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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는 어디로 | 경제성장률] 떨어진 잠재성장률(3~3.2%) 달성도 버거워 

대다수 연구기관·금융회사 2%대 중후반 전망... 단기 부양보다 구조개혁 힘써야 


▎신임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에 지명된 새누리당 유일호 의원은 “박근혜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를 유지해가겠다”며 “구조개혁 문제를 포함해 수많은 현안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최근 우리나라 잠재성장률 추정치(2015~2018년)를 발표했다. 3~3.2%다. 잠재성장률은 인플레이션 등 부작용 없이 한 나라의 경제가 최대 성장할 수 있는 수치다. 또한 한국은행은 향후 3년 동안(2016~2018년) 달성해야 하는 물가안정 목표를 연 2%로 정했다. 2013~2015년 목표치는 2.5~3.5%였다. 저성장·저물가 시대의 고착을 중앙은행이 직접 시인한 셈이다.

2015년 한국은 경제성장률 3% 달성에 실패했다. 2016년 전망도 밝지 않다. 늘 그랬듯이 정부 전망이 가장 낙관적이다. 정부는 최근 발표한 ‘2016년 경제정책방향’에서 2016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1%로 제시했다.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이 제시한 전망치는 각각 3.1%, 3.2%다. 국내외 민간 경제전망 기관은 이보다 더 어둡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8%, 한국경제연구원은 2.6%, LG경제연구원은 2.5%를 전망했다. 국내 증권사들도 대체로 2%대 성장을 전망한다. 삼성증권과 현대증권은 2.9%, NH투자증권은 2.6%, 한국투자증권도 2.5%로 봤다. 외국계 투자은행(IB) 전망은 더 암울하다. 노무라는 2.5%, 모건스탠리와 씨티그룹, UBS는 모두 2.4% 성장을 내다봤다. 무디스의 스테펜 딕 부사장은 “한국의 수출 기여도는 점점 줄어들어 마이너스까지 갈 수 있다”고 전제하면서 “중국 경제성장 둔화와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반영해보면 한국은 2016년 2.5%, 2017년 2.8%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망치는 서로 다르지만 한국 경제를 바라보는 시선은 대체로 비슷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이유를 들면서 높은 수준의 가계부채를 문제로 꼽았다. 가계부채가 민간소비에 부담으로 작용할 거란 예상에서다. 대외 여건도 좋지 않다고 봤다. 중국 경기 둔화와 신흥국 수요 감소가 이어지고 있고 원화 강세로 수출 부진도 지속될 거란 얘기다. OECD는 한국 정부에 경기회복을 위해 추가 재정을 투입하는 등의 적극적인 통화정책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떨어진 잠재성장률을 높이고 노동인구 감소에 대비해 여성들이 더 활발하게 경제활동에 나설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불어난 가계부채가 시한폭탄


OECD의 지적처럼 잠재성장률이 떨어지는 것도 큰 걱정거리다. 대우증권은 2020년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2.3~2.8%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추정한다. 대우증권 측은 “한국 경제는 과거에 경험하지 못한 저성장에 직면해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투자증권의 박정우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의 중장기 잠재성장률이 2%대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래서인지 2017년도 전망도 그리 좋지 않다. 삼성증권은 2017년 성장률 전망치를 2016년(2.9%)보다 낮은 2.7%로 내다봤다. 대우증권도 2.8%(2016년)에 이어 2017년 2.6%로 전망했다. 한두 해 성장률이 저하되는 것이 아니라 3년 연속 추세적으로 성장률이 정체될 거란 얘기다. 삼성증권은 2017년에 노동가능 인구가 정점을 찍은 뒤 줄어들고 노동 자본 생산성이 둔화되는데다, 중국의 성장전략이 변화하고 있어 구조적인 수출 부진 가능성이 예상된다고 봤다.

미국도 중요한 변수다. 그동안 미국은 통화확장 정책으로 경기 침체를 억제해왔다. 달러를 풀어 경기를 부양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더 이상 미국 달러에 기댄 경기 부양도 어려워진다. 이에 따라 수출 부진이 가장 큰 난관이 돼 한국은 지속적인 저성장에 빠진다는 설명이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한국에 과거와 같은 성장 요인은 더 이상 없다고 봐야 한다”며 “장기 침체 리스크가 다가오고 있는데, 향후 5년 내에는 인구구조상의 변화 등으로 성장률이 1% 중반대로 주저앉을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이근태 수석연구위원은 “2016년에 2015년보다 나아질 요인이 없고 경기 사이클은 하향 국면”이라며 “세계적으로도 지속적으로 저성장이 이어져 생산활력이 떨어지고 있는데 이는 전 세계의 구조적 변화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물론 반론도 있다. 2016년에 3%대 성장률을 유지할 것으로 본 미래에셋증권과 신한금융투자는 2017년에도 각각 3.2%, 3.0%로 3%대 성장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2015년에만 2%대로 잠시 성장이 정체됐을 뿐 곧바로 3%대 성장률을 회복할 수 있을 거란 긍정적인 전망이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비슷한 의견이다. 홍준표 연구위원은 “저성장에 진입할 우려가 있지만 본격적인 2%대라고 말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며 “저성장 상황에서라도 선진국에 진입하면 좋겠지만, 그에 못 미쳐서 선진국-중진국 사이에 낀 채 성장이 멈춰버리면 문제가 심각해진다”고 분석했다.

잠재성장률 저하가 진짜 문제

숫자만 놓고 보면 2.9%나 3.1%는 크게 다른 전망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경제는 심리’다. 2%대냐 3%대냐 하는 논란은 경제 주체에 비교적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 민간연구소 연구 위원은 “한국은 성장률에 대단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편이어서 2%대 성장률이 경제 주체에 끼치는 영향력이 크다”며 “2016년 총선을 준비해야 하는 정부 여당 입장에선 경제 성과를 과장하고자 3%대 성장률을 지키는 것이 유리하고 최악의 상황에 예민하게 대비하려는 기업들은 최저점을 확인하려 전망치를 보수적으로 잡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외에도 다른 나라 정부나 공공기관도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은 뒤 실제 경기에 따라 하향 조정하는 방식을 쓰는 편이다. 성장을 독려하는 정책을 쓰기 위해 전망을 상향해서 잡아두고 성장률이 떨어지지 않게 정책을 추진해 나가려 하기 때문이다. 저성장 국면에 대응하려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내수를 키워야 한다. 현재 한국의 많은 기업은 몸집을 줄이고 미래 먹거리 사업을 찾아내려고 애쓰고 있다. 이근태 수석연구위원은 “이럴 땐 단순한 내수 부양 같은 단기 처방은 오히려 독이 된다”며 “장기적 처방으로 구조조정을 하고 경제 체질을 변화시켜 더 이상 성장률이 떨어지지 않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한다. 홍준표 연구위원은 “저성장에서 꾸준히 몸집을 키워 성장률과 무관하게 선진사회에 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위기의식을 가지고 큰 그림의 구조개혁과 혁신에 뛰어들어야 할 때”라고 말한다.

- 박상주 기자 park.sangjoo@joins.com

1317호 (2016.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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