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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는 어디로 | 지정학적 리스크] 테러·난민·민족주의 리스크 확산 

IS의 세력 확산, 유럽 민족주의 등 사방이 화약고 … 미국 대선도 변수 


“미래 위기는 아무도 예상할 수 없지만 어느 지역에서 터질 것인지는 생각해 볼 수 있다. 분쟁은 항상 일단락된 것처럼 보이지만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 마이클 클라크 로얄유나이티드서비스재단 총재의 말이다. 지정학적 리스크를 두고 한 말이다. 현재 가장 불안한 곳은 중동과 유럽이다. 무디스는 2016년 세계 경제를 위협할 4가지 리스크를 선정하면서 중동의 지정학적 불안감과 이에 따른 난민 문제가 세계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예상했다. 내전을 피해 유럽으로 밀려든 시리아 난민이 75만명을 넘어서면서 그 여파는 중동과 유럽을 넘어 전 세계로 퍼지고 있다. 독일 IFO경제연구소는 “독일이 난민 관리비용으로 올해만 211억 유로(약 25조9000억원)를 써야 하며 이는 정부가 올해 예산으로 책정한 100억 유로의 2배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유럽 각국 정부의 재정 부담이 경기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테러 공포가 경제 심리 짓눌러

더 큰 불안 요소는 이슬람국가(IS)의 테러다. 테러는 말 그대로 공포심을 조장한다. 불안과 공포는 경제의 적이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인 앤드류 로스 소킨은 “테러로 인한 경제적 비용은 금융시장이 받는 충격을 훨씬 능가하는 수준”이라고 경고했다. 금융시장의 비교적 차분한 반응은 테러리즘으로 인한 진정한 비용을 착각하게 하고 더 중요하게는 파리 테러의 잠재적 비용을 과소평가하게 한다는 우려다. 과거 테러로 발생한 비용이 실제로 성장률을 끌어올렸다는 분석도 있지만, 이것이 비생산적 종류의 지출이라는 것이 문제다. 로스 소킨은 “테러의 공포가 이미 확산된 가운데 추가 테러는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행히 추가 테러가 발생하지 않더라도, 불안은 시장을 맴돌 수 있다.

테러의 여파는 다양한 각도로 예상이 가능하다. 단적으로는 테러 대상 지역에서 사업을 하는 기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원유 생산에 영향을 미쳐 단기적인 유가 상승이나 교역량 감소에 따른 세계 경제의 침체도 유발할 수 있다. 도·감청 논쟁이 재점화하면서 IT기업에도 파장이 올 수 있다. 또 투자은행 에버코어의 리서치 사업부인 에버코어 ISI는 ‘파리 테러로 독일 내에서 앙겔라 메르켈 총리를 향한 정치적 지지가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경우 유로존에서 그리스의 탈퇴를 주장하는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이 메르켈 총리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유럽 내 민족주의의 확산과 분리·독립 운동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우크라이나 내전과 이에 따른 러시아 루블화의 위기는 소강상태로 접어들었지만, 러시아의 지원을 받은 동부 반군과 정부군의 교전이 산발적으로 계속되는 등 위기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따라서 러시아의 경제 불안도 언제든 재발할 여지가 있다. 스페인에서는 북동부 카탈루냐주 의회가 독립 선언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스페인 중앙정부는 절대 불가를 선언했지만 지난 지방선거에서 과반수를 획득한 분리 독립 세력은 2017년 독립을 목표로 절차를 밟아나간다는 계획이다. 카탈루냐는 스페인 국내총생산(GDP)의 20%를 차지하고 있다. 1인당 GDP도 2만8740유로로 스페인 전체 평균보다도 2000유로 이상 높다. EU는 독립 카탈루냐의 가입을 허가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이를 감수하고 독립을 추진할 경우 카탈루냐의 유로존 탈퇴로 인한 후폭풍이 닥칠 수 있다. 이 밖에도 스페인 바스크, 벨기에 플랑드르에서도 독립을 추진 중이다. 영국 스코틀랜드의 독립은 2014년 국민투표에서 부결됐지만, 스코틀랜드 내 독립주의자들의 영향력은 아직 강하다.

미국 대선도 주요 변수 중 하나다. 미국은 2016년 말 새 대통령을 뽑는다. 보통 미국 대선이 있는 해에는 미국 증시가 부진한 흐름을 보여왔다. 정권 교체 우려가 있을 경우 변동성이 확대되는 경향이 있다. 미국 대선을 앞두고 내년부터 민주·공화 양당의 선거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미국이 직접 세계 분쟁을 막고 질서를 회복하려는 의지가 많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도 리스크 요인으로 꼽힌다. 다만, 안기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대선 후보들이 민주당과 공화당을 막론하고 소득불균형 해소에 주목하고 있다”며 “조세제도와 최저임금 인상 등 정책 변화가 일어나면 소비증가 효과 제고로 신흥국 수출 확대에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남중국해 둘러싼 미·중 갈등 이어질 듯

미국 대선과 맞물려 동아시아의 지정학적 위험은 새롭게, 또는 더 위험한 방식으로 전개될 수 있다. 미국은 자신들과 더 가까이하려는 국가들 사이에서 더 큰 역할을 원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본은 최근 중국의 부상을 경계하는 미국에 밀착해 미·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자위대의 활동 범위를 전 세계로 넓히는 등 ‘중국 포위’의 첨병으로 나서고 있다. 일본 아베 정권은 안으로는 아베노믹스로 일본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었지만, 과거사 반성을 부정하는 우익 노선을 추진하면서 한국·중국과 마찰을 빚고 있다. 중국은 한국 경제의 최대 시장이고, 일본은 경쟁 상대다. 이들과의 마찰은 경제에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

화약만 쌓여 있는 게 아니다. 눈에 보이는 방아쇠가 불안감을 더 키운다.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영유권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갈등도 날로 고조되고 있다. G2는 이미 중국이 남중국해에 건설 중인 인공섬을 두고 신경전을 벌인 바 있다. 미국은 국제법상 항행의 자유를 주장하고 있고, 중국은 영유권 침해라고 맞서고 있다. 남중국해를 놓고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당사국인 필리핀·베트남·말레이시아·대만·브루나이는 미국의 적극적인 개입을 환영하고 있다. 동중국해에서 중국과 치열한 영유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일본도 역시 적극 미국을 지지하고 있다. G2 경제에 크게 의존하는 한국은 양쪽의 눈치를 보는 입장이다. 중국과 동남아 국가의 마찰이 동서양 간 교역이 집중된 항로를 중심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은 적잖은 리스크다. 또 이로 인해 신흥국 경제가 타격을 입을 경우 한국 경제 역시 그 여파를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 함승민 기자 ham.seungmin@joins.com

1317호 (2016.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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