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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으로 읽는 경제원리] 김진명作 [사드]의 ‘환율전쟁’ 

미·중 무역수지 갈등 둘러싼 환율 문제 다뤄 … 사드 배치 논란 2년 전 예견 

박병률 경향신문 기자

▎일러스트:중앙포토
소설가들의 세상은 뜬금없는 상상의 세계만은 아니다. 자신이 겪은 경험, 혹은 있음직한 일을 소재로 감칠맛나게 허구를 풀어나간다. 김진명의 소설 [사드]는 2년 전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의 한국 배치가 가져올 파장을 예견했다. 북한이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고, 한국이 개성공단 중단과 한·미 사드배치 협의를 들고 나오면서 사드는 이제 현실이 됐다.

소설 [사드]는 변호사 최어민의 시점으로 풀어나간다. 변호사가 된 지 3년이 넘도록 돈벌이를 하지 못하고 있는 최어민 변호사 앞에 첫번째 의뢰자가 나타난다. 세계은행 연구원인 리처드 김이다. 리처드 김은 최 변호사에게 요양원에 있는 자신의 어머니를 돌봐줄 것을 부탁하고 미국으로 떠나지만 얼마 후 뉴욕의 한 골목에서 의문의 살인을 당한다. 최 변호사는 리처드 김을 살해한 범인을 추적하기 위해 미국으로 떠난다. 뉴욕 경찰과 라운트리 변호사의 도움으로 하나씩 실마리를 풀어가던 최 변호사는 리처드 김의 죽음에 미사일방어체계(MD)가 연루돼 있다는 것을 알아낸다. 그리고 MD를 완성하기 위해서 미국이 한반도에 사드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MD의 적중률을 높이려면 중국이 미사일을 쏘는 초기 단계부터 추격이 가능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최어민은 사드 배치에 숨은 미국의 거대한 음모에 직면한다.

사드 배치에 숨은 미국의 거대한 음모

[사드]는 군사소설 같지만 실은 경제소설이다. 미·중 갈등의 본질을 환율전쟁에서 찾기 때문이다. 만성적인 무역적자에 허덕이는 미국, 그런 미국을 압박하는 중국 간 눈에 보이지 않는 힘겨루기가 있다. 리처드 김은 세계은행에서 ‘달러의 약세’를 연구한다. 달러가 약세를 보이는 것은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 때문이다. 낮은 인건비를 앞세운 중국의 수출품 공세에 미국은 맥을 못춘다. 중국은 엄청난 무역흑자를 남기며 달러를 축적하는 반면 미국은 달러를 찍어 적자를 충당한다. 달러가 마구 찍혀 시중에 나오니 달러는 약해진다. 쏠림은 언제가 사단이 난다. 2010년 서울서 열리는 G20. 리처드 김은 달러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미국과 중국에 제안을 한다. 환율을 이용해 무역수지를 조절하자는 것이다. “양국 정부는 미국 무역수지 적자의 기준점을 정해 달러 환율을 거기에 연동시킨다면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걸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준점보다 무역수지 적자가 늘어나면 달러화 환율은 자동으로 내려가는 시스템입니다. 적자가 줄어들 경우 역시 자동적으로 달러화 환율이 올라가도록 하면 미국은 무역수지 적자로 지나친 고통을 받을 일이 없어지고 국가의 안정성이 담보됩니다.”

환율이란 한 나라와 다른 나라 화폐의 교환비율이다. 똑같은 품질의 물건값이 어느 나라나 똑같다(일물일가)는 가정 하에 햄버거 한 개의 가격이 한국은 5000원, 미국은 5달러라면 1달러는 1000원이 된다. 1달러당 1000원으로 표기하는 것을 ‘자국통화표시법’이라고 한다. 달러당 엔, 달러당 위안 등 통상 달러 기준으로 많이 쓴다. 달러가 기축통화이기 때문이다. 이런 자국통화표시법에서는 원화가치가 상승하면 원·달러 환율은 내려간다. 1달러당 1000원에서 1달러당 500원이 되면 원화의 가치는 ‘올라’가지만 원·달러 환율은 ‘내려’간 것이 된다.

