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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입가경의 자동차 부품 삼국지] 韓 일본에서 선방, 中 미국에서 급성장 

한국, 지난해 사상 첫 대일 무역 흑자 … 중국은 가격 경쟁력 앞세워 돌풍 


▎지난해 완공된 대구의 지능형자동차부품시험장에서 지능형자동차부품진흥원 소속 연구원들이 자동차 부품 성능을 점검하고 있다.
summary | 세계 자동차 부품 시장에서 한·중·일 삼국지(三國志)가 더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우리나라가 최근 수년간 급성장한 기술력을 앞세워 치고 올라왔다면, 중국도 특유의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거침없이 성장하고 있다. 전통의 강호 일본은 기술력 면에서 여전히 우위에 있지만 외형상 다소 주춤한 모양새다. 해외 수출 비중을 꾸준히 키우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이제 일본뿐 아니라 중국의 움직임을 눈여겨볼 필요성이 커졌다.

한국은 지난해 일본과의 자동차 부품 교역에서 사상 첫 흑자를 달성하면서 의미 있는 행보를 보였다. 코트라(KOTRA)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일(對日) 자동차 부품 수출액은 8억 8514만 달러로 전년보다 10.5% 증가한 반면 수입액은 8억 6138만 달러로 2.7% 감소했다. 역대 최대 수출액을 기록하면서 약 2400만 달러 규모의 흑자를 기록한 것이다. 흑자 규모는 크지 않지만 자동차 부품 부문에서 일본과의 교역 역사상 처음으로 흑자를 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2013년에는 적자만 8400만 달러에 달했다. 당시만 해도 적자 규모가 1억 달러 미만으로 줄어들었다는 데 위안을 삼아야 했다. 이 같은 대일 무역 흑자는 엔저의 장기화 속에 일궈낸 성과라는 점에서 더 고무적이다. 한국은 자동차 부품 분야에서 지난 2010년만 해도 도합 10억1600만 달러 규모의 무역 적자를 냈을 만큼 고전을 면치 못했다. 자동차 부품 분야에서 한국의 대일 무역 적자는 현대자동차 등 기업들이 국내외 판매를 본격화하던 1980년대 이후 계속된 오랜 골칫거리였다.




자동차 부품, 한국 3대 수출 품목으로


▎충남 아산의 현대모비스 생산라인. 한국은 일본과의 자동차 부품 교역에서 지난해 사상 첫 흑자를 기록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시장에서 한국은 자동차 부품만 총 266억3600만 달러어치를 수출해, 자동차 부품이 한국의 3대 수출 품목으로 급부상했다. 이런 선전이 일본과의 교역에서도 그대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 자동차 부품 업계는 경쟁국인 일본의 기업들마저 사로잡을 만큼 나날이 기술력(품질 경쟁력)이 향상되고 있다. 일본정책투자은행은 한 보고서에서 ‘한국 자동차 부품의 품질 경쟁력이 급속히 향상됐다’며 ‘대표적 기업인 현대차그룹의 품질경영 강화 그리고 독일 로버트보쉬 등 외국계 자동차 부품 기업과의 활발한 합작, 국내 경쟁 확대, 한국 정부의 정책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이어 ‘자동차용 조명기기, 차륜과 부속품, 내연기관용 전기부품, 완충장치와 부분품, 클러치와 부분품에서는 이전부터 한국이 일본보다 수출 경쟁력을 갖췄지만 최근 들어 기어박스와 부분품, 엔진 관련 영역에서 경쟁력이 향상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은 자동차 부품의 해외 조달을 늘리고 있는 추세다. 이 또한 한국 자동차 부품 업계에는 호재였다. 예컨대 일본 닛산자동차 큐슈공장은 전체 부품의 80~90%를 한국 등 아시아 전체에서 조달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에 2013년부터 한국과 일본 양국의 번호판을 모두 붙인 화물차를 이용하는 등 한국에서 신속하게 부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 결과 조달 기간을 종전의 4박 5일에서 2박 3일로 단축했다. 일본 혼다자동차는 글로벌 부품 구매 비중을 기존 15%에서 40%선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세웠고, 여기에는 한국산 부품을 더 많이 구매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일본 마쓰다자동차도 판금 프레스 등의 부품을 한국에서 더 많이 수입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는 비용 절감과 리스크 분산을 위해서다. KOTRA 관계자는 “일본 완성차 기업들은 엔저에도 한국이 일본보다 가격 경쟁력 면에서 유리하면서, 품질 면에서는 (한국이) 중국보다 우수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관련 업계는 2011년 일어났던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 완성차 기업들이 리스크 분산을 이유로 조달처를 다원화하고, 비용 절감을 위해 적극적으로 해외 조달을 늘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미국 내 시장점유율 일본 앞질러


