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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입찰 앞두고 시들한 ‘코웨이 인수전’ 왜?] 칼라일 한 발 빼고, CJ도 주춤주춤 

높은 매각가에 성장성 놓고 갸우뚱 … MBK “예정대로 매각 추진” 


▎모바일월드콩그레스에 참여한 김동현 코웨이 사장과 황창규 KT 회장. / 사진:중앙포토
summary | M&A 시장의 대어로 꼽히던 코웨이 매각이 본입찰을 앞두고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다. 3조원 대에 이를 수 있다는 높은 예상 매각가, 불투명한 지속성장 가능성 등이 변수다. 당장 유력한 인수 후보인 칼라일그룹이 코웨이의 경영현황 설명회 일정을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CJ-하이얼 컨소시엄 측에서도 가격이 비싸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인수가를 떨어뜨리려는 막판 줄다리기일 수도 있다. 그러나 달아오른 흥행 열기가 식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때 가격이 무려 3조원대에 이를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이 나오던 코웨이 매각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11월 30일 본입찰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다. 주요 변수는 유력한 인수 후보 중 하나로 꼽히던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칼라일그룹의 태도 변화다. 일정대로라면 코웨이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는 칼라일그룹을 상대로 11월 13일 경영현황 설명회를 실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칼라일그룹은 돌연 설명회 일정을 연기해달라고 MBK파트너스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웨이 호실적이 ‘양날의 검’


칼라일그룹이 일정을 연기하기 전까지 코웨이 인수전은 순탄하게 진행됐다. 매각을 앞두고 11월 초 발표한 코웨이 실적이 사상 최대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코웨이는 상반기에 이어 3분기에도 매출과 영업이익, 순이익 모두 돋보이는 상승세를 기록했다. 3분기 매출은 5457억원으로 전년 동기(4961억원)보다 10% 증가했고, 영업이익도 1256억원으로 전년 동기(970억원)보다 29.5% 늘었다. 순이익도 1004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664억원)보다 51.3% 증가했다. 이런 추세는 누적 기준으로 봐도 비슷하다.

사업 분야별로 봐도 딱히 부정적 수치를 찾기 어려울 정도다. 정수기·공기청정기·매트리스 등 환경가전 사업의 3분기 매출은 4865억원으로 전년 동기(4380억원)보다 11.1% 증가했다. 전기레인지·안마의자·진공청소기·연수기 등을 판매하는 일시불 판매 매출도 508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2.1% 늘었다. 새롭게 도입한 매트리스 렌털이 호응을 얻으면서 매트리스 케어와 에어컨 살균세척 등의 홈케어서비스의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무려 109.3% 급증했다. 올해 3분기 홈케어서비스 매출은 355억원. 여기에 리앤케이(Re:NK) 브랜드를 사용하는 화장품 사업도 호조세를 이어갔다. 온라인과 홈쇼핑 등을 통한 판매가 늘어나면서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3% 성장한 186억원을 기록했다. 수치만 두고 보면 그야말로 인수·합병(M&A) 시장의 ‘뜨거운 감자’라고 불릴 만하다는 게 IB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그럼에도 칼라일이 코웨이 인수전에서 미적지근한 입장으로 돌변한 이유는 뭘까. 일단 배경에 매각가가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IB 업계 관계자는 “칼라일그룹 내부에서 가격에 대한 이견이 발생해 이를 조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라서 설명회 일정 연기를 요청했다는 게 중론”이라고 말했다.

분위기가 달아올랐을 때 코웨이 매각가는 최대 3조원까지 거론된 바 있다. MBK파트너스도 최소한 2조원대 중반 이상은 넘어야 코웨이를 매각할 것으로 보인다는 게 IB업계의 예상이다. 그러나 코웨이의 호실적은 인수전 측면에서 보면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신한금융투자·IBK투자증권·KDB대우증권 등 주요 증권사가 내놓은 코웨이 기업 분석은 대부분 긍정적이다. 이는 현재 매각가도 부담스러워하는 인수 후보들의 입장에서는 인수전에 뛰어들기 더욱 어려운 요인이 될 수 있다.

둘째, 향후 코웨이의 성장성에 이견이 존재한다. 현재까지 코웨이의 실적이 좋다는 데는 반론을 달기 어렵다. 실제로 코웨이는 MBK파트너스에 인수된 2012년 이후 꾸준히 몸값이 상승하는 추세다. 2012년 영업이익률 12.6%를 기록한 이후 2013년 영업이익률 17.2%, 2014년엔 18.7%로 꾸준히 수익성이 좋아지고 있다.

문제는 현재가 아니라 미래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 업계 관계자는 “정수기와 비데 등 코웨이가 주력인 국내 렌털 시장에서 코웨이는 이미 과점일 정도로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며 “점유율이 높다는 말을 거꾸로 해석하면 향후 성장성이 그다지 높지 않다는 의미로 볼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코웨이 관계자는 “판매량 지표나 이익 지표나 모두 기록적인 성장이 꾸준히 지속되고 있어 앞으로도 견고한 성장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물론 칼라일그룹 이외에도 코웨이 인수전의 유력 후보는 또 있다. CJ그룹과 중국 가전 업체인 하이얼이 구성한 CJ-하이얼 컨소시엄이다. CJ그룹과 하이얼은 11월 10일부터 코웨이 지분 구조에 대한 협상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권은 CJ가 가져가고 하이얼은 주요 임원들이 이사회에 참여하는 방식이며, 코웨이의 중국 시장 수익에 대해서는 하이얼이 비율을 확대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는 얘기도 들려온다.

하이얼과 컨소시엄을 구성하면 CJ 입장에서는 코웨이가 중국 시장에 진출할 경우 판매망을 넓히는 데 유리하며 그룹 차원에서 중국 사업을 확대한다는 전략과도 일맥상통한다. 하이얼도 굴지의 생활문화 기업인 CJ와 손을 잡으면 코웨이 노하우를 배워 중국에 적용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CJ-하이얼 컨소시엄도 코웨이의 유력 인수 후보로 꼽힌다.

하지만 여기서도 문제는 역시 코웨이의 몸값. IB업계는 “CJ가 코웨이를 인수하려고 MBK파트너스가 현재 원하는 수준의 가격을 적어내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전망한다. 이재현 CJ 회장이 구속집행정지 상황인데다 그간 M&A 시장에서 무리한 베팅은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CJ는 올해에만 동부익스프레스, 동부팜한농, 대우로지스틱스, 티켓몬스터 등 4개 기업 M&A의 예비입찰에 참여했다가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2월엔 글로벌 물류회사인 APL로지스틱스 인수에도 실패했다.

CJ-하이얼 컨소시엄도 정중동

CJ헬로비전 매각이 코웨이 인수전에 필요한 실탄을 마련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CJ그룹은 “CJ헬로비전 매각 자금은 콘텐트 사업 역량 강화와 미래 성장동력을 위한 투자에 사용될 것”이라며 “코웨이 등 인수와는 무관하게 이뤄진 별개의 거래”라는 입장이다.

상황이 미묘하게 돌아가자 MBK파트너스가 코웨이 매각 일정 자체를 연기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코웨이 매각을 일단 접고 ING생명 매각을 우선 추진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에 대해 MBK파트너스는 일단 예정대로 코웨이 매각을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높은 인수가를 낮추는 방안으로 코웨이 화장품 사업 부문을 분리 매각할 것이라는 예상에 대해서도 MBK파트너스는 “통매각으로 진행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 문희철 기자 moon.heechul@joins.com

1312호 (2015.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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