환율은 외환시장에서 결정된다. 외환시장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된다. 외환 수요가 많으면 원화의 가치가 올라가고, 적으면 원화의 가치가 떨어진다. 환율제도는 변동환율제도와 고정환율제도가 있다. 변동환율제도는 외환시장에서 자유롭게 환율이 결정되는 제도를 말한다. 고정환율제도는 한 나라의 중앙은행이 환율을 확정고시하는 제도다. 한국은 고정환율제도를 시행하다 1997년 외환위기 때 변동환율제로 바꾸었다. 한국은 외환에 대한 규제가 거의 없어 외국인들이 자본투자하기 쉬운 나라다. 대외경제가 어려울 때는 한국 시장에서 빠져나가기도 쉽다. 아시아의 현금인출기(ATM)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외환의 급속한 유·출입은 환율을 불안하게 만든다. 환율 변동 폭이 크면 기업들이 안정적으로 경영을 예측하기 힘들어진다.

환율은 수요과 공급에 따라 결정되니 예측하기가 쉬울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수요와 공급에 영향을 주는 요소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대외경기가 좋아 수출이 잘되면 달러가 많이 들어오기 때문에 원화의 가치가 올라간다. 환율이 내려간다는 의미다. 반대로 대외경기가 나빠 수출이 줄고 무역수지가 적자를 보이면 외환이 부족하기 때문에 원화 약세가 된다. 즉 환율이 올라간다. 금리도 환율에 큰 영향을 준다. 통상 금리가 오르면 환율은 떨어진다(원화 강세), 금리가 오르면 금리차를 노리고 해외 투자자들이 달러를 국내에 가져온다. 그러면 외환시장에 달러가 많아 달러 가치는 떨어지고 원화 가치는 오른다. 반대로 금리가 내리면 환율은 올라간다.

환율은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한국처럼 수출기업이 많은 나라에선 환율이 오르면(원화 약세) 주가가 오를 수 있다. 수출기업의 수익성이 좋아질 것이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가가 떨어질 수도 있다. 원화의 약세는 통상 경기 상황이 좋지 않을 때 발생한다. 앞으로의 경기상황이 나쁠 것이라는 부정적 시각이 먼저 퍼지면 주가는 떨어진다.

그동안 미국은 환율전쟁으로 많은 이득을 봐왔다. 대표적인 게 1985년 프라자합의다. 의도적으로 달러 약세, 엔화와 마르크는 강세로 만들었다. 지금은 유럽연합도, 일본도, 중국도 자국 통화의 절하에 나서고 있다. 자국의 통화를 절하시켜 옆나라의 경제를 어렵게 만드는 것을 ‘근린궁핍화(beggar my neighbour policy, 이웃나라 거지 만들기 정책)’라고 한다. 1930년 대공황 때 각국이 환율절하, 보호무역주의 등을 시행하면서 처음 언급됐다.

중국을 잃느냐 미국을 잃느냐

리처드 김의 제안은 미국이 무역수지 적자의 늪에서 빠져나오는 절묘한 수였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선지 미국은 거부한다. 미국은 달러의 약세를 진정시키는 게 목적이 아니라 달러를 강세로 대전환 시키려는 생각을 갖고 있었던 거다. 그 방법이 ‘1조 원짜리 평택딜’이다. 중국이 가진 미국 국채를 한순간에 휴지조각으로 만들고, 중국의 과잉 산업시설을 없애며 엄청난 배상금까지 받을 수 있는 방안. 그리고 단번에 달러 강세로 바꿀 수 있는 ‘신의 한 수’가 사드 한반도 배치에 숨어있었다.

김진명은 소설 [고구려]를 쓰다가 급히 집필을 미루고 이 소설을 썼다고 했다. 사드는 우리나라에 당장 닥친 문제이기 때문이다. 작가가 ‘작가의 말’을 통해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사드를) 받으면 중국을 잃고, 안 받으면 미국을 잃을 가능성이 있는 이 시점에서 우리의 선택은 과연 어떠해야 하는지를 독자들과 같이 생각해보고 싶다’는 것이다. 작가의 바람에도 2년이 그냥 흘러가버렸다. 판도라의 상자가 막 열리기 직전인데, 우리는 아직도 제대로 된 논의를 해보지 못한 상태다. 경제도 살리고, 안보도 살리는 솔로몬의 지혜는 없을까.

- 박병률 경향신문 기자

1325호 (2016.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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