그런가 하면 중국의 선전이 만만치 않다. 세계 최대 시장 중 하나인 미국에서 시장점유율로 사상 처음 일본을 앞지를 만큼 성장세가 무섭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대미(對美) 자동차 부품 수출액은 83억 달러로 2013년(70억 달러), 2012년(64억 달러)보다 크게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일본이 82억 달러로 2013년(88억 달러), 2012년(102억 달러)보다 수출액이 계속 감소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중국은 이에 힘입어 미국 내 시장점유율이 2012년 11.3%에서 2013년 12.2%, 지난해는 13.4%로 높아졌다. 이에 반해 일본은 2012년 18.1%에서 2013년 15.4%, 지난해는 13.2%까지 낮아지며 중국에 점유율 3위 자리를 내줬다. 1위는 멕시코(30.6%), 2위는 캐나다(15.5%)였다. 캐나다에는 2013년 2위 자리를 빼앗겼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미국 내 점유율은 3위였지만 (미국 내) 매출은 연간 10% 가까이 늘고 있다”며 “1위 멕시코와 2위 캐나다의 매출이 연간 6%가량 성장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이른 시일 내에 중국이 두 나라를 추월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전했다.

경기 회복세와 저유가 추세로 미국에서 자동차 부품 수요가 증가한데다, 중국 정부의 자동차산업 육성 정책도 효과적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국 정부는 자동차 기업 육성에 매년 10억 달러 이상을 투입하고 있고 향후 10년간 총 109억 달러를 지원한다는 계획을 발표할 만큼 적극적이다. 이에 자동차 부품 분야에서 중국 기업들의 미국 진출도 가속화하고 있다. 부족한 기술력은 적극적인 인수·합병(M&A)으로 채워가고 있다. 자동차 섀시 제조기업인 중국의 완샹그룹은 2012년 미국의 전기차 배터리 제조기업인 A123시스템스와 지난해 전기차 제조기업 피스커오토모티브를 차례로 인수하며 미국 시장 공략에 나섰다. 완샹그룹은 올해까지 전기차 관련 부품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내년까지 미국에서 전기차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자동차 유리를 만드는 푸야오유리공업그룹도 미국 제네럴모터스(GM)의 생산라인이 있던 미국 오하이오에서 약 2억 달러를 투자해 공장 건립에 나섰다. 이에 앞서 중국은 민간 자동차 기업인 지리그룹이 2010년 스웨덴 볼보자동차를 18억 달러에 인수해 활발히 세계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을 만큼 자동차산업에서 탄력을 받고 있어, 그 성장세가 미국 시장과 자동차 부품 분야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이미 기술력이 검증된 기업들을 인수해 그 기술력을 흡수하고 핵심적인 부품 생산과 수출로 잇는 전략이다. 그동안 주로 저가 부품을 애프터마켓에 수출하던 전략에서 벗어나, 강점인 가격 경쟁력과 막대한 자본력을 앞세워 선진 시장인 미국을 정공법으로 공략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 기업들은 이 같은 중국의 성장세에 주목하고 있지만, 중국 기업들이 당장에 위협이 될 만한 기술력을 갖추지는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기술집약적인 부품을 만드는 데 있어 아직 한국만한 노하우를 갖지 못했다”며 “중국 기업들로 인해 거래처를 뺏기거나 시장점유율이 줄어드는 등의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장기적 관점에서 중국의 약진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중국이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미국 진출에 나서면서 지금처럼 기술력까지 쌓는다면, 향후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태풍의 눈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KOTRA 관계자는 “중국은 오랫동안 품질 경쟁력 면에서 뒤처진다는 평을 들었지만 중국 기업들이 적극적인 M&A로 기술력 보강에 나서면서 약점을 보완하고 있다”며 “중국 기업들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한국 기업들로서는 끊임없는 기술력 향상과 품질 개선으로 (중국의) 저가 공세에 맞서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본에서의 계속된 선전을 위해서도 기술력 향상과 품질 개선은 필수다. 엔저 탓에 가격 경쟁력이 한층 떨어진 상태라 일본 바이어들의 반복적인 구매를 유지시키려면 더 많은 노력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일본은 M&A로 유럽 등지에서 승부수

