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Letter] 업무용 수퍼카와 누리사업 

 


제가 사는 동네 인근 사거리에 3층짜리 갈비집을 하는 사장님은 은색 수입차를 타고 다닙니다. 인도어 골프연습장 사장님 아들은 좁은 골목에서 노란 수입 수퍼카의 배기음을 즐깁니다. 자영업자나 벤처기업인이 사업 첫 해 세금을 내기 시작하면 수퍼카부터 산다고들 합니다. 대부분 영업용으로 등록해 마련한 절세 수단입니다. 수백억 재산을 가진 한 재벌 3세도 기업에서 영업용으로 등록한 고급 수입차를 타고 다닌답니다. 그러니 수퍼카를 타고 다닐 수 있는 기준은 재산이 많고 적고가 아니라 세금이 많은지 적은지에 달린 게 아닌가 싶습니다. 한국에선 사업자가 업무용으로 차를 구입하면 차값에 따라 세금을 환급 받습니다. 2억5000만원짜리 차를 사면 5년간 1억3532만원을 돌려받는답니다. 자동차가 비쌀수록 세금환급액이 늘어납니다.

이런 문제가 올해만 제기된 건 아닙니다. 2007년 법인세법 개정안 등을 논의하면서 법인 명의 승용차를 사적으로 이용하는 사례를 막자는 법안이 수차례 발의됐지만 끝내 현실화되지 못 했지요. 이제는 사정이 좀 다릅니다. 국회의원들이 상한선을 두자고 나선 겁니다. 국회 조세소위원회는 업무용 차량에 대한 비용 처리를 3000만원까지만 인정하자는 법안을 논의 중입니다. 법안 대로 되면 정부 세수는 1조4000억원가량 늘어납니다.

그런데 이 법안을 정부가 반대합니다. 상한선을 두는 대신 차량 가격의 100%에 도달할 때까지 연간 1000만원까지만 세제 혜택을 주자고 합니다. 이유는 ‘자칫 고가 수입차를 차별하는 인상을 줘서 외국과의 통상 마찰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겁니다. 정말 통상 마찰을 빚을지는 알 수 없습니다. 중요한 건 세수 확보가 가능한데도 정부가 나서서 이를 거부한다는 겁니다.

박근혜정부 들어 세수결손 문제가 심각합니다. 지난해에만 사상 최대 규모인 10조9000억원이 부족했습니다. 이 때문에 만 3~5세 무상교육을 골자로 하는 누리과정 사업은 늘 논란입니다. 국회에선 누리과정 예산을 넣네 마네 다투고, 정부와 시교육청은 국비냐 교부금으로 하느냐를 두고 짐을 떠넘기고 있습니다. 대구교육청은 누리과정 예산 마련을 위해 유휴 학교 시설 6곳을 팔려고 내놨답니다. 돈이 없어 아이들 교육을 못할 지경입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마땅히 받아야 할 세금조차 받으려 하지 않습니다.

1313호 (2015.12.07)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