부실을 키우고 있다. 자유화가 되면 국제기준에 따라 부실이 책정될 텐데 예상보다 훨씬 큰 부실이 드러날 것이다.”

부실을 재정으로 막을 순 없을까?

“재정만으론 부족할 것이고, 중국 생산력이 떨어지면 재정은 더 줄어 부실을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빠진다. 중국이 미국 양적완화 때 쌓은 돈을 이제 쓸 때다. 중국은 2013년을 정점으로 미국 국채 매입 규모를 줄이고 있다. 또 만기가 긴 걸 단기채로 돌리고 있다. 구조조정에 필요한 자금을 미 국채를 팔아 충당할 계획이란 의미다.”

미국이 받쳐주면 중국 부실이 세계로 퍼지지 않을 수 있다. 미국 금리 동결도 그런 의미로 볼 수 있지 않나?

“미국은 이미 금리 인상 시기를 놓쳤다. 이제는 금리를 올리기 어렵다. 오히려 또 한 번 4차 양적완화를 해야 할 지경이다. 저금리 기조가 이렇게까지 길어진 건 베트남 전쟁 이후 두 번째다. 미국 주가가 크게 떨어져 소비가 위축되면 소비가 경제의 60~70%인 미국은 1~2년 내에 경기 침체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다른 글로벌 시장이 충격을 흡수할 가능성은?


“세계 경제 전체가 나쁘다. 재고율 지수를 보면 현재가 2008년 7월과 비슷하다. 만들어도 제품이 안 팔린다. 중국이 제조업에 과잉 투자한 것이 문제인데, 디플레이션을 해소하려면 수출로 길을 터야 한다. 하지만 최근까지 미국·일본·유럽이 환율전쟁 등을 벌여 수출도 어렵다. 결국 중국이 구조조정으로 공급 능력을 줄여야 한다.”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한국은행이 디플레이션 파이터가 돼야 한다. 장기적으로 디플레이션에 빠질 텐데 물가 잡는데 주력해선 안 된다. 마지막 내수부양 수단으로 리디노미네이션(화폐액면절하)을 고려해야 한다. 지하경제에 숨은 돈도 풀릴 수 있고 환율도 높게 설정해 수출 여력도 커질 수 있다.”

구조조정 이후 중국이 위안화 기축통화 편입을 추진하지 않겠나?

“중국의 궁극적 목표는 금융강국이다. 위안화 기축통화 편입에 전력할 것이다. 이미 중국은 세계 최대 채권국이다. 미국 국채를 팔아서 달러 가치가 떨어질 때를 기점으로 삼을 수 있다.”

개인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자산이 있다면 지금 현금을 확보하라.”

김 교수는 9월 1일부터 서강대에 자리를 잡았다. 현재 학부에서 경제학 원론도 가르친다. 김 교수는 “현 경제학원론은 인간 수명이 40세일 때 만든 이론”이라며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는 현실을 설명해 줄 수 있는 경제학이 필요한데 딱히 없어서 걱정”이라고 말했다. 경제학 교과서론 세상을 내다볼 수 없는 시대다. 김 교수는 이제 틀에서 벗어나 현실을 직시할 것을 주문한다.

- 박상주 기자 park.sangjoo@joins.com

1305호 (2015.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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