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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는 어디로 | 중국] 경기 둔화돼도 ‘경착륙’은 없을 듯 

6%대 중후반 성장 전망... 급격한 침체 땐 한국 경제 치명타 


▎2016년 세계 경제를 좌우할 최대 변수는 중국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비롯한 주요국 지도자들이 2015년 11월 19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2016년 중국 경제는 최근 수년 동안 가장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이다.’ 중국 런민대 산하 국가발전전략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2015~2016년 중국 거시경제 전망 보고서’에 나오는 내용이다. 정정이 필요하다. ‘수년’이 아니다. 2016년 중국 경제는 걸프전쟁과 유가 폭락, 루블화 사태, 구 소련 해체 여파로 경제성장률 3.8%를 기록했던 1991년 이후 25년 만에 가장 힘든 해를 맞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지난 30년간 이어진 중국 고성장 시대가 막을 내렸음을 확인하는 해가 될 것이다.

25년 만에 가장 힘든 한 해 보낼 듯


국내외 경제전망 기관들이 제시한 2016년 중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대략 6.5% 안팎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6.5%를 제시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6.3%, 세계은행과 아시아개발은행(ADB)은 각각 6.7%를 전망했다. 또한 무디스는 6.3%, 이코노미스트인텔리전스유닛(EIU)은 6.4%, 우리나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6.4%를 제시했다. 현재까지 7% 이상을 전망한 곳은 홍콩계 투자은행인 HSBC(7.2%)가 유일하다.

중국 내에서도 6%대 성장을 기정 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외신에 따르면 중국 리커창 총리는 2015년 10월 말 중국공산당 간부 양성기관인 중앙당교 강연에서 “중국 경제가 앞으로 5년 동안 최소한 연 6.53% 성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리 총리는 2013년 말에는 “신규 취업자 1000만명을 위해서라도 (최소) 7.2% 성장률이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성장률 하한선’이 큰 폭으로 내려왔다는 얘기다. 또한 중국 정부가 이보다 앞선 9월 말 베이징에서 열린 제18차 중국공산당 5중전회에서 수립한 ‘13·5 규획(13차 5개년 개발 계획)’에서 밝힌 향후 5년간 성장 목표치는 평균 6.5%다.

국내외 모든 경제전망 기관은 ‘중국 경기 둔화’를 2016년 세계 경제 최대 리스크로 꼽는다. 그럴 만도 하다. 글로벌 경제에서 중국의 영향력은 막대하다. 중국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44개국의 최대 수출국이다. 또한 117개 나라의 상위 10대 수출 대상국에 중국이 포함돼 있다. 중국이 물건을 사주지 않으면 이들 나라가 모두 힘들어진다. 교역뿐 아니다. 중국의 투자를 오매불망 기다리는 개발도상국이나, 자본시장 동조성이 커진 선진국이나, 중국 위안화와 경쟁하는 모든 나라가 중국 경기 둔화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중국의 침체는 곧 세계의 침체다.

지난 30년간 서방 세계가 중국 경제를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봤던 점을 감안하더라도, 중국 고성장 시대의 종식은 사실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중요한 것은 ‘중국 경제가 어떤 경로를 걷느냐’ 하는 것이다. 크게 네 가지 시나리오가 있다. 첫째는, 중국 경제가 경착륙한 후 깊은 수렁에 빠지는 시나리오다. 둘째는, 경착륙 후 반등하면서 중고속 성장을 하는 경우다. 셋째는, 연착륙 후 6%대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가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별다른 쇼크 없이 고성장을 이어가는 시나리오다. 2016년은 중국 경제의 향방을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 어디로 향할 것인가?

