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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틀대는 아파트 분양권 시장] 위례·미사 웃돈 한달 새 3000만~5000만원↑ 

거래 늘고 가격도 강세 … 정확한 시세 없어 주의해야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하늘에서 바라본 경기도 하남시 미사강변도시 공사 현장. 최근 이곳 아파트 분양권 웃돈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 사진:중앙포토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는 물론 서울·수도권 위례신도시, 경기도 하남시 미사강변도시 등 수도권 공공택지의 분양권 시장이 긴 겨울잠에서 깨어나고 있다. 주택시장이 활기를 띠던 지난해까지만 해도 1억~2억원대의 웃돈(프리미엄)이 붙을 정도로 인기를 이어가던 이들 지역은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와 미국의 금리 인상 등의 여파로 거래가 뚝 끊기면서 가격도 크게 내렸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지난해 가을 고점의 80~90% 선까지 회복했다. 현지 공인중개업소들은 “시장이 확 살아났다고 보기엔 이른 감이 있지만 조금씩 꾸준히 매수세가 늘고 있다”고 설명한다.

서울·수도권 분양권 거래 급증


3월 서울 아파트 분양권과 입주권 거래량은 최근 10개월 만에 가장 많았다. 기존 아파트 시장이 둔화하자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분양권 시장에 수요가 몰리고 있는 것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3월 서울 아파트 분양권·입주권 거래량은 879건으로 지난해 5월(1029건) 이후 가장 많았다. 전달(568건)은 물론 주택시장 활황세였던 지난해 3월(616건)보다도 40% 이상 늘어났다. 서울 21개 구 중 19개 구에서 분양권·입주권 거래량이 전달보다 증가했다. 한강 이남 지역에서는 마곡지구를 낀 강서구(196건), 위례신도시를 낀 송파구(61건)의 거래량이 많았다. 마곡지구에선 2월 전매제한이 풀린 마곡힐스테이트마스터에서만 180가구가 손바꿈됐다. 강북권에서는 성동구(103건)·서대문구(82건) 등 도심에서 가까운 지역을 중심으로 분양권 거래가 활발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통근 여건이 좋고 한강 조망이 가능한 재개발 단지에는 1억원 안팎의 웃돈이 붙어 거래됐다는 게 지역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수도권도 마찬가지다. 부동산리서치업체인 리얼투데이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 1분기 경기도 아파트 분양권 거래량은 총 682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 이상 늘었다. 이 중 동탄2신도시가 위치한 화성시가 987건으로 가장 많았고 김포시 799건, 수원시 761건으로 뒤를 이었다. 화성과 김포 두 지역의 분양권 거래 건수만 1786건으로 경기도 아파트 분양권 거래 10건 중 2건 이상이 이곳에서 이뤄졌다. 분양권 거래가 잦았던 곳은 최근 1∼2년 새 아파트 분양이 집중된 대규모 공공택지가 있는 지역이다. 특히 화성·김포에서 거래된 분양권 중 85㎡(이하 전용면적) 이하 아파트 거래가 1594건으로 거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거래량이 늘면서 웃돈도 오름세다. 하남시 미사강변도시 동원로얄듀크 84㎡는 최근 웃돈이 1000만원 이상 올라 4500만~5000만원 수준에 거래가 되고 있다. 분양가가 4억3600만원이었던 이 아파트는 지난해 말 웃돈이 3500만원까지 떨어졌지만 4월 입주를 앞두고 거래가 늘면서 지난해 가을 고점(5000만원)대로 올랐다. 4월 입주하는 미사강변 푸르지오 1차 84㎡ 역시 웃돈이 올 초 6000만원 선까지 빠졌지만 최근 7000만~8000만원대를 회복됐다. 한때 최고 9000만~1억원을 호가하던 것과 비교하면 낮지만 그래도 최고가에 근접하고 있는 것이다. 인근 태양공인 김상미 실장은 “2월부터 입주를 앞둔 2개 단지를 중심으로 거래량이 늘면서 가격도 오르고 있다”며 “아직 대출 규제 여파로 관망하는 분위기가 있어 당장 지난해 수준을 회복하긴 어렵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제자리를 찾아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수도권 신도시 광풍을 주도하던 위례신도시 역시 오름세로 돌아섰다. 위례신도시 중앙 푸르지오 84㎡는 최근 웃돈이 8500만~9500만원까지 올랐다. 4월 초만 해도 8500만원 안팎이었지만 집주인이 최근 호가를 다시 올리고 있다. 위례 호반베르디움 98㎡ 역시 프리미엄 호가가 1000만원가량 상승한 7000만~8000만원이다. 특히 매도자가 부담하던 양도소득세를 다시 매수자가 부담하고 있다. 양도세는 양도 차익에 대한 세금으로 당연히 매도자 몫이지만 이 마저도 웃돈에 반영하고 있는 셈이다. 위례신도시 S공인 관계자는 “연초엔 입주 물량이 늘면서 분양권 값이 약세를 보였지만 3월 들면서 급매물이 모두 사라졌다”며 “웃돈에 양도세까지 더하면 실제 웃돈은 1억~1억5000만원 선”이라고 말했다.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이 아직 남은 남양주시 다산신도시에서도 분양권 물밑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다산신도시 한양수자인 84㎡는 평균 4000만~5000만 원의 웃돈이 붙어 거래되고 있다는 게 중개업소들의 전언이다. 이 아파트는 지난해 11월 공급 당시 평균 15.8대 1로 지구 내 최고 경쟁률을 기록한 바 있다. 인근 유승한내들 센트럴 84㎡는 2500만~3500만원, 반도유보라 메이플타운은 2000만~2500만원 선에서 웃돈이 형성돼 있다. 전매제한이 차례로 풀리고 있는 화성시 동탄2신도시에서도 분양권 매수 문의가 늘고 있다. 화성시 청계동 P공인 관계자는 “투자 수요보다는 추가 가격 상승에 앞서 집을 마련하려는 실수요 위주로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출 규제 받지 않아 수요자 몰려

