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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의 리더 | 박래신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대표] “현재의 평가손익에 일희일비 말라” 

‘한국밸류10년투자’ 10년 누적 수익률 159%... 5년 이상 펀드 보유 고객 전체의 67% 

김성희 기자 kim.sunghee@joongang.co.kr

▎박래신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대표
지난 4월 25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는 550여명의 펀드 투자자가 한자리에 모였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이 창립 10주년을 기념해 만든 ‘10년투자! 토크콘서트’ 참석을 위해서다. 이날 참석한 투자자들은 이 회사가 10년 전 첫 출시한 펀드인 ‘한국밸류10년투자증권’에 가입한 고객들이다. 이들은 최소 5년 이상 투자하고 있는 장기 투자자다. 이 가운데 7명은 지난 2006년 4월 18일 펀드가 첫 출시된 날 가입해 10년 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박래신(60)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대표는 “이날 행사는 가치투자의 본질을 이해하고 지난 10년 간 우리를 믿고 투자해 준 고객에게 감사 인사를 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라고 말했다.

한국밸류10년투자 펀드는 가치투자에 10년 이상 투자할 고객을 모아 꾸준한 성과를 내보자라는 취지로 만들었다. 사실 10년 투자펀드라고 내세웠지만 10년 후에도 유지될 수 있을지 장담할 수는 없었다. 당시에는 가치투자가 낯설고 펀드의 장기 투자 문화가 정착되지 않아서다. 업계에서도 10년 투자가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한 반응이 엇갈렸다. 여기에 업계 최초로 3년 이내에 펀드를 환매할 경우 수수료를 부과한다는 내용은 매우 파격적이었다. 투자자에겐 부담스러웠지만 펀드 운용의 안정성이 확보돼야 가치투자를 이어갈 수 있다는 판단에 과감하게 결정을 내렸다.

10년 간 코스피 지수의 4배 수준 수익률

그렇게 10년이 흘렀다. 이 펀드의 누적 수익률은 159%다. 이 기간 코스피 지수는 41% 올랐다. 코스피 지수 대비 4배 수준의 수익을 낸 셈이다. 초기 펀드 설정액도 1038억원에서 10년 후인 4월 16일 기준 1조6000억원으로 늘며 초대형 펀드로 성장했다. 투자자들의 신뢰도 함께 커졌다. 실제로 가입된 3만 3000여 계좌 가운데 5년 이상 투자자가 전체 67.5%(2만2228 계좌)에 달한다. 한국투자자보호재단에 따르면 지난해 주식형 펀드에 5년 이상 투자한 경우는 평균 34.6%에 불과하다. 그렇게 가치투자 철학을 10년 동안 지켜오면서 한국투자밸류자산 운용은 국내 가치투자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했다. 한국투자증권을 거쳐 지난 2011년부터 회사를 이끌고 있는 박래신 대표를 4월 26일 서울 여의도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한국밸류10년증권을 비롯해 배당주에 투자하는 ‘한국밸류 10년투자배당’, 대형주와 중소형주에 투자하는 ‘한국밸류10년 밸런스’ 등의 펀드 이름을 보면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펀드 이름에 10년이 들어간다는 점이다. 10년의 의미는 장기 투자할 고객만 모으겠다는 얘기다. 사실 이 회사의 목표는 ‘예금 금리 이상의 수익’을 내는 것이다. 수익성보다는 안정성에 무게를 둔다. 박 대표는 “당장 얼마의 수익을 낼 것이냐가 아니라 내 돈을 얼마나 잘 지켜나갈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며 “원칙을 지켜가면서 손실을 최소화하는 쪽을 택하면 수익률은 자연히 따라온다”고 말했다. 한국밸류10년증권 펀드가 꾸준한 수익을 낼 수 있었던 비결도 진짜 가치투자를 했기 때문이다. 일례로 펀드 투자 종목 가운데 동아타이어는 펀드 설정 때부터 현재까지 담고 있다. 이 종목은 10년 전 70억원 수준이던 영업이익이 지난해 말 850억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주가도 6000원대에서 2만8000원으로 올랐다. 유진테크도 주당 500원 안팎에 매입해 8년 후 2만원 대에 팔았다. 그는 “이처럼 가치투자로 수익을 내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는 특성상 짧은 시간에 고수익을 얻으려고 하는 투자자에겐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단기만 끊어서 보면 이 펀드의 수익률도 좋지 않을 때가 있다. 예컨대 지난 1년 간 코스피 지수가 하락하면서 이 펀드 수익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4월 26일 기준으로 한국밸류10년증권투자 펀드의 최근 1년 수익률은 -7%다. 한국밸류10년밸런스 펀드의 1년 수익률도 -10%다. 박 대표는 “증시 조정기에는 당연히 수익률이 나빠질 수밖에 없는데 투자자들은 단순히 마이너스 수익만 생각하고 불안해 한다”며 “너무 단기적으로 보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박 대표가 한국투자증권 지점장 시절이었다. 한 고객이 현대제철 주식을 샀는데 주가가 투자했을 때보다 20% 하락했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그때 박 대표는 고객에게 한마디를 건넸다. “고객이 산 현대제철 주식 5000주는 그대로 있는데 무슨 문제냐”고 말이다. 그는 “주식이나 펀드를 투자할 때 시장 변동성에 따라 가격은 계속 움직인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팔았을 때 얼마만큼의 수익을 내는지인데, 투자자들은 단순히 현재 평가손익에 대한 생각만 한다”고 말했다.

마이너스 수익으로 펀드 환매가 이어지고 것에 대해서도 안타까워했다. 지난 2011년 2200선을 넘어섰던 코스피 지수는 5년 후 2000선으로 후퇴했다. 5년 전에 투자했다면 평가 시점에서 지금은 손실이 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박 대표는 “5년 간 박스권에 있었지만 주식시장에 대해 확신이 있다면 오히려 지금이 투자할 기회”라며 “명품이 30% 세일한다고 하면 기분 좋게 사면서 왜 증시가 흔들릴 때는 투자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잘할 수 있단 확신 들 때 해외 펀드 출시”

최근 국내 펀드시장에서 환매한 돈이 해외 시장으로 몰리는 것에 대해서는 우려감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해 미국이나 일본 등의 경제 상황이 나아지긴 했지만 아직까지 저평가된 국내 시장이 훨씬 투자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예컨대 브라질 채권에 투자한 투자자에게 브라질 인구가 몇 명인지,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얼마였는지를 물어보면 대답 못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라며 “그 나라에 대해 아는 게 없는데 과거 높은 수익률을 보고 무턱대고 투자한다는 것은 실패 확률만 높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이 회사가 해외 펀드를 출시하지 않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채원 부사장과 직원들은 지난 3년 동안 지리적·문화적 여건이 비슷한 중국과 일본 등을 중심으로 400개 가까운 해외 기업을 탐방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해외 펀드에 확신을 갖지 못해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박 대표는 “잘할 수 없으면 하지 않는 게 투자자들을 위해 좋다”며 “한국과 마찬가지로 해외 시장에서도 꾸준한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는 확신이 들 때 해외 펀드를 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김성희 기자 kim.sunghee@joongang.co.kr

1333호 (2016.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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