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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는 어디로 | 유럽연합] ‘탈(脫) EU 논란’ 경제 회복 조짐에 찬물 

영국의 유로존 이탈 본격 논의될 듯... 독일 경제도 하방 압력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2017년 말까지 브렉시트 국민투표 실시’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지난 수 년간 세계 경제의 골칫거리였던 유로존 경제는 올해에 이어 2016년에도 소폭 회복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외 경제전망 기관들이 내다보는 유로존 경제성장률은 2015년 1.6% 안팎, 2016년 1.8% 안팎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상대적으로 호황이던 2001~2005년 평균치(1.5%)보다 높은 수치다. 그렇다고 유로존에 훈풍이 불 것 같지는 않다. 리스크가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2016년 유로존 경제의 5대 리스크 요인과 전망’에 따르면, 유로존은 2016년에도 디플레이션 상태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유로존 역내 불균형도 다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그리스·이탈리아·포르투갈 등 일부 국가에서 부채·재정위기가 재발할 수도 있다. 유로존의 버팀목 독일 경제도 하방 압력을 받고 있다. 특히, 독일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폴크스바겐의 배기가스 조작 파문이 어떻게 수습되느냐가 관전 포인트다.

그렉시트 이어 브렉시트


무엇보다 가장 큰 리스크는 ‘탈(脫) 유럽연합(EU)·유로존 물결’과 ‘난민·테러 등 정치·지정학적 위협’이다.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그렉시트) 논란은 일단 수면 아래로 내려갔다. 유로존이 마련해 놓은 다양한 유동성 지원 조치 역시 주변국으로 경제적 전염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이미 다른 나라로 튄 불똥까지 진화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른바 정치적 전염이다. 우리금융 경영연구소 송경희 수석연구원은 “유로존이 마련해온 다양한 예방 조치 덕에 금융 불안이 주변국으로 감염되진 않더라도 긴축 완화 요구가 확산되는 등 정치적 감염까지 차단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탈퇴 회원국 증가에 따른 유로존 붕괴 우려는 현재로서는 파급효과를 정확히 가늠할 수 없다는 점에서 당분간 계속 금융시장 교란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대표적인 것이 영국의 EU 탈퇴를 의미하는 ‘브렉시트’ 우려다. 영국 총선 결과 보수당이 재집권에 성공하면서 공약으로 내건 브렉시트가 현실화될 가능성 역시 커지는 상황이다. 앞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2017년 말까지 브렉시트 국민투표 실시’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유럽 경제위기 이후 다른 EU 국가에서 영국으로 넘어온 이주자가 늘면서 실업자가 급증했고, 다른 이민자의 복지 부담까지 떠안은 영국인들의 반(反) EU 정서가 높아진 데 따른 것이다.

국민투표가 예고된 2017년은 프랑스 대선과 독일 총선이 있는 해다. 영국으로서는 경제의 불확실성 우려가 장기간 지속되고, 타 유럽 국가의 정치적 이슈와 얽히는 것을 막기 위해 국민투표를 조기에 실시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캐머런 총리는 2015년 11월 EU에 단일시장을 유지하면서도 회원국의 자율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요구사항을 공개했다. 캐머런 총리는 “협상 결과에 따라 영국의 잔류가 결정될 것”이라며 EU를 압박했다. 영국이 주장한 자율권 가운데는 EU 출신 이민자에 대한 복지혜택 제한을 요구하는 등 민감한 사안이 포함돼 협상이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영국 경제연구소들은 브렉시트가 현실화될 경우 국내총생산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다. 영국뿐 아니라 아일랜드·룩셈부르크·벨기에·스웨덴 등에도 큰 타격을 입히고 기타 EU 국가들에게도 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일단 브렉시트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국가는 당사자인 영국이다. 독일 싱크탱크 베르텔스만재단의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브렉시트 후 영국의 GDP는 2030년까지 0.6%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영국의 최대 교역 상대국인 아일랜드는 최소 0.8%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영국이 EU와 교역협상에 실패할 경우에는 아일랜드 경제가 2.7% 마이너스 성장한다고 베르텔스만은 우려했다. 영국은 GDP 감소폭이 최대 14%에 이를 수도 있다고 보고서는 경고했다.

이와 달리 브렉시트로 영국이 취할 수 있는 경제적 이득은 한 해 80억(약 14조1300억원)~200억 파운드(약 35조3000억원) 수준인 EU 부담금을 더 이상 내지 않아도 된다는 정도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런던정치경제대학 경제성과연구소(CEP)는 브렉시트에 따른 경제적 손실이 GDP의 최대 9.5%에 이르러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손실을 웃돌 것으로 추산했다. 더구나 유럽은 한 해 600억 달러(약 69조4000억원) 규모의 영국 금융서비스 수출 최대 시장이어서 유럽을 탈퇴하는 게 금융 산업에도 부정적일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영국이 브렉시트를 감행한다면 영국의 신용등급이 한 등급 강등될 수 있다”며 “탈퇴 결정 후 EU와의 관계가 나빠지면 강등 단계가 두 배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손익계산을 놓고 봤을 때, 영국이 EU를 탈퇴할 가능성은 작다. 유럽위원회(EC)는 2015년 11월 발표한 3개년 유럽 경제에 관한 전망 보고서에서 영국이 EU 회원국으로 남을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EC는 2015년 EU 28개 회원국 국내총생산(GDP)성장률을 1.9%, 2016년는 2.0%, 2017년은 2.1%로 전망했다. 또 유로존 19개국 올해 성장률을 1.6%, 2016년 1.8%, 2017년에는 1.9%로 내다보며 완만한 상승세를 기대했다.

실질적인 탈퇴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작아 보이지만 그렉시트·브렉시트가 논의되는 것만으로도 EU 회원국에는 부담이다. 이를 입증하듯 핀란드에서도 최근 유로존 이탈 가능성이 제기됐다. 핀란드 의회에서 ‘픽시트’가 공론화하게 된 건 국민청원에 따른 것이다. 핀란드의 유로존 이탈 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치자는 이 청원에는 이미 5만명 이상이 서명해 정식 요건을 갖췄다. 핀란드 의회가 이를 승인하면 국민투표를 치를 수 있다. 이번 핀란드 사태는 그렉시트·브렉시트가 유로존 회원국의 연쇄 탈퇴를 불러올 수 있는 위험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탈퇴 후폭풍, 한국 경제에도 큰 짐

유로존 회원국의 탈퇴 논란이 한국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탈퇴 자체보다 유럽의 혼란이 향후 국제금융 질서에 가져올 영향을 주시해야 한다. 한국경제 연구원은 그렉시트 발발로 국제금융시장의 혼란이 지속될 경우 한국 경제의 실질경제성장률은 충격 1년 후 1.7~2.7%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16.5~26.5%까지 떨어질 수 있으며 해외자본유출 역시 GDP 대비 1%(약 14조원) 내외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만약 2010년 그리스 1차 재정위기 수준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흔들리면, 최악의 경우 소폭 개선을 예상하는 2016년 성장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장기 저성장이 고착화될 수 있다. 김성훈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지난 구제금융기간 동안 유럽민간은행들의 그리스 채권이 ECB·IMF 등으로 바뀌면서 공적화돼 시스템 리스크는 1차 금융위기 때보다 작을 것”이라면서도 “그렉시트가 유로존이라는 거대한 실험의 실패를 의미하는 만큼 그 잠재적 파급력을 결코 과소평가해선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허정연 기자 hur.jungyeon@joins.com

1317호 (2016.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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