전반적으로 주택 경기가 아직은 냉랭하지만 이처럼 분양권 시장이 매수세가 늘고 있는 건 대출 규제에서 자유롭기 때문이다. 중도금 대출을 승계하는 식으로 분양권을 매입하면 입주 후 중도금 대출을 담보대출로 전환해도 대출 규제를 받지 않는 것이다. 기존처럼 거치 기간을 5년 정도 둘 수 있는 셈이다. 최근 분양권 시장에 실수요가 몰리고 있는 것도 그래서다. 이남수 신한금융 투자 부동산팀장은 “전세난 때문에 집을 사고 싶어도 대출 규제로 살 수 없는 실수요가 많다”며 “그러나 분양권은 대출 규제를 받지 않으므로 실수요라면 고려할 만하다”라고 말했다.

분양권은 청약통장이 없어도 되고 입주 시기나 층·향·동을 골라 살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그러나 높은 웃돈을 주고 사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 무엇보다 분양권 웃돈은 정확한 시세가 없으므로 중개업소 여러 곳에 문의하는 게 좋다. 웃돈이 지나치게 높다면 거품일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 앞으로 새 아파트 공급 물량이 많이 남은 곳에선 웃돈이 내릴 수 있다. 정확한 전매 해제 시기도 확인해야 한다. 전매가 풀리지 않은 물량을 거래하면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세금을 아끼기 위한 ‘다운 거래’도 피해야 한다. 적발되면 벌금 등 처벌 받는다.

분양권은 등기가 없는 상태에서 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에 반드시 건설 업체를 통해 분양 계약자가 맞는지 확인해야 하고 계약자 본인과 거래해야 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 전문위원은 “전매제한에서 풀린 분양권 매물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면 웃돈이 붙은 단지라도 일시적으로 웃돈이 하락할 수 있다”며 “실수요자라면 조금이라도 낮은 웃돈을 주고 원하는 물량을 구입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1332호 (2016.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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