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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점 大戰 그 후] 겹겹 규제로 ‘황금알 낳는 거위’는 옛말 

특허수수료율 인상, 리베이트 규제로 수익성 악화 가능성 … 업계 vs 국회 기싸움 


▎사진:뉴시스
면세점 사업자 선정 결과가 발표됐지만 업계 분위기는 아직도 어수선하다. 특허 문제와는 별개로 관세법 개정안이 현재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어서다. 관세법 개정안의 핵심 이슈는 ‘리베이트 금지’와 ‘수수료율 인상’이다. 리베이트 문제는 모객 채널을 여행사에서 자유여행객(FIT, Free Individual Tour) 위주로 바꾸는 내용이다. 면세점 업계 판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어 모든 업체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업계에선 법안을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 국회와 기획재정부를 상대로 ‘물밑 작업’이 한창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수료율 인상의 경우는 업계 전체의 수익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국회를 상대로 공동 대응에 나선 모양새다.

현재 이해관계가 가장 상충하는 분야는 면세사업자들이 여행사·가이드에게 지급하는 고객 유치 리베이트 문제다. 면세점들은 쇼핑객 유치를 위해 여행사·가이드가 관광객을 데려오면 이들이 일으킨 매출의 20~30%가량을 리베이트로 떼준다. 모객 행위로 들어온 고객이 발생시키는 매출은 면세점 전체 매출의 15~20%, 시내면세 매출의 35~40%(인천공항 제외)로 추산된다. 면세점들은 단체 관광객이 입국하기 전부터 관광객 수와 입국 날짜, 여행 스케줄 등의 정보를 확보해 관리하고 있다. 어느 면세점을 갈지는 가이드의 선택에 달렸기 때문에 면세점들은 경쟁적으로 리베이트를 지급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면세점의 리베이트 규모는 지난해 5175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7.1% 수준이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매출 대비 비중도 커지고 있다.

이런 마케팅 비용 관행이 저가 저질 관광의 원인이며, 시장의 공정거래를 해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그러자 지난 10월에 새누리당 윤호중 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 홍종학 의원이 리베이트를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을 각각 제출했다. 윤 의원 안은 관세법 196조 2항을 신설해 면세점이 판매촉진을 목적으로 여행사에 금전·물품·편익·노무·향응 등을 제공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시장의 공정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없다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범위 안에서는 일부 허용해 주자는 내용이다. 이와 달리 홍 의원은 관세법 177조의 3항을 신설해 판매촉진을 목적으로 한 경제적 이익 제공을 전면 금지하는 한편, 이를 위반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했다. 윤 의원은 리베이트에 적정 한도를 두자는 것이고, 홍 의원은 전면 규제하자는 것이다.

리베이트로 매출의 20~30% 떼줘


롯데면세점은 이런 안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롯데면세점은 리베이트가 면세산업의 발전 단계에서 나타난 자연스러운 현상이기 때문에 시장의 자율에 맡겨야 하며, 사업자들은 이 룰에 맞춰서 영업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면세산업이 규모의 경제를 일구고 국제적 경쟁력을 갖추려면 거대 사업자가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한다.

한국 면세산업은 중국인 관광객 증가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8조3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세계 시장의 12%를 차지했다. 그중에서 롯데면세점은 5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한 시장 지배적 사업자다. 롯데면세점의 주장대로 중국은 하이난에 세계 최대의 면세점을 갖추고, 중국 최대 국영 면세사업자인 CDFG(China duty free group)를 운영하는 등 면세점을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태국도 국영사업체인 킹파워를 자국 내 유일무이한 면세점으로 키우고 있다. 이런 문제로 롯데면세점은 현재 시장점유율을 사업 전략의 첫 번째 판단 기준으로 삼고 있으며, 이를 더욱 높여가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롯데로선 이번 특허심사에서 월드타워점을 놓쳤기 때문에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해 리베이트 정책을 포기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면세사업자들은 최소한 상한선이라도 정해놓고 가자며 국회의 관세법 개정안을 반기는 분위기다. 그러나 리베이트 정책을 아예 포기하자는 분위기는 아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가장 많은 리베이트를 지급한 곳은 신라면세점 장충점으로, 롯데면세점 소공점보다 약 200억원 많은 1725억원을 지급했다.

