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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 사업 재편 어디까지] 전광석화의 계열사·사업 정비 일단락 

건설사업 일원화, 전장사업부 신설 ... 삼성엔지니어링·중공업 재정비 과제 

조용탁 기자 cho.youngtag@joins.com

▎삼성그룹은 연말 인사에서 주력 기업군의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summary | 삼성그룹이 12월 8일과 9일 조직 개편안을 발표했다. 지금까지는 대형 사업군을 매각하거나 서로 합병하는 형식이었다. 이번엔 세부적인 조직 개편에 초점을 맞췄다. 중복 사업군을 정리하며 시너지 효과를 높였고, 신성장동력으로 키울 사업부에 힘을 실어줬다. 이 과정에서 그룹의 실질적인 지주회사인 삼성물산이 건설사업을 일원화했고, 삼성전자는 15년 만에 자동차 사업부를 신설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그룹의 경영 전반을 지휘한 지난 1년 6개여월 동안 삼성은 주력 기업군을 재편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화학사업 부문 매각 등 그룹 차원의 개편과 구조조정이 이어졌다. 2014년 7월 제일모직과 에버랜드를 합병했고, 11월엔 삼성토탈·삼성종합화학·삼성테크윈·삼성탈레스를 한화그룹에 매각했다. 2015년 5월엔 엘리엇과 소송전을 벌여가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성사시켰다. 7월엔 삼성SDI의 케미칼사업 부문과 삼성정밀화학, 삼성BP화학 등 화학 계열사를 롯데그룹에 매각하는 제2의 빅딜을 단행했다. 삼성SDI는 보유했던 삼성정밀화학 지분 14.65% 전량을,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삼성전기, 호텔신라도 보유 중인 삼성정밀화학 지분 16.48% 전량을 롯데 측에 각각 매각키로 했다. 두 번의 빅딜을 거쳐 삼성은 화학사업을 모두 정리했다.

계열사 재편에 이어 사업 정비


주력 계열사를 재편한 삼성은 세부적인 사업 개편에 들어갔다. 그룹의 두 기둥으로 자리 잡은 삼성물산과 삼성전자의 사업 부서를 재배치하며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12월에 발표한 조직 개편에서 삼성은 그동안 합병한 조직간 시너지 효과를 높이고, 신성장동력을 이끌어갈 부서에 힘을 실어줬다.

이번 조직 개편의 하이라이트는 삼성전자의 전장사업부 신설이다. 15년 만에 다시 삼성에 자동차 사업 부서가 들어선 것이다. 자동차 전장사업팀은 자율 주행 자동차에 들어가는 각종 디스플레이와 전자부품, 배터리와 모터를 개발할 예정이다. 당분간 전장부품 개발·생산에 집중하지만, 꾸준히 기술력을 키워 다가올 스마트카 시대를 대비한다는 포석이다. 전장사업팀은 박종환 전 생활가전C&M팀장이 이끈다.

삼성전자의 약점으로 지적돼온 소프트웨어 역량을 강화할 포석도 마련했다. 기존 무선개발실을 1실과 2실로 나눠 각각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하드웨어와 기구 등을 전담 개발하도록 업무를 분담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전체적인 연구·개발(R&D) 역량 강화와 함께 하드웨어에 비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소프트웨어 개발 역량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반 마련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유통채널 강화를 위해 각 주력 사업부별로 온라인 전담 조직도 새로 구축했다.

삼성물산은 이번 조직 개편을 통해 건설사업부를 일원화했다. 옛 제일모직 건설 부문은 삼성물산 건설 부문으로 이관하고, 건설사업을 떼낸 리조트 부문은 1개 사업부, 2개팀 체제로 운영한다. 중복 사업을 정리하고 핵심 경쟁력 강화 및 시너지 효과를 제고하기 위한 조치다. 삼성물산 건설 부문 통합 작업은 옛 제일모직-옛 삼성물산 합병 직후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사업이 중첩된데다, 정체 상태라 그룹 차원의 정리가 필요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사업부문별 핵심 경쟁력 강화와 시너지 효과 창출, 신성장동력 확보를 통한 장기 성장 기반 구축을 위해 4개 부문의 조직 개편을 완료했다”고 설명했다.

삼성물산 패션 부문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이서현 사장이 제일기획 경영전략담당 사장 자리를 내놓고 삼성물산 패션 부문장(사장)을 단독으로 맡았다. 삼성물산 상사 부문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패션 부문이 적극 활용해 해외 진출에 속도를 올릴 전망이다. 상사 부문에선 중남미 담당이 새로 생겼다. 상사의 글로벌 섬유·식량사업 확대를 위한 포석이다. 각 부문간 협력을 위해 최고경영자들이 직접 참여하는 시너지협의회도 운영해 전사 지원 기능을 강화한다.

삼성물산은 바이오 분야에도 투자를 늘린다. 삼성물산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51%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연구개발을 담당하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최대주주다. 12월 고한승 사장이 취임해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이끈다.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인천 송도에 8500억원을 투입해 2018년까지 대규모 생산능력을 갖춘 바이오의약품 공장을 짓는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국내 기업 가운데 가장 많은 바이오시밀러를 개발 중이다.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이외의 계열사에선 대대적인 조직 개편은 없었다. 삼성SDS는 솔루션 분야를 강화할 사업 부문을 신설했다. 한국 시장을 넘어 글로벌 솔루션 시장 도전이 목표다. 롯데에 화학사업을 매각한 삼성SDI는 전기와 전자재료 중심으로 조직을 재정비 중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4월 이미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액정표시장치(LCD)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두 개의 주력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증권 등 금융 계열사에서 신설된 사업부나 눈에 띄는 조직 개편은 없었다. 현장 조직 지원을 강화해 영업력을 높이고 고객 만족도 개선하는 수준이었다.

이서현 사장이 패션부문 단독으로 맡아

업황 악화로 고전하고 있는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중공업을 어떻게 정리할지도 관심거리다. 삼성엔지니어링은 12월 7일 1조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면서 기존 주주의 미청약 분이 발생하면 이재용 부회장이 최대 3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유상증자를 꼭 성공시키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셈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은 해외에서 수주한 플랜트 사업이 부실해지며 자본잠식에 빠졌다. 재계에서는 삼성엔지니어링의 경영이 정상화되면 조직 개편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무산되긴 했지만 지난 9월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 시도가 있었고, 삼성물산과 겹치는 사업 부문이 있어 조직 개편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 조용탁 기자 cho.youngtag@joins.com

1315호 (2015.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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