우선, 최근 중국 상황부터 보자. 지난 수년간 중국 경제 활력이 떨어진 것은 분명하다. 고용 지표는 비교적 양호하지만 수출과 투자가 급격히 줄고, 소비 여력이 약화하면서 디플레이션 조짐도 보인다. 지방정부 부채와 그림자 금융, 부동산 버블, 과잉 설비, 과도한 기업 부채에 따른 연쇄 도산, 증시와 위안화 환율 급변동, 구조조정 지연 등 내부 리스크도 여전하다. 2014년 말 이후 중국 정부가 재정 완화 정책을 펴고, 금리를 수 차례 내린 이유다. 또한 최근 잇따라 달러 대비 위안화 절하에 나서고, 향후 위안화 환율을 13개 주요 무역상대국 통화에 연동하는 통화바스켓을 통해 관리하겠다고 밝힌 것 역시 중국 정부가 현 상황을 얼마나 심각하게 인식하는지 보여준다.

이런 상황을 어떻게 봐야 할까? 보는 관점에 따라 해석은 달라진다. 먼저, 중국의 경제 체력과 잠재성장률 자체가 하락했다는 주장이 있다. 중국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얘기다. 또 하나는, 최근의 경기 둔화는 중국이 경제·산업구조를 바꾸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시적이고 불가피한 현상이라는 것이다. 또한 세계 국내총생산(GDP) 2위인 중국에 여전히 7% 이상의 고성장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는 시각도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중국의 성장 둔화는 불가피하다. 그렇다고 급격히 4~5% 저성장 국면으로 들어가는 시나리오는 실현 가능성이 작다. 현재로서는 경착륙 후 반등 또는 연착륙 후 중고속 성장 시대로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는다. 두 가지 시나리오 중에서는 후자 쪽에 무게가 실린다. 그동안 중국 지도부는 누차 ‘신창타이(뉴노멀)’를 주창해왔다. 그리고 그에 맞는 개혁 정책을 펴왔다. 이 과정에서 경기 둔화가 따랐고, 경우에 따라 경기가 급랭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중국은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정책 카드가 많다. 세계 최대 규모의 외환 보유액이 있고, 금리와 지급준비율 인하, 위안화 추가 절하 같은 통화정책 여력이 충분하다. 또한 미국이나 일본식 대규모 양적 완화 정책으로 경기를 부양시킬 능력도 있다. 세계 교역량 감소로 중국 역시 수출입 시장이 부진하지만, 중국은 이를 내수·투자로 상쇄할 수 있다. 이미 중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소비와 서비스업 비중이 커졌고, 중국의 장기 전략인 도시화율도 매년 1%포인트씩 오르고 있다. 자본시장 개방도가 낮다는 점도, 만약의 사태 때 후폭풍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여건이 된다. 2016년은 ‘13차 5개년 규획(2016~2020년)’이 시작되는 첫 해라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중국은 지난 12차례의 5개년 개발 계획이 시작되는 첫 해와 둘째 해에 투자를 집중했던 전력이 있다.

경기 급변동에 대응할 수단 많아

문제는 한국이다. 무디스는 ‘2015~2017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한국이 중국 등 신흥국 성장 둔화에 가장 취약하다’고 밝혔다. 상품 수출의 60%가 신흥시장에 집중돼 있고, GDP의 50%를 신흥시장에 의존하고 있다는 이유다. 이미 중국발 위기는 한국 경제를 짓누르고 있다. 우리 수출의 25%를 차지하는 중국이 수입문을 서서히 닫으면서 2015년 한국 수출은 최악의 성적을 거뒀다. 중국이 기침만 해도 한국은 독감에 걸린다. 최근 한국 제조 대기업의 구조조정 한파는 환율 문제도 있지만, 중국의 기술력 확대와 과잉 공급이 낳은 결과다. 더욱이 중국 정부가 산업 구조조정 고삐를 바짝 죄고 있어, 중국 의존도가 큰 한국 기업은 2016년 큰 어려움에 부딪힐 것으로 보인다. 만약, 중국이 위안화 추가 절하에 나선다면, 대중국 수출은 물론, 제3국에서 중국과 경합하는 기업은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서 2016년 ‘중국의 수출 감소→재고 증가로 인하 투자 감소→한국 등 제3국으로부터의 수입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심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김태윤 기자 kim.taeyun@joins.com

1317호 (2016.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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