일단 관세법 개정과 관련한 현재 분위기는 윤호중 의원의 안에 무게가 실린다는 것이 국회 측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리베이트 정책이 과열돼 있다는 게 정부와 국회의 판단이지만 여행사·가이드의 반발이 우려되고, 시장에 충격이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홍종학 의원의 안보다 실현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윤 의원의 안에는 타협의 여지가 열려있기 때문이다. 공은 이미 강석훈 조세소위 위원장에게 넘어갔다는 섣부른 관측도 나온다. 문제는 과연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것이냐다. 리베이트는 여행사·가이드의 수입에서 62%의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갑자기 리베이트를 줄인다면 관광 업계의 반발을 부를 게 불을 보듯 뻔하다. 특히 내년 20대 총선을 앞둔 시점이라 정치권에서 큰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실정이다. 국회 관계자는 “선거를 앞둔 의원들 입장에선 관세법 개정안은 득 될 것이 없는 법안”이라며 “이 법안을 주도했다가 반대 여론이나 민원이 발생할 수 있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소관 기관인 문화체육관광부 역시 관광 업계를 설득할 자신이 없다며 소극적인 입장이며, 이 문제를 다음 국회로 미루고 싶어한다는 전언이다. 이 사안을 총괄하는 기재부 역시 문광부의 대책을 보고 입장을 표시하겠다며 한 발 빼고 있다. 기재부는 지난 2012년 말 관세법 개정안 당시 국회 측에 자신의 입장을 강하게 주장하다 조세소위 회의에 참석하지도 못한 트라우마가 있다. 기재위 의원들은 당시 백운찬 기재부 세제실장이 국회 의견을 무시하고 사사건건 간섭한다며 불편함을 드러냈고, 결국 관행을 깨고 소위 회의에 정부 측 관계자를 참석시키지 않았다. 이때 도매금으로 넘어간 관세법 개정안이 바로 176조 2항, 면세점 특허를 5년 재승인제로 바꾼 법안이었다.

총선 앞두고 리베이트 금지 법안 낼 수 있을지…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리베이트를 기본적으로 허용하되, 리베이트를 주는 면세점이 아닌, 돈을 받는 관광 업계를 관리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리베이트 상한선을 여행사 단체관광 매출의 15%로 제한해 수령액을 통제하면 자연스럽게 리베이트도 줄어들 것이란 계산이다. 이 경우 저가 저질 여행을 줄일 수 있고, 업계의 반발 역시 최소화할 수 있다는 논리다.

중국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현지 아웃바운드 여행사에 관광객 1인당 5만~7만원의 인도세까지 주고 있는 현재 실정을 감안하면 현실성이 높아 보인다. 국내 인바운드 여행사들은 중국 현지 여행사들로부터 숙박·교통·식비 등 지상비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관세청은 여행사·가이드의 관리부처가 아니기 때문에, 이들의 소득 자료를 확보할 수 없다는 점이다. 결국 리베이트 문제 해결에 국세청까지 동원해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면세점의 특허수수료율 인상 문제도 ‘뜨거운 감자’다. 현재 국회에서는 면세점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매년 급증하는데 비해 수수료는 면세점 매출의 0.05%(중소·중견기업 0.01%)로 지나치게 낮은 것 아니냐고 지적한다. 지난해 면세사업자들은 8조3077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정부가 받은 수수료는 5억8200만원에 불과했다. 면세사업은 국가가 일부 사업자에게만 영업을 허용하는 일종의 특례사업임에도 기업들의 정부 수입 기여도가 낮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이에 국회에서는 면세사업자가 벌어들인 돈을 일부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다. 이미 홍종학 의원은 특허수수료를 면세점 매출의 5%(중소·중견기업 1%)로 100배로 올리는 법안을 제출했다.

홍 의원은 “지난 7월 시내면세점 사업에서 선정된 기업의 주가가 3배가 넘게 뛰는 등 특허가 특혜로까지 여겨지고 있다”며 “시행규칙상 낮은 수준의 특허수수료 때문이며, 이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국회 입법조사처도 보고서에서 “면세점은 특허라는 재량적 행정처분에 의해 정부가 민간기업에 독점적 법적 지위와 초과이윤을 보장해주는 특혜적 성격이 있다”며 “면세점 운영 수익이 개별 기업의 이익으로만 귀속되는 것은 문제라는 의견이 있으므로 특허수수료를 인상하거나 누진적으로 운영하는 방안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다. 업계 내부에서도 ‘언젠가는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이홍균 롯데면세점 대표는 지난 10월 기자간담회에서 수수료 문제와 관련해 “(면세점 업계가) 경쟁력을 잃지 않는 선에서 정해주시면, 업계가 따라가야 할 것”이라며 몸을 낮췄다. 업계의 고민은 수수료율 인상폭을 얼마나 낮추느냐다. 현재 개정안대로 관세법이 통과돼 매출의 5%를 수수료로 낼 경우 영업이익이 절반 가까이 줄어든다. 지난해 4조2170억원의 매출을 올린 롯데면세점의 경우 새로운 관세법의 적용을 받으면 지난해 영업이익 4083억원의 절반이 넘는 2108억원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

