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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30일 문을 연 온라인 보험수퍼마켓인 ‘보험다모아’에는 한 달 동안 20만 명이 넘게 다녀갔다. 하루 평균 6000여 명이 찾는 것이다. 보험다모아는 생명·손해보험협회가 공동 운영하는 온라인 보험비교사이트다. 보험다모아는 보험 소비자의 선택의 폭을 넓혀주고 보험료 부담을 줄일 목적으로 금융위원회가 추진해 만들었다. 보험다모아에서는 자동차보험·단독실손보험·여행자보험·연금보험·보장성보험·저축성보험 등 33개 생명·손해보험사에서 판매하는 230여 상품을 모아놨다.보험다모아 이용 방법은 간단하다. 홈페이지에 접속한 뒤 원하는 보험종류를 선택하면 된다. 가장 저렴한 자동차보험 상품을 찾고 싶다면 차종과 연령, 가입경력, 특약 등의 정보를 입력한다. 그 후 확인 버튼을 누르면 관련 상품이 최저 가격순으로 나열된다. 그중 원하는 상품을 클릭하면 해당 보험사의 사이트로 연결된다. 보험다모아 관계자는 “소비자가 보험에 가입할 때 보험설계사에 의존했지만 이곳에서는 자신이 원하는 상품을 비교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지난 한 달 동안 가장 큰 인기를 모은 상품은 자동차보험이었다. 자동차보험은 의무보험인데다 매년 갱신해야 하는 특성상 좀 더 저렴한 상품에 가입하려는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보험 개발원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 자동차보험 가입자는 전체 40%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자동차보험 가격은 보험 설계사를 통해 가입하는 오프라인 상품에 비해 약 10~15%가량 저렴하다.
자동차보험 가장 큰 인기보험다모아 등장 이후 소비자의 관심과 달리 업계 분위기는 냉랭하다. 보험설계사들은 생존권을 짓밟는다며 보험다모아의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회원수가 1만8000여 명에 달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보험설계사 모임인 ‘보사모(보험을 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원들은 오는 3월 보험다모아 폐지를 요구하는 단체 행동에 나설 계획이다. 시위에는 1000명의 보험설계사가 참여할 예정이다. 보사모 관계자는 “보험다모아는 보험산업 발전을 위해 힘써온 설계사를 배재한 정책”이라고 반발했다.온라인으로 보험에 가입하면 보험설계사 몫의 수수료나 판매 관리비 등을 줄일 수 있어 보험료가 내려간다. 특히 실손의료보험이나 자동차보험 등은 종신보험이나 보장성 보험에 비해 상품 내용이 단순해 온라인 보험 가입이 늘어나는 추세다. 이런 가운데 보험다모아까지 나온 것이다. 동부화재의 한 보험설계사는 “자동차보험은 계약해도 건당 수수료가 거의 없지만 고객과의 관계를 이어가는 수단”이라며 “온라인 상품이 활성화될수록 설계사들의 생존권은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이에 대해 보험다모다 측은 “보험다모아 방문자가 많다는 건 보험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는 얘기인 만큼 궁극적으로 보험설계사에게도 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보험 업계 관계자는 “모든 생명·손해보험사가 참여한 만큼 보험다모아에서 검색하는 보험상품의 신뢰도가 높아진다”며 “덩달아 그 상품을 판매하는 보험설계사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보험다모아에서 가장 치열한 격전지는 자동차보험이 될 전망이다. 삼성화재는 현재 온라인 자동차 보험시장에서 독보적인 1위다. 시장점유율 25%를 차지한다. 그동안 삼성화재에 밀렸던 KB손해보험과 메리츠화재, 롯데손해보험, 현대해상 등 손해보험사들도 온라인 전용 보험상품을 내놓고 추격을 시작했다. 올해부터 보험상품 가격 인상·인하의 걸림돌이었던 표준이율 제도가 폐지된 만큼 보험료 가격이 낮아질 수 있어서다. 보험다모아를 통해 11개 손보사의 자동차보험료를 비교해보면 평균적으로 삼성화재가 타사보다 저렴한 수준이긴 하지만, 가입 조건에 따라 KB손보를 비롯한 후발주자의 보험료가 가장 낮은 경우도 있다.그러나 일부 보험을 제외하고 소비자가 체감하는 효용성이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실손보험과 자동차보험은 상품이 비교적 단순해서 몇번의 정보 입력으로 비교가 가능하다”면서도 “보장성 보험이나 저축성 보험은 종류나 특약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정보 입력만으로 가격이나 상품 비교가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이렇다 보니 보험수퍼마켓도 ‘펀드슈퍼마켓’의 전철을 밟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당국은 지난 2014년 4월 40개의 자산운용사가 218억원을 출자해 펀드슈퍼마켓을 운영하는 ‘펀드온라인코리아’를 출범시켰다. 펀드슈퍼마켓은 자산운용사의 모든 펀드를 모아 온라인에서 상품을 비교할 뿐만 아니라 사고 팔 수 있게 만든 곳이다. 펀드슈퍼마켓은 출범 이후 은행이나 증권사에 가지 않아도 펀드에 가입할 수 있는 소비자의 편의성과 선택권을 강조했지만 실제로 효용성은 크지 않았다.
펀드슈퍼마켓 출범 이후 순손실 135억1월 6일 기준으로 펀드슈퍼마켓에서 1269개 펀드(공모주 기준)를 팔고 있다. 출범 이후 1월 6일까지 펀드 계좌 개설 수는 17만6998개, 펀드 잔액은 6129억원이다. 출범 당시 3년 안에 펀드 잔액 3조원을 달성하겠다고 공언했지만 목표 금액의 3분의 1도 못 미친다. 이와 달리 마케팅 등으로 비용 지출이 많았지만 수익을 내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펀드온라인코리아는 출범 이후 지난해 9월까지 135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결국 지난해 8월 160억원의 유상증자를 추진했다. 초대 대표인 차문현 대표는 유상증자 후 물러났다. 펀드슈퍼마켓 관계자는 “초기 단계라 소비자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고 펀드를 사고 파는 주고객이 상품의 이해도가 높은 소비자였다”며 “여기에 펀드 시장도 좋지 않아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러나 20년 전 펀드슈퍼마켓을 시작한 미국이나 호주 등과 비교했을 때 성장 속도가 늦지 않다”며 “지난해 판매가 종료된 소장펀드 가입률은 업계 1위였다”고 덧붙였다. A자산 운용사 관계자는 “펀드슈퍼마켓은 등장 이전부터 업계에서는 안착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며 “펀드 시장도 좋지 않다는 점도 작용했지만 소비자가 화면만 보고 펀드를 가입한다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이런 상황에 대해 보험다모아 관계자는 “보험다모아는 수익 창출이 아닌 정보 제공이 주요 목적이기 때문에 운영을 잘하면 소비자에게 좋은 정보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보험 수퍼마켓이 성공하려면 단순한 상품 진열 만이 아니라 전문 상담 서비스 등을 결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성희 기자 kim.sunghee@join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