전략적인 접근도 필요하다. 김현태 KOTRA 나고야무역관장은 “우리 자동차 부품의 대일 수출을 확대하려면 일본 자체로의 진출에만 집중하기보다 일본 완성차 기업의 해외 거점 진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실제 KOTRA 나고야무역관이 운영하는 해외 자동차 부품 공동사무소에 입주한 기업들은 동남아시아 내 일본 완성차 기업들의 공장에 납품하는 등의 우회적인 진출 전략으로 활로를 뚫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한국의 자동차 부품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4.3% 감소했다. 가전(-19.1%)이나 완성차(-6.2%)에 비해 선방하기는 했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한편 일본 자동차 부품 업계도 M&A 등으로 사업을 꾸준히 키우면서 한국과 중국의 협공에 맞서고 있다. 로버트보쉬에 이어 세계 2위 자동차 부품 제조기업(2013년 매출 기준)으로 꼽히는 일본 덴소는 유럽과 중동 진출을 본격화하기 위해 지난 1월 터키의 자동차 기업인 압둘라티프자밀과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이 기업의 자회사인 에어컨시스템 제조기업 디제이쿨 지분 50%를 인수하면서 최대주주가 된 것이다.

터키는 중동에서 가장 큰 자동차 부품 시장으로 꼽히는 동시에, 유럽으로 버스 등을 가장 많이 수출하는 나라다. 터키에서 사업을 강화해 유럽으로 수출되는 버스 등에 장착되는 부품 판매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덴소는 장기적으로 유럽에 비해 인건비가 저렴한 터키에 부품 생산라인을 만든 다음 이를 바탕으로 유럽의 자동차 기업들에 부품을 대량 판매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미국 테네시에서도 엔진 부품 등을 생산하는 공장을 확장하고 2016년 여름 가동하기로 결정했다. 한국의 선전과 중국의 맹공에 일본은 한시름을 놓을 틈이 없어 보인다.

- 이창균 기자 lee.changkyun@joins.com

애프터마켓(Aftermarket) : 기업이 소비자에게 제품을 판 다음 부품의 교체와 유지 및 보수, 설비 확장, 컨설팅 등을 해주는 서비스 시장.

[박스기사] 급변 예고된 국제 정세에 자동차 부품 향방은 - TPP 타결 일본엔 호재, 한국엔 악재일 듯

한국 자동차 부품 산업이 지난해엔 선방했지만, 올해를 지나 내년에는 쉽지 않은 길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 10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타결 소식이 전해지면서 자동차 부품 업계의 우려가 커졌다. 관세 철폐로 미국 시장에서 일본 기업과 경쟁하는 데 악영향이 있을 수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매년 대미 수출을 늘려온 국내 자동차 부품 업계이지만 관세 철폐로 일본 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강화되면 직접적으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했다. 이는 한국의 경우 TPP에 포함된 대부분의 국가와 자유무역협정(FTA)을 맺고 있어 추가로 얻어낼 실익이 없지만, 일본의 경우 그렇지 않은 데서 비롯된 우려다. 자동차 부품 산업에서 TPP 타결의 수혜자는 한국이 아닌 일본일 가능성이 현재까지는 크다.

그렇다면 지난 11월 30일 국회에서 비준된 한·중 FTA는 어떤 영향을 가져올까? 일단 자동차 품목이 양허 대상에서 제외됐기에 완성차 분야에서는 국내 업계에 미칠 영향이 크진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다만, 자동차 부품의 경우는 한·중 FTA가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한·중 FTA 체결로 차체부분품과 브레이크 부품, 점화용 와이어링 등의 자동차 부품 관세는 단계적으로 낮아지면서 10년 후 철폐될 예정이다. 일부 베어링, 일부 볼트·너트, 기어박스, 에어백, 클러치 등도 15년 후 무관세 대상이 된다. 이에 애프터서비스(AS)용으로 해당 부품을 중국에 수출하고 있는 한국 기업들이 단계적인 관세 혜택을 받게 될 전망이다. 최근 중국에서 AS용 부품 수요가 늘고 있는 것도 호재다.

물론 방심은 금물이다. 10~15년 후에는 해당 부품을 생산하는 한국 기업들이 거꾸로 한국에서 중국 기업들과 직접 경쟁해야 한다. 품질 경쟁력을 무섭게 키우고 있는 중국이라 10~15년이란 시간 동안 기술 격차가 크게 좁혀질 수 있다. 가격 경쟁력은 더 무섭다. 업계 일각에서는 향후 중국산 저가 부품의 대량 유입에 대비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품질 인증 등에 대한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314호 (2015.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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