특허수수료율 인상 문제에 업계 ‘올 것이 왔다’

이런 배경 때문에 업계에서는 해외 사례를 들며 국내의 특허수수료는 적지 않다고 주장한다. 호주(7000호주 달러)와 홍콩(2만2150홍콩 달러)·싱가포르(7만 싱가포르 달러) 등은 정액제로 실시하고 있으며, 일본은 면적을 기준으로 높지 않은 수수료를 매긴다는 것이다. 이들 나라는 관세법상 면세점은 국내 영토가 아니며, 해외에서 발생한 소비에는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다는 조세논리에 따라, 매출 대신 정액제나 면적을 수수료의 기준으로 삼았다. 면세점에서 창출한 부가가치는 결국 국내 소득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도 이 같은 조세논리를 따르고 있지만, 국가가 사업권을 통제한다는 점에서는 차이를 두고 있다. 이와 관련해 현행 사업자 선정방식(정성평가)은 유지하되 특허수수료율을 최대 20배(기존 0.05%→0.1%)로 차등 상향하거나, 정성평가(70%)+특허수수료(입찰)평가(30%)의 배점을 적용하는 등의 대안이 제시되고 있다.

또 특허수수료를 특허와 엮어 경매로 처리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특허수수료를 많이 내는 업체에게 면세사업권을 주자는 것이다. 이미 새정치민주연합 김관영 의원은 시내면세점의 특허 수수료를 공항처럼 경매 방식을 적용해 최고가를 써내는 업체에 특허를 주자는 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이 역시 시장논리에 맡기자는 의견과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팽팽하게 맞선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특정 기업의 독과점을 막고 면세점 특허수수료를 인상하는 기본 방향은 옳다”면서도 “수수료를 입찰 경쟁에 붙여 정할 경우 각종 부작용이 따를 수 있으므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비해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면세사업자를 정할 것이 아니다”라면서 “기업들이 직접 수수료를 적어 넣는 경매 방식을 적용하면 국가 재정수입도 늘리면서 효율적으로 사업자가 결정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 김유경·이창균 기자 kim.yukyoung@joins.com

[박스기사] ‘5년짜리 시한부 특허’ 대안 있나

허가제 대신 신고제·등록제 검토 목소리도

현행 면세 사업자 선정이 5년마다 이뤄지는 ‘시한부 특허’라는 점도 전문가들 사이에서 첨예한 논란거리다. 국내 면세점 업계는 지난 2013년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뒤 공포된 관련 법안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면세점은 모든 물품을 사업자가 직접 구입해 팔고 물류를 일원화하는 매입 구조라 자금력 없이 유지할 수 없다”며 “5년마다 원점으로 돌아가 다시 특허 심사를 받는 현행 구조에서는 고용과 투자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고 말했다. 안정감 있게 중장기적으로 투자해야 할 사업인데 5년 단위의 특허 심사는 이를 막는 정부의 과잉 규제라는 것이다. 더구나 심사에서 탈락한 기존 면세점은 인력과 시설, 재고품을 처리해야 하는 일이 막막하다. 기업들이 고용 승계와 새 인력 흡수를 약속했지만 얼마나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이전까지 면세 사업권(특허권)은 영업상 별 하자가 없는 한 10년 단위로 갱신됐다. 정부가 10년마다 심사해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으면 사업권을 재연장하는 식이었다. 재승인 기간을 과거처럼 늘리는 등 현행 5년보다 연장하는 대안이 검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5년마다 (심사를) 하게 되면 (기업들이) 단기 경쟁 위주로 갈 수밖에 없고, 결국 심사를 통과하는 전략으로만 가게 된다”며 “이런 방식이 유지된다면 부작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 교수는 “정부가 탄력적으로 심사 기간을 늘릴 수 있고, 현행 허가제 위주에서 자격을 갖춘 사업자가 보다 쉽게 시장에 들어올 수 있도록 신고제나 등록제 같은 제도를 마련해 유도하는 방식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신고제는 사업자가 신고만 하면 자유롭게 사업을 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등록제는 일정 요건을 충족한 사업자라면 등록해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면세산업이 ‘재벌 특혜’라는 지적을 하며 실효성이 떨어지는 허가제를 운영할 것이 아니라, 아예 진입 장벽을 없애 자유로운 시장 경쟁에 맡기자는 이야기다. 다만, 면세산업 특성상 대기업이 키우기 용이한 사업이라 논란의 여지는 있다. 여러모로 셈법이 복잡한 상황이다.

- 이창균 기자

1312호 (2015.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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